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3 16:09 (수)
"이 일이 보람찬 건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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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언 기자
  • 승인 2015.10.05 15:5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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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암동 그 사람들>우정정보통신관 경비 이웅수 씨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해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아침 6시 반, 학교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 새벽같이 나와 강의실을 점검하고, 학교 주변 정리를 돕는 그는 우정정보통신관 경비 이웅수 씨다. “김 기자! 오랜만이네그려.” 4개월 전 우정정보통신관에서 딱 한 번 뵀을 뿐인데 기자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건물을 지키며 이곳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학내 구성원들에 누구보다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다.

“밥은 먹었냐, 감기는 왜 걸렸대.” 그는 일찍부터 수고한다며 기자에게 책상 한편에 싸놓은 자신의 아침 식사인 빵과 떡을 건넸다. 어느새 가을이라 쌀쌀해진 날씨, 그가 건넨 따뜻한 보리차가 온기를 더해줬다.

오전 8시 40분이 되면 출근하는 직원들과 1교시를 들으러 온 학생들이 하나둘씩 문을 드나든다. 그들이 건네는 따뜻한 인사 한마디는 이웅수 씨에게 소소한 선물과도 같다. 그가 문 앞까지 나가 학생이며 교직원, 신문 배달원을 맞이하는 이유다. “인사를 하면 피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파. ‘안녕하세요.’ 이 말 한마디는 나에게 정말 소중한데 말이야.”

그는 “다가가지 않으면 아무도 다가오지 않는다”며 누구에게든지 먼저 다가가 살갑게 대한다. 때마침 한 학생이 로비 구석에 있는 자판기를 두드렸다. 그러자 그는 고장이 난 자판기를 고쳐주겠다며 곧바로 달려나갔다. 펜이 없는 듯, 한 손엔 종이를 들고 다른 손을 꼼지락거리는 학생을 보고는 “내가 바로 만물상이야”라며 선뜻 볼펜을 건넸다. 학생들을 눈여겨보는 것이 의무이자 습관이 돼버려 말하지 않아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항상 그 곁을 지킨다. “내가 지나친 참견을 하는 건 아닌가 싶어.”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그의 눈길은 항상 학생들을 향해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책상 옆에는 작은 의자 하나가 놓여있다. 학생들이 가끔 그 자리에 앉으면 그는 가족 사정부터 친구들 이야기까지 쉴 새 없이 자신의 에피소드를 꺼낸다. 이야기하다가 지나가는 한 외국인 학생에게 그가 외쳤다. “Happy Birthday!” 학생은 생일 축하한다는 그의 말에 “기억하고 계셨어요? 감사해요.”하며 기뻐하며 놀랬다.

이런 밝고 친숙한 모습 때문일까. 실제로 몇 학생들은 애인과 싸우거나 학업에 지칠 때면 아저씨를 찾곤 한다. 얼마 전에는 연인과의 스킨십 문제로 고민하던 여학생이 이웅수 씨를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집에 있는 시간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하는 시간이 더 많다 보니 다들 내 아들, 딸 같지. 학생들이 진짜 아버지에게는 하지 못하는 고민을 나와 공유하는 것도 좋고, 군대 간 학생이 휴가를 나와 찾아오기도 하는데 그것처럼 뿌듯한 일이 없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앉아 있으면 힘이 들기 마련인데 그래도 이 일이 보람 있는 이유는 학생들 때문이지. 말없이 앉아있는 나에게 말동무가 되어주는 사람들에겐 항상 고마울 뿐이야.”

이웅수 씨가 아낀다는 감색 수첩은 서랍에 애지중지 보관해도 매번 들춰대느라 너덜너덜해졌다. 그 안에 빼곡히 적혀있는 전화번호들은 9년째 본교에서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이 묻어있는 흔적이다. 휴대전화 번호 11자리를 보며 기억을 더듬는 그에겐 학생 한 명 한 명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니다. 학생들의 찡그린 표정, 활기찬 웃음, 오가는 대화 소리가 가득한 로비. 이곳에서 그들이 그저 흘려보내는 시간들은 이웅수 씨에겐 기억 속 소중한 한 조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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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이 2015-10-09 11:54:35
처음 선생님을 뵌건 2013년 새내기때였습니다.
졸린눈으로 무거운 전공책을 들고 강의실로 향하는 발걸음에
선생님께서는 오후 강의 전공책들은 맡아줄테니 맡기고 나머지만 들고가라 하시곤 했습니다.
저녁늦게 공부하고 있으면 응원메세지도 전해주시고, 시험이 끝나면 전해주시던 농담 한마디에 공부하느라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곤 했습니다.
그렇게 그 자리에 늘 계셨습니다.
건물 1층 TV로 함께 축구를 응원하며

13이 2015-10-09 11:54:16
얼싸안고 呼兄呼弟 하였으나, 입대하고 돌이켜보니 진정 저에게 큰 선생님이셨다고 깨닫습니다.
친구들과 휴가를 나오면 왠지 찾아가게 되는 그곳은,
지난 새내기때의 鄕愁가 아닌 선생님과 웃으며 생활하던 그리움이겠지요.
보고싶습니다, 선생님.
앞으로 있을 대학생활에도 늘 함께할 수 있기를
그리고 선생님께서 웃음을 잃지 않으시고 건강하시기를
10개월 남짓 남은 군생활이 먼저가기보다 더욱 바라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