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 옷깃 사이로 스미는 바람, 부스럭부스럭 발에 밟히는 낙엽들, 몸도 마음도 추운 날. 커다란 노란 간판 아래 노란 페인트칠을 한 문을 열고 들어서면, 따뜻한 기운이 몸을 감싸 안는다. 2010년에 고려대 사거리 언덕길에 문을 연 브런치 카페 ‘hypen(하이픈)’이다.

가게 이름처럼 하이픈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박미정(여·37) 사장의 마음은 가게 곳곳에서 느껴진다. 5개의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아담한 내부, 노란색과 하얀색으로 칠해진 벽, 따뜻하고 은은한 노란 빛을 발하는 조명은 처음 방문한 이에게도 친숙한 느낌을 들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게에서 풍기는 달콤하고 맛있는 냄새가 발길을 붙든다.

이 가게의 대표 메뉴는 보기만 해도 침샘이 폭발할 정도의 진한 달달함이 느껴지는 ‘초콜릿 팬케이크’다. 팬케이크 특유의 부드러움에 달콤쌉쌀한 초콜릿의 풍미가 더해져 황홀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도톰하게 잘 구워져 진한 갈색빛을 띠는 팬케이크와 그 위에 아낌없이 올려진 초콜릿 덩어리들, 다시 그 위에 하얗게 흩뿌려진 슈가파우더, 뜨거운 팬케이크 열기에 살짝 녹은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생크림을 얹고, 마지막으로 캐러멜 시럽과 초콜릿 시럽을 뿌려 완성된 모습에 일단 보는 눈이 즐겁다.

엄청난 양의 다크초콜릿을 넣어 구워낸 이곳의 초콜릿 팬케이크는 일반적인 팬케이크와 비교할 수 없는 아찔한 달콤함을 선사한다. 밀가루와 팬케이크 가루를 섞고, 달걀, 우유를 넣는 것까지는 홈베이킹 팬케이크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이픈의 초콜릿 팬케이크가 특별한 것은 반죽에 진한 다크초콜릿을 아낌없이 넣는다는 것이다. 또한 쌉싸름한 초콜릿 맛과 색을 더 살리기 위해 반죽에 무가당의 코코아 가루도 첨가한다. 설탕을 넣어 만든 얕은 단맛과는 다른, 초콜릿의 쌉싸름함과 깊이 있는 단맛이 느껴지는 이유다.

하이픈의 모든 음식은 조리 시간이 10분~20분 정도로 비교적 오래 걸리는 편이다. 팬케이크도 반죽조차 미리 준비하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새롭게 반죽을 해서 구워낸다. 박미정 사장은 밀가루, 팬케이크가루, 우유의 양을 모두 계량해 반죽하고, 반죽에 들어가는 초콜릿만큼은 듬뿍 넣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반죽을 달군 팬에 약한 불로 굽는다. 프라이팬의 마모 상태에 따라 팬케이크가 익는 속도가 달라지기에 불 앞에서 계속 팬케이크 상태를 살펴야 한다.

완성된 팬케이크는 포크로 찔렀을 때 푹신하게 들어가는 부드러움에 한 번 반하고, 팬케이크 안을 꽉 채우고 있는 꾸덕꾸덕한 초콜릿에 다시 한 번 반하게 한다. 여기에 곁들여져 나온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려 함께 입에 넣으면 그 풍성한 달콤함에 또다시 반한다. 입안에선 갓 만들어져 따뜻한 팬케이크와 차가운 아이스크림의 극명한 온도 차가 재밌는 맛을 준다.

박미정 사장은 팬케이크의 그 달콤한 여운으로 손님이 오래도록 카페에 머물기를 바란다. 하이픈이 그저 음식만 먹으러 오는 곳이 아닌, 오래도록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혼자만의 여유도 갖는 공간이길 바란다고 했다.

몸과 마음이 춥게 느껴지는 날, 혹은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로 우울한 날이면 달콤함을 주는 곳, 하이픈을 방문하고 싶다. 언제나 달콤하고 아름답지만은 않은 우리네 삶에서 하이픈은 늘 같은 자리에서 달콤하고도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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