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스러운 20대의 성, 다양한 교육으로 접근해야
당황스러운 20대의 성, 다양한 교육으로 접근해야
  • 심정윤 기자
  • 승인 2015.11.02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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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성교육 좌담회

성교육, 성 상담 등을 진행하는 포털 푸른아우성의 ‘2014년 상담 통계 및 경향 분석’에 따르면, 총 상담 수 5305건 중 33%(1743건)가 20대 대상이었고, 그 중 성관계와 관련한 상담이 41%(714건), 성 지식 관련 상담이 10%(167건)를 차지했다. 또한 179건의 성폭력 상담 중 38%(68명)가 20대가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에서 20대의 성관련 문제가 빈발하는 만큼 적절한 성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고등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은 이후 성교육에서 멀어진 20대는 성에 대한 지식이 얕아 성 가치관에 혼란을 겪거나 의도치 않은 사고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에 본지는 대학생이 성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들어보기 위해 본교생 5명을 모아 좌담회를 마련했다. 좌담회는 10월 29일 오후 7시 30분 고대신문사에서 진행했다. 성과 성교육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듣기 위해 좌담회는 익명으로 진행했다.

 

▲ 사진|서동재 기자 awe@

- 10대 때 어떤 성교육을 받았나

E|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성교육을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11살 때 처음으로 학교에서 성교육을 받았는데 보건선생님이 진행했다. 일 년에 2번 정도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외부 특강도 실시됐다. 하지만 남녀의 신체구조 차이를 설명하는 등 늘 뻔한 내용이었고 중고등학교 때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C|초등학교 4학년 즈음 첫 성교육을 받았고, 한 학기에 2번 정도의 성교육을 보건선생님이 진행했던 것 같다. 일회성이고 체계적이지 않아 ‘시간 때우기’의 느낌이 강했다. 중학교 땐 주로 가정시간에 성교육을 받았는데, 교재에 나온 성 관련 내용을 훑어보는 식으로 배웠다. 그 외 자료는 동영상 시청이 전부였다.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성교육을 받지 못했다.

D|초등학교 때는 외부 강사가 와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진행했다. 하지만 교육이라기 보단 수업을 빠지고 노는 시간이란 느낌이 강했다. 한번은 낙태 동영상을 틀어줬는데, 동영상이 너무 적나라해 초등학생에게 왜 굳이 그걸 보여줬는지는 의문이다. 성폭행에 대해서도 교육을 받았는데, 현실에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받았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중학교 때는 가정 교과서를 바탕으로 배웠던 것 같다. 특목고를 다녔는데 그 땐 성교육을 전혀 하지 않았다.

B|나 역시 보건 선생님의 성교육과 더불어 가정, 체육시간 때 성교육을 받았다. 딱히 기억에 남는 내용도 없었고, 시험에 나오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성교육 시간 자체가 지루하고 그저 쉬는 시간 정도로 여겨졌다.

- 대부분 성교육이 뻔한 내용 위주로 관성적으로 진행됐다는 의견인데. 조금이라도 기억에 남는 성교육은 없었나

B|그나마 기억에 남는 건 중학교 때 배운 피임방법이다. 그 때 선생님이 직접 피임도구를 가져와서 강의를 했다. 지금도 그 때의 성교육은 잘 받았다는 생각을 한다.

A| 고등학교 때 생물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생식기와 관련해 실질적인 성교육을 해주셨던 게 기억난다. 당시 선생님이 바나나와 콘돔, 피임약을 가져와서 콘돔 사용법을 자세히 설명 해주셨다. 또한 피임 주기, 여자의 월경, 여자친구가 생겼을 때 어떻게 배려하는 것이 좋은 지 등도 말씀하셨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다.

- 과거의 성교육이 현재의 성 가치관의 형성과 성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E|추상적이긴 해도 성이 부끄럽거나 더러운 게 아니라 자연스럽고 소중한 것이라고 배운 점이 기억에 남는다. 그 부분이 성 가치관 형성에 많은 도움 되었다.

D|10대 때 이성애 중심적인 교육을 받아 대학 입학 후 내 성적 취향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대학에 입학해 처음 페미니즘을 접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내가 이성애자가 맞는 것이냐는 고민이었다. 과거 이성 연애 경험이 있고 성적으로 느꼈던 대상도 남성이었기에, 당연히 난 이성애자라 생각했고 남자를 사귀는 것이 맞다고만 생각했다. 10대 때 이성애 중심적인 교육을 받고 그런 환경에서 살아왔기에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A|대학 입학 후 혼전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진 여자친구를 만난 적이 있는 데, 당시 연인 관계에서 성관계가 필수적인 건지에 대한 성적 고민도 했던 것 같다. 이런 고민의 순간에 과거에 받은 성교육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진 않았다.

- 대학생에게도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E|확실히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성관계 등의 주제를 공신력 있는 기관이 아니라 상업적 영상물, 포르노 등을 통해서만 접하고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가족 이론 수업을 들었는데, 수업 중에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을 직접 불러서 특강을 했고 전문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이렇듯 대학에서 특강 강좌를 여는 식으로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성교육을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

D|나도 대학에서 성교육을 배우기 전에 이전 교육과정에서의 성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대학생에게도 성교육은 필요하고 생각한다. 사회 자체가 어떻게 보면 이성애자이면서 장애가 없는 남녀를 중심으로, 혹은 남성 중심으로 교육이 진행된다.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없이 다른 성적 지향을 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여성주의 교양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를 보는 교양이 늘어난다면 대학이 꼭 성교육을 하진 않더라도 대학생의 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할 것 같다.

C|성교육은 어떤 식으로든 대학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특히 데이트 폭력, 강간, 성매매에 대한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성매매는 윤리적으로 옳고 그른 것을 떠나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데, 그것에 대한 인식 없이 주변에서 성매매를 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 그렇다면 바람직한 성교육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D|성교육이 현실에 가깝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콘돔 사용법을 따로 배우지 않아 콘돔을 처음 사용할 때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서 당황스러웠다. 성교육 시간에 실제로 콘돔을 보여주며 사용법을 알려주는 건 필수로 가르쳐야 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학생들이 본인이 성폭행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한 교육도 문제다. 초등학교 때 아는 남동생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너무 당황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상대 아이가 가해자가 될 수 있단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런 부분도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성교육에 사용되는 자료 자체가 너무 옛날 것이며 영상 자료도 오래 전 자료를 쓰고 있다. 자료가 업데이트 돼야하고 시대의 변화도 반영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성교육에 성정체성에 대한 부분이 꼭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션스쿨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당시에 받은 성교육에서 이성애 외에 다른 성정체성은 부정적으로 그려졌다. 교리 상 공유되는 부분이니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교육을 같이 받은 친구가 동성애자였는데 그 친구가 상처받았을 걸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동성애를 하면 지옥에 간다’, ‘더러운 짓이다’, ‘인간 이하의 일이다’라는 등의 말을 들었을 때 그 친구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생각하면 그런 교육은 굉장히 폭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B|성교육이 구체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실제 조형물을 보여주며 피임법을 구체적으로 교육하는 게 어린 학생들에게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겠지만, 이론에 갇히기 보단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이런 교육도 진행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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