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우린 사람들과 더 많이 연결돼 있고 소통하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연결고리가 때론 타인을 의식하게 하고, 타인의 삶과 비교하며 피로감을 느낀다. 최근 동호회에 따라 붙는 일반적인 수식어인 ‘인맥 만들기’, ‘동네 친구 만들기’ 등의 친목교류에 대한 부담 없이,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취미에만 집중하는 동호회가 늘고 있다. 이들 동호회에선 친목이 강요되지 않기에 만남이 부담스럽지 않다.

▲ 사진│서동재 기자 awe@

취미에 집중하는 동호회

취미를 함께 즐기고 싶어도 동호회에 들어가는 것이 망설여질 수 있다. 막상 취미보다 동호회 내 친목교류와 정기적인 모임에 대한 부담감이 동호회 자체의 거부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들어 취미활동 자체에 집중하는 동호회에 사람들의 발길이 자주 닿는 이유이기도 하다.

출판 소셜벤처인 북티크에서 운영하는 ‘묵독파티’는 일주일에 한 번 독서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모임으로, 정해진 시간에 북티크 카페에서 각자의 책을 읽고 시간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해산한다. 이후 이어지는 북토크는 개인의 의사에 따라 참여할 수 있다. 북티크의 북매니저 권인걸 씨는 “묵독에 이어 북토크의 경우도 특별한 자기소개 없이 각자 편안하게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한다”며 “묵독파티 외에도 주로 방문하는 2030세대들은 밤샘독서를 하는 ‘심야서점’, 영화콘서트 형식의 ‘김시선의 고화질톡’ 등의 문화행사를 즐긴다”고 말했다. 묵독파티에 올해 6월부터 매주 참여하고 있는 직장인 박소현(여·33) 씨는 매주 토요일에 2시간 동안 이곳에서 독서로 취미생활을 즐긴다. 박 씨는 “각자 가져온 책을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분위기가 좋다”며 ”묵독 이후 북토크에도 참여하는데, 다른 동호회와 달리 친목을 가져야 한다는 부담이 들지 않아 자주 와서 독서를 즐긴다”고 말했다.

각자 책을 읽는 것과는 달리 활동적인 스포츠 동호회는 가입에 동반되는 친목교류가 잦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회원이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러닝에 참여하는 동호회가 있다. ‘SRC-Seoul’은 Social Running Crew-seoul의 약자로 건강한 러닝문화를 만드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러닝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서울 곳곳을 함께 러닝 하는데, 한 번에 대개 15명에서 20명 정도가 참여한다. SRC-Seoul은 한 달에 두 번 게스트런을 진행하며 가입 없이도 자유롭게 러닝을 즐길 수 있다. 게스트런에서는 준비운동과 목표한 러닝을 함께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해산한다. 별다른 회원가입과 정기적인 모임 참여에 대한 부담이 없다. 러닝 참여는 SRC-Seoul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참여양식을 작성해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된다. SRC-Seoul 유홍기 헤드는 “뒤풀이나 친목 교류에 대한 부담 없이 러닝을 좋아한다면 언제든 오면 된다”고 말했다. SRC-seoul 게스트런에 3번 참여한 경험이 있는 박지윤(남·29)씨는 “혼자 오더라도 부담 없이 러닝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본교 러닝 동아리 KUTR의 박시우 동아리 회장은 최근 러닝문화가 활성화 되면서 자유롭게 참여 가능한 러닝 동호회의 생성에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박 씨는 “2030세대를 위주로 한 러닝 동호회가 증가했다”며 “자유로운 참여로 접근성을 높인 러닝뿐만 아니라 러닝기부행사 등을 통해 러닝문화가 퍼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깊은 관계는 꺼리는 2030세대의 단면

한편 취미만을 함께 즐기는 것이 여타 필요에 의한 관계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지적도 있다. 깊은 대인관계의 형성보다 얕은 관계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필요에 따라 서로를 찾는 도구적 관계 중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인진(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바쁜 청년들이 시간 관리를 하며 취미를 즐기려다 보니, 친밀한 관계보단 상호 간 도움 되는 방향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더 드는 것을 자제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며 “어떻게 보면 합리적이고 효율적일 수도 있겠지만, 더 이상의 관계 발전은 꺼리는 것에서 개인주의적인 현대사회의 단면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세대 내 유행하는 신조어가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처럼, 동호회 특성의 변화도 현대인이 취미생활을 즐기는 방식의 변화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해당 동호회의 참여자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에 참석해야 한다거나, 소속돼 동아리 회비를 내는 것, 인맥과 친목교류에 치중된 것에서 탈피해 오직 ‘취미’만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위기에 긍정적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형식의 동호회에 대해 전문가도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마음중심심리상담소 신승옥 전문상담가는 2030세대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은 만큼 취업준비와 업무에만 몰두하기 보단 짬을 내 하고 싶은 일을 최대한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승옥 전문상담가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현대인에게 이러한 특성의 동호회에서 취미를 즐겨보는 것도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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