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대신문의 현상문예공모 시 부문에는 64명의 응모자들이 276편을 투고하였다. 예년에 비해 응모작이 늘었고, 작품의 수준도 다소 높아졌다. 대부분의 응모작들이 자기 내면을 응시하거나, 계절의 변화를 노래하거나, 사랑에 대한 상념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사회적 관심을 드러낸 시편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삶에 대한 자기 성찰을 촘촘한 언어로 박음질하여 젊음의 고뇌와 시에 대한 열정을 느끼게 해 주었다. 대학생들이 활자로 된 문학예술로부터 점점 관심이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다소 해소되었고, 문학의 지속성과 필요성에 대해 새삼 돌이켜 보게 되었다. 젊은 대학생들의 응모작들을 읽으며, 문학이 난처한 그들의 위안처이며, 용솟음치는 감성을 받아주는 섬세한 용기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특히 시는 젊은 대학생들에게 더 없이 좋은 친구이며, 투고자들은 모두 시와 그런 우정을 맺고 한 때의 삶을 진지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다만 시를 즐기는 차원을 넘어 예술적 경지로 다루는 면에서는 아쉬운 점도 많았다. 많은 시들이 대상을 묘사하기 보다는 관념적으로 서술하는 경향을 보였고, 독자와의 소통을 염두에 두지 않고 혼자서 중얼거리는 시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런 가운데 「연필」이란 시와 「검술연습」이란 시가 상대적으로 시적 완성도를 갖추고 있었다. 전자는 닳아지는 연필과 흑심을 사랑에 빗댄 이미지와 상상력의 전개가 돋보였고, 후자는 사랑을 검투에 빗대면서 검투과정을 드러내는 감각의 솜씨가 눈에 띄었는데, 전자가 언어구사와 형식면에서 더 안정감을 주고 있어 전자를 우수작으로, 후자를 가작으로 삼았다. 당선자에게 박수를 보내며, 투고자 모두의 건투를 빈다.

고형진 (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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