▲ 사진∣ 서동재 기자 awe@

12일 광주지방법원은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음날 수원지방법원 역시 같은 판결을 내렸다. DMZ에서 폭발한 지뢰가 북한군의 목함지뢰와 일치한다는 국방부의 발표 직후였던 탓인지 여론은 병역거부자에 대한 비난으로 들끓었다. 무죄판결을 다룬 한 포털의 뉴스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지뢰제거반으로 활용하자”는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병무청의 통계에 따르면 신념이나 종교 등 개인의 양심적 판단에 근거해 병역을 거부하는 인원은 매년 약 600명에 달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불리는 이들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병역법 제88조 1항에 따라 검찰에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고 있다. 하급심에서 종종 무죄 판결이 나오곤 있지만, 지금껏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적은 없다.

해당 조항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심사 중에 있다. 7월 9일, 헌법재판소는 공개변론을 열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결정하기에 앞서 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해당 조항을 합헌이라고 판결했던 헌법재판소는, 4년 만에 다시 판단의 기로에 섰다.

여론과는 달리 군 당국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병역거부자 처벌 자체를 위법이라고 판단하기보다 국회에서 도입 방법과 시기를 신중하게 저울질하며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측 서규영 변호사는 공개변론에서 “아직 국민이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양해한다는 믿을만한 자료가 없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국민의 관용도를 고려할 수 있는 국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휴전 상황이라는 한국의 특수성 때문에 개인의 양심 보다는 안보가 우선이라는 논리는 과연 타당할까. 분명한 것은 수천만 명이 사망했던 세계대전 시기는 물론 난전이 일상으로 자리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병역거부권은 인정되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5500만 명에 달하는 희생자가 나왔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징병제를 관리하던 허시(Lewis Blaine Hershey) 장군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민주주의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소수자의 권리를 보존하기에 충분한지 알아내기 위한 척도”라고 표현했다.

한국의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는 다양한 방법으로 우려를 표명해오고 있다. UN인권이사회 산하 자유권규약위원회는 한국에게 대안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지금껏 총 5번에 걸쳐 내놓았다. 프랑스와 호주 등 일부 국가는 병역거부를 이유로 난민을 신청하는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있 으며 미국 역시 2012년 UN인권이사회 국가별 정례 검토에서 “미국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에 즉시 민간 대체복무를 도입하라고 권고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국회는 이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하고 있지만 근 10년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누구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루에 두 명 꼴의 청년은 양심에 따라 감옥으로 향하고 있다. 사회생활 초년기인 20대 시절부터 여타 범법자와 동일한 ‘꼬리표’를 달아야 하는 그들은 출소 이후에도 정상적인 생활을 기대하기 힘들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병역기피자와 구분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복무 논의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관계자와 전문가, 그리고 병역거부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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