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와 장기하의 열애설이 터진 8일, 반나절이 지나도록 이 둘의 이름이 검색어 순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터지는 족족 온 국민의 관심을 받는 것이 연예인의 스캔들이다. ‘알고 싶은 기사’고 ‘관심이 가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들의 열애설이 검색어에 오르자마자 열심히 클릭했었다.

그렇게 톱스타들의 스캔들 기사를 기웃거릴 때, 홍보관 바로 앞 민주광장에서는 총학생회가 주최한 인권축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흘에 걸쳐 진행된 축제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나는 ‘그냥 또 어떤 축제를 하는구나.’라는 생각뿐이었다. 한마디로 무관심했다.

그러다가 시각장애를 취재하고 있는 동기 언니의 손에 이끌려 인권축제를 가보게 됐다. 성 소수자 동아리에서 진행하는 부스에 들려 팸플릿을 받고 그 옆에 있는 한빛맹학교 부스를 방문했다. 혼자서는 방문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왠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지던 곳이었다. 한빛맹학교 부스를 지키시던 분은 부스를 마감하는 시간인데도 시각장애인의 무료 안마 체험을 받아보라고 권하셨다. 반나절 동안 부스를열었지만 몇 사람 오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하셨다.

안마를 받으며 한빛맹학교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동기 언니에게 목이 가늘다며 분명 미인일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자 다른 분이 보이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아느냐고 농담을 던지셨다. 모두 웃으셨다. 근처에 괜찮은 막걸리 집은 어디냐고 물어보시기도 했다. 전혀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의 평범한 대화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뿐이다. 20분 남짓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따뜻한 대화가 오고갔고 저녁에도 인권축제는 계속됐다. 한빛맹학교 학생들의 오케스트라의 공연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저녁에 진행된 축제에도 역시 사람은 20여 명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인권축제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은 많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터지는 연예계 가십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은 관심이었다. ‘알고 싶은 기사’와 ‘알아야 할 기사’가 있듯이 ‘관심이 가는 대상’과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 있다. 어떤 것을 우선시한다고 해도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에 시선을 둬 보면 어떨까. ‘저 좀 가만히 두세요.’하는 연예인 스캔들 클릭을 멈추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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