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많은 작품이 들어왔으나 태반이 허수였다. ‘민족고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한국어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글들이 많았다. 응모자의 신원을 알 수 없으니, 없는 김에, 없는 덕에, 아마도 외국에서 온 유학생일 거라 짐작해 본다. 음식이 입에 안 맞겠지만 부디 힘내세요, 외국인 여러분.

다행히도 나머지 절반은 수준이 꽤 높아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그중 몇몇 작품은 당장 신춘문예에 당선되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다. 「과일트럭 압류기」는 대민행정부서에 배속된 공익근무요원의 이야기다. 서사의 흐름이 일관되고 관찰 및 묘사에 충실하며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었다. 이 바쁜 세상에 남한테 글을 내놓을 땐 재미있게 쓰는 게 예의다. 아픔과 외로움을 마냥 하소연하는 글, 근엄한 훈계를 늘어놓는 글, 정신분열을 흉내 낸 글 따위는 도무지 재미가 없다. 재미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결말이나 제목 등 이 소설이 지닌 약점들이 상당 부분 가려졌다. 한편으로 춤추는 군인 아버지를 그린 「탱고, 흉상, 그리고 언더월드」는, 뭐랄까, 어쩐지 반칙 같은 소설이었다. 이 소설을 이루는 세련된 감각, 이야기 직조의 능수능란함은 대학생의 수준을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필경 집중적인 창작수련을 거쳤을 터인데, 한편으론 바로 그러한 점이 걱정되었다. 약간은 겉멋이 느껴졌고, 또 약간은 유행의 그림자도 어른거렸다. 어쩌면 이 작가는 갱신이 좀 필요한 게 아닐까? 동굴에 들어앉아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탱고, 흉상, 그리고 언더월드」는 다른 응모작들을 압도하는 소설이다. 이만큼 써냈다면 상찬이 주어져야 옳다. 잠시 품었던 우려는 다만, 이제 막 문단 진입을 꾀하는 젊은 후배에게 던져보는 매우 빤한 노파심일 것이다. 이런저런 잔소리는 싹 잊어버리고 잘하는 걸 계속 하시라. 문운을 빈다.

 

박형서 (인문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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