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서동재 기자 awe@

12일 서울도서관에서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 림보 씨가 진행한 ‘야, 너로 불리는 수상한 노동세계’ 강연과 그의 저서 <십대 밑바닥 노동>을 바탕으로 청소년 노동문제를 짚어봤다.

 

 

 

 

#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했던 청소년은 주방에서 빵을 조금 태웠다는 이유로 탄 빵을 입에 쑤셔 넣은 ‘가르침’을 받고서는 일을 그만뒀다고 한다. 배달 일을 했던 청소년은 태풍 속을 뚫고 배달을 다녀왔는데도 ‘빨리빨리’ 재촉만 하는 사업주를 보고서는 ‘죽으라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한다. 일 자체의 고단함보다 자기를 대하는 모욕적 태도가 더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이런 모욕을 견디며 손에 거머쥔 임금도 너무 초라하다. 워낙 임금이 낮다보니 형편이 열악한 청소년은 더 오래 일하거나 여러 일자리를 뛰어 필요한 수입을 채울 수밖에 없다. 그만큼 모욕을 견뎌 내야 할 시간이 늘어난다. 그래서 청소년의 노동은 밑바닥이다.

-<십대 밑바닥 노동>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1년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의 노동 경험률은 29.1%이다. 청소년 노동자 중 45.6%의 청소년들이 하루 6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림보 씨는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을 하는 것은 단순히 경험을 위해서가 아닌 생계 유지와 같은 목적이 있는 온전한 노동”이라고 말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 2013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연령별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미성년자인 청소년 노동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불이익을 경험한 청소년은 23.3%다. 부당한 경험으로는 폭언 등 인격 모독이 40.2%로 가장 많았고 업무로 인해 다치거나 질병 걸린 비율이 27.7%로 뒤를 이었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44.9%가 별 다른 저항 없이 참고 일했고, 39.3%는 일을 그만 뒀다. 림보 씨는 “청소년 노동자가 부당한 경험을 겪은 뒤 올바른 대응을 할 수 없는 이유는 상담과 지원 체계가 부족하고 노동 관련 교육도 미진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청소년 노동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청소년 고용 사업장이 노동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집중 감독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이미 수차례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건진이가 첫 번째 일터에서 경험한 ‘근로 감독’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사장님은 법망을 피해 가는 방법에 무척이나 능숙했고, ‘암행어사’처럼 등장할 줄 알았던 근로감독관은 사장과 미리 약속하고 사업장을 방문했다. 건진이는 일하는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현실을 또 한 번 절감했다.

-<십대 밑바닥 노동>

 

청소년이 일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한 관리와 감독은 근로감독관이 적다는 이유로 매년 형식적으로 이뤄졌다.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위법 사건에 비해 적발 시의 처벌은 미미하다. 림보 씨는 “허술한 근로 감독은 노동인권 침해를 예방하기에 역부족”이라며 “근로감독관에 대한 정기적 교육과 충분한 운영 예산 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은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일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 휴일(급여가 지급되는 휴일)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주휴수당이라 부른다. 건진이도 하루 12시간씩, 일주일에 6일씩 일을 했으니 당연히 주휴수당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시급이 5천 원으로 책정되어 있었으니, 건진이는 매주 6만 원의 주휴수당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건진이도 동료들도 주휴수당은커녕 월차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일을 했다. 근로기준법에 보장돼 있는 휴게 시간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십대 밑바닥 노동>,

 

청소년 노동자들은 추가수당은커녕 법에 보장된 휴게 시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기존 계약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 일을 시킬 경우 기존에 합의된 시급에서 50%를 더 지급해야 한다. 또한 1시간 단위로 계산되는 시급이기에 30분을 일해도 1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법이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청소년 노동자들은 절대적 약자의 위치에 서있다. 림보 씨는 정부 차원에서 청소년에게 근로 경험을 제공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캐나다의 ‘청소년 고용 할당제’를 참고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학교나 청소년 관련 기관들에서만큼은 청소년에게 정상적인 일자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작은 움직임들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청소년유니온,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등이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서명 운동과 같은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현재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서 활동 중인 림보 씨는 ‘청소년 노동’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초로 노동을 경험하고 노동에 대한 의식을 갖게 될 청소년 노동이 ‘밑바닥 노동’이 아닌 ‘존엄한 노동’이 될 때 사회 전체의 노동의 수준이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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