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크라우드펀딩에 뛰어들었다. 누구는 밤낮없이 제품개발에 열을 올리고, 누구는 땡볕 아래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며, 누구는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민간 문화교류에 힘쓴다.

크라우드펀딩 시장에서 이들은 실수하기도, 교훈을 얻기도, 새로운 다짐을 세우기도 한다. 프로젝트 자금 조달에 성공한 이들은 크라우드펀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3개의 프로젝트팀을 만나 그들의 프로젝트 전반과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 스위처 프로젝트 - 불 끄기의 머나먼 여정을 해결해드립니다.

‘불 끄러 가는 게 귀찮다’는 일상 속 작은 불편에서 시작한 아이디어 제품이 있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편리하게 불을 끌 수 있게 하는 ‘스위처(switcher)’다. 자석을 이용해 벽면 스위치 버튼 위에 제품을 붙이면, 제품 내부의 서브 모터가 스위치 버튼에 물리적인 힘을 가해 스위치 전원을 온·오프한다. 제품은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통신을 통해 스위치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스위처 프로젝트 팀은 총 7명으로, 이 중 마케팅을 담당한 김기태(남·28) 씨를 인터뷰했다.

이들은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돌입하기 전에 프로토타입(prototype)을 만들고, 페이스북에 올려 대중의 반응을 본 뒤, 사업을 시작했다.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디자이너, 전자회로 전문가, 마케팅 담당자도 합류했다. 올해 2월 말부터 제품 개발을 시작해, 6월에 펀딩을 종료한 후 9월까지 4개월간 크라우드펀딩 제품을 제작했다.

김기태씨는 모든 것이 다 처음이어서 매 순간이 에피소드였다고 했다. “베타테스트를 진행했을 때였어요. 1호 베타테스터의 집에 방문했는데, 우리 제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정말 절망적이었죠. ‘진짜 망했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경험이 약이 됐어요. 수정과 보완을 거듭해 완성한 제품이 작동될 때의 아찔한 기분은 아직도 잊히질 않아요.” 김 씨는 제작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언제나 동반한다고 말했다. “제조업도 같이 하다 보니, 아이디어 검증 단계를 넘어도 양산 단계에서 또 고생했어요. 그래도 주변에서 학생 스타트업인걸 아시고 여러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이 생겼죠.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김기태 씨는 제품 제작단계에서 대중의 요구(needs)를 파악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선택했다고 했다. “모든 스타트업이 겪는 가장 큰 관문이 자금과 홍보인데, 크라우드펀딩은 그 두 가지를 해결하는 방법이죠.”

김기태 씨는 프로젝트의 최종 목적을 ‘편리한 스마트홈의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홈을 구축하기 위해선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단 ‘지금 당장’ 무언가를 느끼게 해줘야 해요. 삶에서 느꼈던 불편을 떠오르게 해주고, 그 문제에 대해 공감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그렇다고 너무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안 되기에 저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꿈꾸는 이상과 대중이 원하는 현실을 적절히 섞으려 합니다.”

2. 경희대 철학과 다큐멘터리제작 프로젝트 - “철학과에 왜 왔니?”

<철학과에 왜 왔니>는 삶과 철학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담긴 다큐멘터리영화로, 철학과 학생12명이 모여 기획, 촬영, 편집, 음악, 마케팅 홍보까지 직접 했다. 12명의 제작 팀원 중 다큐멘터리 감독인 정보성(경희대 철학08) 씨, 책자 편집을 총괄한 한기하(경희대 철학11) 씨, 크라우드펀딩 마케팅을 담당한 류재영(경희대 철학11) 씨를 포함해 6명을 만났다.

정보성 씨는 올해 2월부터 팀을 모으고 기획을 시작했다. 그 후 다큐멘터리 촬영이 끝나기까지는 7개월이 걸렸다. “제가 철학과 학생이지만 대학을 다니며 영상 촬영을 해왔어요. 졸업할 때가 되니, 철학을 접목해 영상을 만들고 싶었죠. 철학과 사람들을 모아 팀을 구성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다큐멘터리의 큰 줄기는 ‘대학생으로 사는 삶과 철학과에서 철학을 배우는 것이 어떻게 조화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50여 분의 상영 시간 안에 총 5개의 시퀀스로 구성돼 있다. 철학과 학생들의 평범한 일상 △철학과를 다니며 받는 편견 △전과한 철학과 학생의 이야기 △철학과에 남은 학생의 이야기 △제작자들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을 논의하는 장면이다. 한기하 씨는 마지막 시퀀스를 어떻게 촬영할 지 논쟁했던 일이 재밌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제목을 정하는 장면을 각본에 맞춰 연기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했어요. 결국 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었던 걸 나중에야 알았죠. 촬영에 들어가니 자연스레 얘기하면서 연기라고 의식하던 게 사라졌어요.”

