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4 16:41 (수)
물거품처럼 사라진 4대강 효과, 사업비 22조원에 멈추고 썩어버린 강
물거품처럼 사라진 4대강 효과, 사업비 22조원에 멈추고 썩어버린 강
  • 이경주 기자
  • 승인 2015.10.11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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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봐라, 저 물.”

“저런 물 마시면 한방에 간데이.”

칠곡보 위에 앉아 쉬던 내 귀로 중년 남성 두 명의 대화가 들렸다. 그들이 지나간 후, 그들의 시선이 머물렀던 곳으로 눈을 돌렸다. 흐르는 강물을 콘크리트 구조물로 뚝 끊어놓은, 그곳의 탁한 녹 빛 강물에 나 또한 시선이 멈춰버렸다.

사람들은 보 위에서 잠시 쉬며 음료수를 마시거나 이야기를 나눴고 한참동안 강물을 바라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중 어르신 한 분이 보 위에서 강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장화 차림의 그는 한눈에 봐도 관광객은 아닌 듯했다.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강을 보고 있던 이형돌(남‧67) 할아버지는 자신을 칠곡보 주변에 사는 주민이라고 소개했다. 그에게 왜 강물을 보고 있느냐고 물으니 녹색 물을 가리켰다.

“물을 막아가꼬 물이 저래 됐다. 낮에는 물을 좀 가다놔도 밤에는 좀 흘려 보내가꼬 흐르게 해주면 안 저랄낀데... 이래 막아놔가꼬 강바닥에 물이 썩었다 안 카나.”

이형돌 할아버지에게 옛 낙동강은 어땠는지 묻자 그는 자신이 기억하던 낙동강을 이렇게 말했다.

“어릴 때는 여서 목욕도 하고 낚시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럴 엄두도 안난다.”

▲ 사진l 이경주 기자

현재 낙동강은 녹조로 뒤덮여 있다.

9월 21일, 칠곡보에는 조류주의보가 발령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이 발표한 ‘9월 4주 낙동강 조류현황’에 따르면 당시 칠곡보의 클로로필-a 농도는 16.4%, 남조류 수는 ml당 8456개였다. 4대강 사업 이후 2012년부터 실시한 조류예보(녹조류의 발생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예보)는 클로로필-a와 녹조류 수를 기준으로 한다. 엽록소의 일종인 클로로필-a 농도와 녹조류 세포 수는 녹조 현상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는 지표다.

낙동강 하류로 내려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9월 21일 창녕보의 녹조류 세포수는 ml당 9만 5454개로 같은 시기 칠곡보의 11배가 넘는 수치다. 낙동강뿐만 아닌 한강, 금강, 영산강에서도 녹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김정욱(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4대강 사업은 홍수조절, 가뭄해결, 수질개선이 가장 큰 목적이었는데, 흐르는 물을 막아놓고 깨끗하게 하겠다는 것은 잘못됐다”라고 말했다.

강바닥의 모래를 퍼내는 4대강 정비사업은 수생생태계에도 영향을 줬다. 2014년에는 7월 21일부터 8월 1일까지 12일간 칠곡보 하류 50∼100m 구간에서 강준치 537마리가 폐사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칠곡보 하류는 콘크리트 기초구조물, 모래하상 등으로 구성돼 수생식물과 강준치의 서식‧산란터로 부적합했으며 조류증식으로 인한 DO(Dissolved Oxygen, 용존산소: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 과포화, pH(산도) 증가 등이 산란에 부적합한 물리 화학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전성우(생명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는 “생물은 생육조건이 바뀌게 되면 변화된 환경에 잘 맞는 개체는 살아남겠지만 아닌 개체들은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했다.

낙동강 물에서 남조류가 가진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LR) 검출 건수는 2년 사이에 50배 증가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받은 ‘낙동강 주요 정수장 독성검사와 정수 수질검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환경부가 마이크로시스틴을 수질감시항목으로 지정‧관리를 시작한 2013년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 1건 검출되었으나 2014년 41건, 2015년에는 50건이 취수장에서 검출됐다. 금강이나 영산강은 상수원으로 잘 쓰지 않지만, 낙동강은 그 물을 상수원으로 쓰고 있다. 김정욱 명예교수는 “미국의 오하이오 주 톨레도 시 같은 경우, 남조류가 발생하면 수돗물을 먹지 말라고 경고를 내린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녹조가 낀 물을 정수처리 하면 아무 문제 없다고 하는데 국민은 의심하고 있다”며 “국민의 의심을 풀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형돌 할아버지는 변해버린 강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강물은 흐르게 해줘야 한다고 나지막이 말했다. “물을 좀 흘려주면 좀 나을 텐데... 강바닥에 썩은 물을 빼내줘야 할 텐데... 물이 고여 있어가지고 냄새나고 그런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보가 위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보를 설계할 당시 다른 기준 없이 일반적인 보 건설 기준을 따른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박창근(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4대강의 보는 (규모가) 댐 수준으로 설치됐다”며 “댐인 것을 보라고 이름 지으며 보의 설계기준을 도입해 안전성이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국제대댐협회((International Commission on larges, ICOLD)는 높이(보 기초구조물에서 보까지 높이) 15m 이상 구조물을 대댐으로 규정하고 있고, 높이 10~15m 사이라도 폭 500m, 저수용량 100만 m³, 설계홍수량 2000t/초 이상 중 하나라도 만족하는 경우도 대댐으로 분류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건설한 다기능 보는 국제대댐협의회기준에 의해 총 10개의 보(낙동강 8개보, 한강 강천보, 영산강 승촌보)가 대댐으로 분류된다. 해당 보는 수문 개방 시, 흐르는 물의 속도와 에너지가 높기 때문에 흐르는 물의 높은 에너지와 빠른 속도가 충분히 줄어들게 하는 감세공이 보 구조물과 보 밑의 강바닥을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설계 및 시공돼야 한다. 높이가 4~5m를 넘는 대규모의 보들도 국내·외설계기준과 설치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감세공을 설계하고 감세공법을 적용해야 했다.

