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서동재 기자 awe@

‘하고 싶은 일이 모두 과목이 되는 공존학교’라는 열정대학에는 ‘섹스학과’가 있다. 2014년 2월에 신생된 섹스학과엔 최근 7기가 졸업했고, 곧 8기도 모집한다. 섹스학과에서 20대를 대상으로 섹스학개론을 강의하는 이석원 씨는 섹스학과의 유쾌한 성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석원 씨는 성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성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성에 대한 공부를 한 것이 첫 계기였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전문가가 돼야겠다는 건 아니었어요. 첫 경험을 23살에 했는데, 당시 여자친구에게 성관계 문제로 상처를 줬었어요. 저부터 성에 대한 왜곡된 생각이 있었던 것이 원인이었죠. 그 이후 상대방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성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게 쌓여 열정대학에서 섹스학과를 만들게 되었어요. 섹스학과 4기까지는 학생들과 같이 모여서 공부하다가 5기 때부터 제가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성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일단 저부터 변화됐고, 저랑 같이 함께했던 친구들의 변화를 통해 진로에 대한 확신이 보였어요. 그게 저를 지금의 성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게 하였죠.”

이석원 씨는 성교육 전문가로 진로를 결정하게 된 이유에 자신의 가치를 발현할 수 있는 일이자 재미있고 현실에 와 닿는 성교육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주 중요한 교육인데,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많은 이들이 성교육은 생물학적인 성의 차이를 배우는 것, 재미없고 딱딱하다는 인식이 많아요. 제가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하며 본래 레크레이션 MC쪽에 꿈이 있었는데, 이것과 성을 결합하면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재미있는 성교육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섹스학과는 기본강의와 함께 기수마다 특징적인 프로젝트가 있다. 1기 땐 성교육 팟캐스트, 2기 땐 섹스학개론, 3기 땐 토크 온 섹스, 4기 땐 20대 성 실태 설문조사, 5기 땐 성인용품점 다녀오기, 6기 땐 성 역할극, 최근 7기 땐 성 소수자인 양성애자를 초대해 특강을 진행했다. 다소 적나라하게 들릴 수 있는 학과 명칭에 대해 이석원 씨는 웃으며 대답했다. “‘성교육 학과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섹스 안에 모든 게 담겨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섹스라 하면 가장 먼저 성관계를 주로 떠올리지만, 섹스 안에는 사랑과 생명, 젠더, 그리고 성관계가 함께 다 포함된 것이잖아요. 섹스에서 파생된 게 사랑이란 개념이기도 하니 상대방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는 섹스학과라고 만들게 된 거죠.”

이석원 씨는 말로만 듣고 배우는 성교육이 아니라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성교육을 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지금 학교 성교육의 맹점은 학생 뿐 아니라 교사도 자기 입장에서만 얘기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성교육을 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토의식 성교육이에요. 강의할 때 주제를 던지면 남녀 2명이 한 조가 되어 토의하죠. 처음엔 ‘남녀가 어떻게 성을 이야기해’라고 하는데, 성에 대한 얘기가 절대 야한 게 아니잖아요. 그런 대화의 장을 섹스학개론 2기 때 만들어 주니까 처음엔 머뭇거려도 진행하다보면 학생들이 너무 말을 잘해요. ‘내 자식이 포르노를 보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성과 성관계를 하려는데 콘돔이 없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 현실적인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토의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럼으로써 배우는 당사자가 얻어가는 게 많은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은 강연이나 콘텐츠라도 듣는 사람에게 도움이 안 되면 문 닫고 나가는 순간 끝인 거니까요”

이석원 씨는 성교육을 진행하면서 ‘아니, 어떻게 이렇게까지 모르지’라는 사례를 종종 보며, 성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커리큘럼 중 ‘성 지식 바로 알기’라는 분야가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아요. OX 퀴즈를 하는데 헷갈려서 틀리는 경우가 꽤 있죠. 예를 들어 ‘생리대 사이즈는 엉덩이 크기에 비례한다’에 바르다고 답을 하거나 심지어 생리대를 팬티 밖으로 차는 줄 아는 남자분도 계실 정도로 잘 모르는 경우가 있는 게 충격적이더라고요.”

끝으로 이석원 씨는 20대에게 성에 대한 공부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해야한다고 강조했다. “20대는 맛집을 찾거나 미용실을 한 번 가려고 해도 인터넷 바로바로 찾아보잖아요. 근데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나에 대한 정체성 알 수 있는,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에서의 관계, 내가 자녀를 낳을 때까지. 평생에 함께하는 성에 대해서는 왜 공부하지 않을까요? 성에 관련된 좋은 책들이 너무 많아요. 근데 아무도 안 읽어요. 일 저지르고 찾지 말고 미리미리 어떻게 사랑하고 배려하는지를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우리 공부해요. 제발!”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