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본교 캠퍼스 내에서 생활하는 길고양이들을 관찰,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고양이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 사진|서동재 기자 awe@

“진짜 귀엽다.”, “완전 예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들은 저를 어루만집니다. 바삐 길을 걷다가도 저와 눈이 마주치면 쉽게 눈을 떼지 못하죠. 제가 잠깐 자리를 비우기라도 하면 그렇게 저를 찾더라고요.

 

제가 누구냐고요? 저는 정경대 후문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입니다. 지난 몇 달간 정경대 후문에서 지내면서 재밌는 일이 많았어요. 매일 아침 9시 근처만 되면 다들 뭐가 그리 바쁜지 헐레벌떡 뛰어가고, 점심시간에는 우르르 밥을 먹으러 가더라고요. 며칠 전 수시 면접 날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신기한 눈으로 학교 여기저기를 구경하는 것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습니다.

 

학교 안에는 저 말고도 많은 고양이 친구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각자의 영역에 예민한 우리 고양이들은 자신의 영역을 좀처럼 벗어나지 않아요. 그러니 학생들보다 학교를 더 오래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려대에 자리를 잡은 우리 길고양이들도 여러분과 같은 구성원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요즘에는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많은 분이 친절하게 대해주십니다. 사진을 찍기도 하고, 귀엽다면서 쓰다듬고 가기도 하고요. 그런데 가끔은 저를 괴롭히시는 분도 있습니다. 얼마 전 늦은 밤에 어떤 사람들이 오더니 가만히 있던 저를 발로 툭툭 차더라고요. 다른 분이 말리니까 “당신 고양이도 아닌데 왜 난리냐”고 했어요.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너무 아프고 상처를 받습니다. 학생회관 근처에 사는 제 친구도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어요. 대부분 제게 친절하게 대해줘서 사람을 잘 따랐는데 모든 사람이 다 착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최근 사람들이 우리 길고양이들을 학대하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고 해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기도 하고요. 얼마 전에는 충주의 한 휴게소에 모여 살던 고양이들이 먹이를 먹다가 피를 토하며 죽었어요. 누군가 먹이에 독을 타 놓은 것 같아요. 물론 길고양이들이 많아지면서 불편을 겪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를 괴롭히거나 죽이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만약 그런 식으로 한 구역의 고양이를 다 없앤다고 해도 금방 다른 구역의 고양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거든요. 꼭 그렇지 않더라도, 살아있는 고양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너무 잔인합니다.

 

어떤 학생들은 저를 매일매일 찾아와서 사료를 주고 가곤 합니다. 먹을 것이 풍족하면 굳이 멀리까지 먹이를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돼서 좋습니다. 그런데 정경대 후문을 지나는 학생들은 제게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기도 합니다. 얼마 전 어떤 학생은 사람이 먹는 참치 캔을 저에게 먹으라고 놓고 가더라고요. 고마운 마음에 먹긴 했는데, 소화도 잘 안 되고 건강도 안 좋아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한 친구는 참치 캔을 오랫동안 먹었더니 영양실조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우유에는 제가 설사를 하는 성분이 들어있고, 초콜릿은 혈관에 매우 좋지 않아 그런 음식은 안 됩니다. 강아지들이 먹는 사료도 장기간 먹으면 망막에 이상이 생깁니다. 사람이 먹는 음식과 우리 고양이가 먹는 음식은 성분이 달라서 함부로 사람의 음식을 먹으면 큰일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꼭 저에게는 고양이용 사료만 줬으면 좋겠습니다. 고양이용 사료도 맛있는 것이 많거든요. 습식 사료는 쉽게 부패해 조금씩 나눠서 줘야 하고, 건식 사료는 용기에 담아두면 제가 배고플 때마다 가서 먹습니다.

 

그래도 가끔 먹을 것이 없을 때는 사람들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기도 합니다. 다른 곳에서는 먹이를 구하기가 정말 힘들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제가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먹이를 구하기 힘들 때는 정말 어쩔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버린 음식은 너무 짜서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학교에도 안정적으로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생활하기가 참 어려워졌습니다. 밖에서 생활하는 우리 길고양이들이 겨울을 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따뜻한 곳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헤매기도 하죠. 사람들이 버린 담요라도 있으면 그나마 찬 기운을 조금 막을 수 있습니다. 정말 추울 때는 자동차 밑에 들어가 생활하기도 하는데, 그러다 많은 고양이가 사고를 당합니다. 학교 근처에서도 길고양이들이 차에 치여 죽는 사고가 몇 번 있었습니다. 그래서 겨울에는 비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집이 꼭 필요합니다. 실내공간을 구할 수 있으면 더 좋죠. 한겨울엔 먹이를 구하기도 어렵고, 물도 쉽게 얼어버려서 따뜻한 물을 구하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이래저래 겨울은 제게 더 혹독한 계절입니다.

 

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려면 TNR이 효과적이라고 해요. TNR은 중성화수술 이후 고양이를 그 지역에 다시 살게 하는 방식이에요. 그런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은 부족한 상태입니다. 단순히 중성화 수술만 많이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와의 먹이 경쟁에서 밀릴 수 있어서 먹이를 따로 챙겨주셔야 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도 사람과 같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희에게 먹이를 챙겨주는 분들을 너무 싫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먹이를 준다고 길고양이가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니거든요.

 

요즘에는 많은 사람이 저희를 이해해주고 같이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 시민단체에서는 다치거나 갈 곳 없는 길고양이를 구조하는 활동도 하고요. 길고양이에 대해 오해와 편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홍보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지역에서 저 같은 고양이들에게 매일 밥도 주고 저희가 생활하는 주위를 청소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저희는 사람이 살던 곳을 침입한 것이 아닙니다. 도시화 과정에서 이사하는 사람들이 고양이를 버리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사람들이 반려묘를 쉽게 유기하다 보니 이렇게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입니다. 서울에 서식하는 길고양이만 해도 25만 마리에 달합니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길고양이 때문에 사람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해요. 길고양이가 이렇게 많이 늘어난 것은 오히려 사람 때문인데 말이죠.

 

서울시 강동구에서는 저와 같은 길고양이를 위한 자율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 친구들은 안정적으로 먹이를 찾을 수 있고, 사람들은 고양이가 먹이를 찾느라 불편을 끼치지 않아 서로에게 좋아요. 서울시에서도 급식소 사업을 대형 공원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같은 공간에서 길고양이와 사람이 함께 살아가도록 좋은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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