2013년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 시설물 품질 및 수질관리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는 전체 다기능 보에 대한 설계·시공 지침으로 활용하기 위해 마련한 ‘친환경 다기능 보 구상보고서’의 설계기준이 부적정했다고 밝혔다. ‘친환경 다기능 보 구상보고서’에 제시된 설계기준은 다기능 보가 주운시설(배로 화물 등을 운반하는 시설)이 아니라는 사유 등으로 감세공을 과소 설계해 바닥 보호공(강바닥을 보호하는 구조물) 이 유실되고 강바닥이 패는 등의 문제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2012년 칠곡보는 준공 4개월 만에 심각한 세굴(洗掘, 땅파임) 현상과 ‘물받이공’이라 불리는 보 본체 바닥층의 균열과 침하 현상이 일어났다. 2011년에도 칠곡보뿐만 아니라 낙동강의 하류에 위치한 창녕함안보에서도 세굴 현상이 발생했다.

올해 한국수자원공사는 홍수기 이후 창녕함안보의 보수공사를 했다. 하류 바닥에 쌓여 있는 돌, 모래 등과 세굴방지공이 유실됐기 때문이다. 당시 현장조사를 했던 박창근 교수는 “수문 아래로 수심이 30m까지 측정되기도 했는데 와류현상(유체의 회전운동에 의해 주류와 반대방향으로 소용돌이치는 현상)에 의해 강바닥이 더 파였다”고 말했다. 박창근 교수는 “모래가 계속 쓸려가다 보를 떠받치는 모래까지 쓸려나간다면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16개 보 중 창녕함안보를 포함한 6개 보에서 파이핑(piping) 현상이 나타나 이미 지난해 12월 정부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공동위원장=김범철, 배덕효)에서도 이를 지적한 바 있다. 파이핑 현상이란 강한 수압으로 물이 강바닥으로 스며들며 구조물 밑으로 물길이 생기는 현상으로 구조물 상류의 물과 하류의 물 사이의 수압 차로 발생한다. 4대강의 보는 단단한 암반 위가 아닌 모래 위에 설치돼 파이핑 현상이나 낙수 차로 인해 보를 지지하는 모래가 유실된다면 콘크리트 구조물의 안정성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박창근 교수는 “보를 떠받치는 지지력이 줄어들면 보가 떠내려가거나 주저앉는 안전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연천댐 사례를 보면 단단하지 않은 지반에 건설해 1996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물이 옆으로 넘쳐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형돌 할아버지는 칠곡보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보 만드는 거 자체가 잘못된 기라. 놀러 다니는 사람들이야 이거 맨들어 놓으면 좋은데 여기 사는 사람들은 불편하다. 땅 한 뼘만 파도 물이 솟아나서 뭐 할 수가 읎다. 강에서 퍼낸 모래를 강 주변에 쌓아줬는데 그래도 땅에서 물이 솟아나온다. 밭농사는 아예 농사를 못 짓는기라.”

그의 말처럼 강 주변 농가가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익히 나온 이야기이다. 그래도 눈앞의 그득 차있는 강물을 보며 가뭄 피해는 줄어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본 목적인 가뭄‧홍수를 막는데도 실패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김정욱 명예교수는 “홍수는 주로 강의 본류에서 발생한 수해보다 지류에서 발생하는 수해가 많다”라며 “홍수를 막으려면 상류에 댐을 만들어야 하는데 하류에 댐을 건설해 수위를 높여서 홍수를 막겠다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38년(1970~2007년) 동안의 전국 홍수피해 발생빈도를 분석한 결과, 강원 동해안 지역, 경기 북부지역, 낙동강 유역에서 홍수피해가 심각했다. 강릉시, 양양군, 평창군, 고성군과 같은 강원 동해안 지역, 연천군, 철원군 등 경기 북부 지역, 그리고 낙동강 유역인 김천시, 함안군 등에서 홍수 발생빈도가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역(小流域)에서는 강우량이 많을 때 돌발홍수가 일어난다. 주로 높은 지대의 경사가 급한 계곡에서 빗물이 순식간에 낮은 지대로 흘러가며 홍수피해가 발생한다. 함안군은 낙동강 하류 저지대로서 상류지역에서 집중호우가 내려 홍수가 발생했다. 김천시 역시 고지대에서 흘러나온 물이 저지대로 쏟아지며 저지대 침수피해가 컸다.

