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식수만 아니라 농업, 공업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는데 물이 말라간다는 것은 국가에 큰 재앙이다. 이에 국가는 많은 댐과 저수지, 보 등을 설치해 물을 모으려고 노력한다. 4대강 사업의 주된 목적도 가뭄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정작 가뭄 앞에서는 큰 효과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메마른 논바닥에 물을 뿌리는 모습을 연출하던 6월 21일, 점점 내려가던 소양강댐의 저수율은 최저치인 25.8%까지 떨어졌다. 심해지는 가뭄에 정부는 물을 더 모을 수 있는 중소형 댐을 건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물이 쏟아지는 여름을 제외하면 사용할 물을 얻을 기회가 적은 편이어서 많은 수리시설을 건설해 여름에 내리는 비를 모아 비가 내리지 않는 동안 사용한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100년간 강수량은 증가한 편이지만 강수량이 여름에 집중돼 여름을 제외하면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다.

한국의 기후는 20세기 동안 열대성 기후로 점차 변해 여름철 집중호우와 고온현상이 반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100년간(1912~2008년) 연평균 강수량은 712~1929mm로 변동성이 매우 크며, 최근 10년 동안은 20세기 초반 10년에 비해 약 19%(220mm) 증가했다. 전성우(생명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강우량을 보면 비가 일정 기간에 균등하게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집중호우로 한 번에 많은 비가 쏟아지고 봄‧가을로 비가 잘 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여름에도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심해지고 있다. 변희룡(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는 “예년 여름에 물을 많이 비축해 댐마다 물을 가득 채워 둬야 내년 장마철까지 사용하는데, 지금 댐은 충분히 담수 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올해 가뭄으로 전국 5개의 다목적 댐 수위가 역대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9일 한국수자원공사는 현재 ‘가뭄대응 위기경보’가 발령 중인 댐은 9곳이라고 밝혔다. 가뭄 ‘심각단계’인 보령댐의 10월 8일 저수율은 25.8%, 수위는 58.7EL.m(인천 앞바다의 평균 해수면 EL= 0m)로 관측 사상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현재 가뭄이 계속되면서 10월 초부터 보령시 등 8개 시‧군의 단계적인 용수 감량공급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뭄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변희룡 교수는 “한국은 지금 극대(極大)가뭄 주기에 들어갔다”라며 “2025년까지 가뭄이 계속 심해져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닥치는 가뭄은 얼마나 심각할지 예측 불허”라며 “만일 1901년 수준의 가뭄이 온다면, 우리나라 관개 시설을 모두 동원해도 견뎌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댐 건설’은 앞으로 심화될 가뭄의 타개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변희룡 교수는 “한국은 강수가 여름에 집중돼 물을 모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나라”라며 “전국적으로 저수지, 댐, 보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2012년부터 ‘댐 건설 장기계획’에 따라 연간 3억7400만t을 저수할 수 있는 4개의 다목적댐과 2개의 홍수조절 댐 등의 건설을 추진해오고 있다. 소규모 댐 후보지 8곳을 대상으로도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다목적댐 건설 과정에서의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 인간이 자연을 생태학적 관점으로 볼 것인지 환경가능론적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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