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이 잠자리에서 이불을 차게 만들었던 토종 SNS 싸이월드가 9월 부로 일부 기능을 종료했다. 서비스 종료가 예고되자 사람들은 과거 기록을 백업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덕분에 나도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싸이월드에 들어가 봤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힘겹게 기억해내고 미니홈피를 연 순간, 내 고등학교 시절을 수놓은 흑역사들이 펼쳐졌다. 일일 방문자 수인 ‘투데이’ 수를 조금이라도 올리려고 발악하던, ‘도토리’를 사려고 엄마를 조르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가장 최근의 일촌평엔 대학교에 매일 놀러 온다고 했던(하지만 졸업한 뒤로 얼굴 한 번 못 본) 고등학교 친구의 글이 남겨져 있었다. 비밀 방명록엔 까마득히 잊고 있던 옛 남자친구가 시인의 마음으로 남긴 사랑 고백 글도 있었다. 못생김이 충만했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 엽사(엽기적인 사진)를 보면서 내 두 눈을 의심하기도 했다. 수학여행 때 함께 야반도주한 친구들과 밤바다를 보며 찍은 역사적인 사진도 발견했다. 바닥이 푹 꺼진 땅만 봐도 짜증이 솟구쳤다는 중2병 서린 글, 세상을 향한 알 수 없는 분노 글, 내 인생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나는 글까지, 싸이월드 다이어리엔 아련하고 치명적인 감성 글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아마 많은 사람이 나처럼 싸이월드를 다시 들여다보며 옛 추억에 잠시 젖었을 거다.

최근 과거 인기 아이돌이었던 클릭비가 재결합해 다시 대중들 앞에 섰다. 앞서 GOD, 신화, 버즈도 긴 공백기 끝에 컴백을 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엔 종이접기 김영만 아저씨가 나와 연신 화제를 일으켰다. “참 쉽죠? 그런데 예전에는 나는 쉬운데 어린이들은 따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보는 이들도 어른이 됐으니 쉬울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김영만 아저씨를 통해 우리는 과거 자신의 꿈과 추억을 회상했다. 사람들은 현재가 어려울수록, 그리고 미래가 막막할 때 과거의 추억과 향수에서 위안을 찾으려 한다.

아직도 나는 어린애 같지만 현실에선 어른이라고 일컬어진다. 입시 경쟁을 거쳐 대학에 오면 학점 경쟁, 인턴 경쟁, 취업 경쟁에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해야 한다. 현실은 하루하루 전쟁터다. 전쟁터같은 현실에서 잠시나마 위로를 받고 싶어 추억을 판다. 추억은 늘 아름답다. 사람들이, 청춘이, 추억에 젖고 추억을 꺼내보는 것은 현실에 없는 아름다움을 찾고 싶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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