4대강 사업 이후에도 지류·지천에서의 홍수 피해는 계속됐다. 9월 27일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분석을 통해 홍수예방 효과마저 거의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낙동강홍수통제소로부터 제출받은 ‘낙동강 유입 지류 하천 홍수위(홍수 때의 수위) 변화 자료’와 4대강조사평가위원회 보고서 및 하천정비계획 환경영향평가서 등의 자료를 비교·분석한 결과, 낙동강 상류인 내성천에서 홍수 때 수위가 낮아진 구간은 전체의 6.5%인 1.75㎞에 불과했다. 영강은 5.5%인 4.27㎞, 감천은 10.3%인 3.30㎞로 나타났다.

올해 가뭄이 발생한 지역인 경기도, 강원도 일대의 중부지방은 하류에 있는 보 안의 물을 제때 쓸 수 없었다. 정작 물이 필요한 곳에는 물이 없었고, 확보한 물을 필요한 곳으로 옮길 수로 역시 없었기 때문이다. 6월 25일 이미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작성한 ‘하천수 활용 농촌용수 공급사업 마스터플랜(안)’을 공개했다. 내용에 따르면 4대강 본류의 물을 가뭄 지역에 공급하기 위해 1조 원 이상이 투입돼야 하고 그 효과는 전체 농지의 2.9%에 불과하다.

 

이형돌 할아버지는 자리를 떠나기 전, “저 위에 가면 더 심하니 한 번 가보라”며 녹조가 심한 구간을 알려줬다. 그와 헤어진 뒤, 강을 거슬러 상류 쪽으로 걸어갔다. 그가 말한 대로 보를 벗어나 강을 따라 걸으니 물이 고여 있는 구간에 녹조가 피어나 있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자전거도로 바로 옆 강변에서 녹조 찌꺼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날파리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길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봤다. 강 옆에는 수변공원이 방치돼 있었다. 꽃이나 조형물이 잘 관리 돼 있는 칠곡보 근처와는 달리 칠곡보에서 조금 떨어진 곳은 황량한 흙 위에 잡초 몇 포기가 자라나 있을 뿐, 가로등과 벤치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방치된 그곳은 비둘기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부가 내세운 4대강 사업의 효과 중 하나인 ‘친수공간 확보를 통한 경제적 성장’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준구(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4대강 사업비 22조 원에 환경 파괴와 생태계 교란과 관련된 비용, 매년 들어가는 유지보수비용까지 계산해 보면 그 사업에서 나오는 편익이 그 1/10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크다”라며 “4대강 사업은 경제적으로 전혀 가치가 없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4대강 사업 공사비 22조 원 중 친수구역 조성비용으로만 3조 1143억 원을 투입했고 매년 449억 원의 관리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또한,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자전거도로와 357개의 친수구역을 조성했다. 친수공간은 공원으로 만들거나 골프장 같은 운동시설 건설 등 문화‧레저 산업 육성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한다고 내세웠다. 사업 시행 이후 3년이 지난 현재 친수구역의 활용도는 크게 떨어진다. 이준구 명예교수는 “지금 4대강 연변에 수변 생태공원이라고 만들어 놓은 공간은 찾는 사람도 없이 황폐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전체 357개 친수공간 중 124개는 이용률이 저조하다. 2014년, 국토교통부는 전체 357개의 친수공간에 대해 이용률 조사를 실시했다. ‘4대강 수변 친수공간 이용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간 이용객이 5000명에서 5만 명 미만이고 단위별 이용객(단위면적당 일 평균 이용 인원)이 50명에서 500명 미만인 D등급의 친수공간이 98개, 연간 이용객이 5000명 미만이고 단위이용객이 50명 미만인 E등급의 친수공간은 26개로 전체의 35%인 124개소가 낮은 등급을 받았다. 국토교통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해 등급별로 관리방안을 개선하기로 했다. 그중 낮은 등급인 D등급과 E등급은 재자연화하거나 유지관리비를 줄일 계획이다.

9월 24일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계기로 4대강 사업을 하며 발생한 부채 8조 원 중 약 5조 6000억 원을 한국수자원공사가 2036년까지 갚게 됐다. 한 해 상환해야 할 금액은 약 2600억 원에 이른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한국수자원 공사의 2014년 당기 순이익은 2993억 2600만 원으로 순이익 대부분을 부채상환에 써야 할 판국이다.

 

멀리서 본 강의 모습은 푸른 듯했지만 자세히 보면 녹색이었다.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사업비 22조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쏟아진 강은 만 원짜리 지폐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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