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국 사회에서 ‘남녀 간의 동거’에 대해 호의적인 편은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동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미국, 일본, 중국, 스웨덴 국적의 본교 외국인 학생을 만나 그 나라의 동거문화를 들어봤다.

▲ 사진│서동재·조현제 기자 news@kunews.ac.kr
▲ 사진│서동재·조현제 기자 news@kunews.ac.kr

 

 

미국

미국에서 온 교환학생 존 김(John Kim, 매사추세츠 공대 2학년) 씨는 미국은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로 동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 제 주변에 동거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 중 대부분은 경제적인 이유였어요. 두 사람이 같이 살면 보통 집 렌트비가 한 명이 부담할 때보다 저렴해지니까 경제적인 이득이 있어서 애인과 같이 살더라고요.” 꼭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어도 경제적으로 봤을 때 합리적이라면 단순 이성 친구 사이라도 동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70년 이전만 해도 미국 50개 주에서 동거는 불법이었고 동거 자체를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11년에서 2013년 사이에 출산 동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임 여성(15세~44세)이 출산한 자녀 가운데 25% 이상이 동거 커플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는 10년 전인 2002년(14.3%)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이처럼 미국 사회에서 동거는 가족 형태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 애인 혹은 이성인 친구와의 동거가 빈번하고 자연스러운 데에는 미국 특유의 사회문화적인 특징이 작용했다. 존 김 씨는 이런 점이 한국과 가장 다르다고 말했다. “미국은 성적으로도 한국보다 개방적이고, 전반적으로 자유로운 면이 있어요. 데이트나 관계의 개념도 한국보다 훨씬 자유롭고요. 그래서 동거를 한다는 것은 사실 미국에서는 대단한 일이 아니에요. 동거는 단순히 너(애인)와 내가 공간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고, 잠을 같이 잔다는 것. 바로 그뿐이거든요.”

 

일본

일본은 어떨까. 일본에서 온 유학생 신유이(新裕衣, 문과대 중문14) 씨는 체감하는 일본 내 동거는 한국보다 많다고 한다. “확실히 많긴 많아요. 제 주변 친구만 해도 몇 명 있거든요. 일본 연예인들의 동거 소식을 TV에서 접할 정도로 그만큼 동거가 보편화 돼 있어요.”

일본은 생활비가 많이 드는 편이고, 성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동거하다가 임신을 하게 되면서 결혼을 하는 경향도 늘고 있다. 이른바 ‘데키짯타게콘(아기가 만들어져서 하는 결혼)’을 하는 커플이 점점 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하는 결혼의 25%는 아이가 생겨서 하는 결혼이고, 매년 증가하는 거로 알고 있어요.”

일본의 동거 특징으로는 ‘한도세(半同棲)’ 형태의 동거가 많이 나타난다. ‘한도세’는 반동거의 일본 표현이다. 개인 공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애인이 서로 오가며 생활하는 것이다. “반동거가 그냥 동거보다도 더 많아요. 주변에 애인이 있는 친구들 보면 거의 반동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일본에서는 동거하는 젊은이들이 굳이 동거 사실을 감추진 않는다고 한다. “별로 안 친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저에게 자신의 남자친구와 동거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 사람들이 많아요.” 신유이 씨는 일본에선 동거에 대한 외부 시선 때문에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과거 본인의 동거 경험 때문에 손해를 입는다거나 하는 건 없어요. 한국에서 동거는 너무 여성한테만 가혹한 것 같은 이미지가 있어요. 뭔가 여자는 깨끗해야 하고 경험이 없어야만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아요. 일본에선 동거남녀를 바라보는 시선과 잣대는 똑같아요.”

 

중국

중국의 동거문화는 어떨까. 개혁 개방과 함께 서구의 자본주의 풍조가 유입되면서 중국에서는 새로운 사회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젊은 층의 동거 확산이 대표적이다.

곽명원(郭明圆, 문과대 심리14) 씨는 중국의 동거 문화는 한국과 비슷하다고 했다. “요즘 중국에서도 동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특히 결혼을 굳이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아졌어요. 동거를 하던 중 비록 결혼할 나이가 되지 않았지만, 아이가 생겨서 결혼하는 사람도 있고, 낙태하는 사람도 있어요.”

독신 여성의 증가에 따라 서로 마음이 맞는 남녀끼리 동거하는 ‘스훈차오(試婚潮)’ 현상도 늘고 있다. 스훈차오, 즉 시혼을 하는 여성은 과거에는 잠시 동거한 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결혼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결혼보다는 ‘성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중국에서 동거를 바라보는 인식은 어떨까. 곽명원 씨는 부모세대의 경우 특히 부정적인 시선이 대다수라고 한다. “사실 젊은이들은 별로 개의치 않아요. 그런데 부모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죠. 특히 결혼 계획 없이 동거하는 것을 더 안 좋아해요. 부모와 따로 떨어져서 다른 지역에 있는 친구들도 부모 몰래 동거를 하더라고요.”

중국 역시 동거하다 헤어진 경우 주변의 시선 혹은 평판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동거하면 중국에서는 특히 여자들이 더 조심하는 걸 자주 봤어요. 주변에 결혼을 약속했는데, 만약 동거 경험이 있다고 하면 상대방 시어머니가 동거 경험을 두고 결혼을 못 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스웨덴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은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니콜라스(Niklas, 정경대 정외14) 씨는 동거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스웨덴에서 동거는 되게 평범한 일이에요. 우리나라(스웨덴)에선 학교 다니면서 대부분이 애인과 동거해요. 사람들 인식 속에는 결혼하기 전에 꼭 동거를 해야 한다는 게 있어요.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같이 살고 싶어서 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 같아요.”

스웨덴에서 동거는 젊은이들만의 세대 문화가 아니다. “우리는 애인을 처음 사귀자마자 부모님께 말씀드려요. 부모님도 서로 좋아하면 같이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동거를 안 하면 오히려 부모님이 걱정하세요. 왜 동거를 안 하느냐고요. 동거는 우리나라(스웨덴)에서 굉장히 보편적이에요. 동거는 그냥 우리 문화예요. 저희 할머니도 20대에 다 하셨고요.”

니콜라스 씨는 스웨덴이 동거가 보편적인 데는 사회 인식뿐만이 아니라 문화적인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부모에게서 독립을 해야 해요. 20대 중반에 아직도 가족이랑 같이 살면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다들 독립해서 살다 보니깐 동거도 그만큼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스웨덴에서 동거는 ‘sambo’라고 하며, 법적으로 사실혼 관계로 인정된다. 1998년 스웨덴은 동거커플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로 ‘동거법(sambolagen)’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동거커플도 임신·출산·보육·양육과 관련해 결혼커플과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됐다. “스웨덴에선 결혼 비율과 동거 비율이 거의 반반 정도입니다. 동거가 법적으로 결혼과 동일한 국가 지원을 받기 때문에 사람들이 굳이 결혼을 안 하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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