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참여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합의문’이 발표됐다. 대표성과 편향성 등의 문제로 합의문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9월 23일 본교 노동대학원과 노동문제연구소가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진단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백주년기념관에서 특별심포지엄을 열었다.

1부에서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연구위원, 서울노동권익센터 김성희 소장, 한국노동연구원 이장원 연구위원이 ‘노동개혁의 쟁점’에 대해 발표했다. 2부에서는 김성희 소장,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국회의원, 새누리당 이종훈 국회의원 그리고 경향신문 강진구 논설위원의 토론이 이어졌다.

 

노동시장 진단과 과제

“해고를 쉽게 하고, 비정규직을 늘리고, 노동조건을 쉽게 깎는 것은 노동시장 개혁이 아닌 개악이다.” 김유선 연구위원이 이번 노사정합의문에 대해 내린 평가다. 1부의 첫 번째 발표를 맡은 김 연구원은 노사정합의문 분석과 더불어 노동시장을 진단했다.

김유선 연구위원은 현재 노동시장을 △고용 불안정 △소득 불평등 △노사관계 파편화 상태라 진단했다. 한국은 고용보호법제의 엄격성을 나타내는 OECD 고용보호지수가 2013년 기준 2.17점으로 평균인 2.29점에 미치지 못하는 ‘초단기 근속’ 국가에 속한다. 김유선 연구위원은 “한국 근로자 중 근속 1년 미만은 35.5%, 근속 10년 이상은 18.1%로 OECD 국가 중 가장 불안정한 상태”라고 말했다.

경제성장에 못 미치는 임금인상도 문제다. ‘임금 없는 성장’은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정규직에도 영향을 미친다. 2000년부터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4%지만, 실질임금인상률은 1.4%~2.6%다. 김유선 연구위원은 “노동자의 수는 20년 전보다 훨씬 늘어났는데도 그들이 가져가는 전체 임금은 20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1인당 인건비가 줄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상시적, 지속적 일자리 정규직 전환 △최저 임금과 연동한 최고임금제 실시 △초기업 교섭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어 그는 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지만 실물투자액은 감소한 현상을 지적했다. 김유선 연구위원은 “사내유보금의 급등은 중소 영세업체 비정규직에서 거둬들인 초과이윤이 몇몇 재벌에게 집중되었다는 것”이라며 “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자산을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법률로 강제하거나 돈벌이가 되지 않는 한 재벌들이 투자를 확대하거나 일자리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명료한 구조개편과 청년실업

김성희 소장은 9월 15일 발표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합의문(안)-대타협’에 대해 이제까지 실패한 정책 관행에서 벗어난 내용이 없기에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정성 항목은 가짓수만 늘었을 뿐 추상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고 내용을 반복한 데 그쳤다”고 말했다.

청년의 유휴노동력화 정도를 반영하는 실질실업률은 2003년 21.9%에서 2015년 1/4분기에 36.1%로 상승했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인턴제 유형의 일자리는 저임금, 단기 일자리 성격을 가지고 있다. 김성희 소장은 “이번 합의문에는 청년실업의 심각성에 상응하는 청년고용대책이 없다”며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와 노사 합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과 같은 조치는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개별 노동권 보호의 여지를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김성희 소장은 청년실업에 대한 대안으로 ‘한국형 로제타플랜(Rosetta plan)’을 제시했다. 벨기에 정부가 2000년 도입해 큰 성공을 거뒀던 청년실업자 의무고용제도인 ‘로제타 플랜’과 같이 ‘유인(의무고용 인센티브)’과 ‘견인(의무고용 위반 업체에 청년고용증대세 부과)’ 장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성희 소장이 정의한 한국형 로제타플랜은 공공부문과 300인 이상 기업에 상시 일자리 마련을 하도록 해 위반 시 부담금 형태로 청년고용증대세를 부과한다. 중소기업에는 부담금 조항 없이 청년고용 지원금만 설계하여 지원한다. 김 소장은 “기업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을 통해서, 기업 비용 절감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분담 구조를 통해서, 또한 유인책만이 아니라 견인책을 포함하여 청년고용의 대안을 찾아야만 변화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개혁과 노동정치

이장원 연구위원은 발표에서 “노동시장 개혁은 노동시장 유연화의 확산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에서 오는 격차를 축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의 e-나라지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이 약 6000원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격차 역시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2013년 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중소기업 상용근로자의 임금수준은 대기업의 65%를 밑돌고 있다.

임금은 해고와 채용의 유연성과 소득과 고용의 안정성을 의미하는 유연안전성을 구축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주요 과제다. 이장원 연구위원은 발표에서 “해고유연성 대신 연공급 임금제도 혁신을 중심으로 임금 체계상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 격차를 축소하기 위한 정책으로는 연대임금정책이 있다. 1960년대 스웨덴에서 시행했던 정책으로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원칙, 고임금층과 저임금층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원칙으로 이뤄진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취약한 노조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을 고려할 때 연대임금의 정책적 주도는 노사 당사자가 아니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종합 토론이 진행됐다.

이병훈 교수는 이번 노사정합의문에는 대표성, 편향성, 실효성의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노사정 합의문은 한국노총 일부만이 참여해 찬성 30표, 반대 15표를 받았다. 합의 내용은 쉬운 해고, 취업규칙 변경 등 근로자를 위한 개혁보다 기업을 위한 편향된 개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교수는 “일자리 자체를 늘리는 것도 문제지만 임금체계가 전혀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합의가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인영 국회의원은 이번 합의문 70여 개의 조항을 분석한 결과를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친기업적인 조항 10개, 기존 정부 정책 방향의 연장선에 있는 조항 17개, 노동의 희생을 불러오는 조항 16개, 선언적 수준에 그치는 조항 15개, 개선에 도움이 되는 조항 9개 정도였다. 이인영 국회의원은 “긴급한 사회적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에서 당사자였던 청년, 비정규직이 배제된 합의였기에 잘못된 합의다”고 말했다.

이에 이종훈 국회의원은 이번 노사정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는 합의일 수 있지만 이번 합의를 통해 한 걸음 나가는 것 자체가 출발이라고 생각한다”며 “양측 모두 손해 본 합의였다고 생각한다면 잘된 합의”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진구 논설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했다. 2013년 5월 경제 민주화 공략을 이야기하는 오찬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 민주화는 가장 아픈 손가락에 관심을 두는 것이라 말했다. 강진구 논설위원은 “‘아픈 손가락’ 발언 4개월 후 박근혜 대통령은 ‘손가락만 빨고 있어서는 일자리 창출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아픈 손가락’을 보호해 온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노사정 평가는 노동법을 규제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는 대통령의 생각이 관철된 합의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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