다큐멘터리에서 생생한 학생들의 삶을 조명했다면, 책자에서는 철학과 교수, 신입생, 편입생의 인터뷰와 함께 비교적 추상적인 철학 이야기를 다뤘다. 류재영 씨는 크라우드펀딩에 나선 것도 책자를 제작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책자 제작을 위해 크라우드펀딩 목표액을 60만 원으로 잡았어요. 목표액을 조금 초과해 달성했고, 온전히 책자 제작에만 62만 원 정도가 들어갔어요.” 류재영 씨는 크라우드펀딩 마케팅을 하면서 크라우드펀딩이 성공하기 위해선 ‘리워드(reward)를 잘 구상하는 것과 ‘적극적인 소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작자의 취지에 감동하긴 쉽지 않아요. 그래서 프로젝트의 스토리텔링도 중요하지만, 후원자에게 줄 리워드를 선정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죠. 더불어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돈을 허투루 쓰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요.”

8월 28일, 경희대 문과대학 내 강의실에서 다큐멘터리의 첫 상영회가 열렸다. 다른 대학 철학과 학생들까지 40여 명이 상영회에 참석했다. 정보성 씨는 크라우드펀딩에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큐멘터리와 책자 제작을 완성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서 뿌듯해요. 앞으로도 제작자들이 후원금을 투명하게 사용해 펀딩 문화가 잘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3. 청년 조선통신사 프로젝트 – 문화교류로 진정성 있는 소통을

광복 70주년이자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한 2015년, 한국의 전통문화와 관계된 전공을 하는 청년들이 한일문제를 문화로 풀어보고자 한 것이 ‘청년 조선통신사’ 프로젝트의 발단이 됐다. ‘청년 조선통신사’ 8명의 단원 중 단장인 문현우(남·29) 씨에게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어봤다.

문현우 씨는 ‘청년 조선통신사’를 통해 무조건적인 반일감정이 아닌 건전한 문화교류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했다. “‘청년 조선통신사’는 조선통신사가 걸었던 국내와 일본지역을 다니면서 양국의 시골 노인들과 청년들을 위한 문화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등을 선보이려고 해요. 이를 통해 양국 간의 문화 공감을 이끌어내고 싶어요.” 이들은 8월 24일부터 9월 6일까지 한국(서울-충주-문경-안동-영천-경주-부산)과 일본(대마도-후쿠오카-시모노세키-히로시마-시모카마가리-도모노우라-오사카-교토-나고야-도쿄)에서 총 14일 동안 문화교류를 할 예정이다.

문현우 씨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역사적인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도와주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교토에는 조선 시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희생된 12만6000여 명분의 코가 묻혀있는 ‘귀무덤’이 있어요. 그곳에서 저희는 한국화로 국화를 그리며, 그림으로 헌화를 하고, 가야금과 해금으로 추모공연을 했어요. 그러던 중 일본 전통가면극 ‘노’의 고수를 맡은 오구라 겐지로 선생님의 모습에 감동했어요. 선생님께선 자발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귀무덤 곳곳을 빗자루로 쓸고 낙엽을 함께 주웠어요. 이때 저희 프로젝트의 보람을 찾을 수 있었죠.”

문현우 씨는 이미 한·중 간 문자로 교류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한글 유랑단’ 프로젝트를 크라우드펀딩으로 진행한 경험이 있다. 문 씨는 많은 사람에게 홍보가 되는 점을 현재 크라우드펀딩의 장점으로 꼽았다. “과거 크라우드펀딩은 포털의 개념이 없어서 펀딩 주최자의 지인들 위주로만 후원을 받았다면, 요즘은 다양한사람에게서 프로젝트에 큰 힘을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에요.”

모인 프로젝트의 후원금은 공연준비와 일정을 소화하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는 일본에 있는 한국인 관련 장소에 찾아가 후원자들을 대신해 헌화하는데 쓰일 예정이다. “일본 내에는 한국과 관련된 다양한 비석과 유적들이 존재해요. 대마도 조선국통신사지비, 히로시마 한국인원폭추모위령비, 교토 귀무덤 등이 민간에 의해 어렵게 관리되고 있어요. 저희는 이곳에 찾아가 추모공연과 한국화 헌화를 하고, 그 과정을 기록해 많은 사람에게 잊히지 않는 곳으로 알리고 싶어요.”

문현우 씨는 지속적인 문화교류와 쌍방향적 소통을 위해 앞으로도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저희 프로젝트는 한 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한일관계를 풀어보고자 해요. 그 과정에서 우려 섞인, 부정적인 얘기를 듣기도 하죠. 하지만 프로젝트의 진행과 저희가 펀딩 포털에서 계속 연재해나가는 이야기들을 잘 지켜봐 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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