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 이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때
감정노동, 이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때
  • 이영나 기자
  • 승인 2015.11.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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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문제연구소와 노동대학원(원장=조대엽)이 ‘감정노동과 노동사회’를 주제로 13일 국제관에서 심포지엄을 진행했다. 심포지엄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김문호 위원장의 축사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무한경쟁의 성장주의로 인해 발생한, 물질적인 것에 대한 극단적 열망을 감정노동 문제의 근원으로 꼽았다. 그는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에게 무제한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감정노동 문제의 주요 원인이 됐다”며 “감정노동 피해 노동자를 구제하기 위한 매뉴얼 마련, 고객의 권리와 직원 보호를 동등하게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 등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행동이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 사진|서동재 기자 awe@

감정노동의 위기진단

‘감정노동의 사회학’을 주제로 신경아(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발표했다. 감정의 사회적 위치는 변화해왔다. 고전 사회학 이론에서 항상 비합리적인 것으로 간주되던 감정에 대해 반박한 것은 페미니스트들이었다. 2000년대 초반 사이먼(Williams Simon)의 연구에 따르면 페미니스트들은 이성적 사고로 세계를 통제할 수 있다는 이성중심적 사상은 남성의 경험에서 비롯된 환상이라 여겼다. 이들은 이성과 감정, 머리와 마음은 상호작용을 주고받는 것이라 주장하며 감정이 오히려 이성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감정은 후기근대사회로 올수록 생산의 도구이자 이윤추구의 수단이 됐다. 신 교수는 “감정의 상품화를 시작으로 감정을 관리하고 제조된 감정을 판매하는 산업이 팽창하면서 심리상담사와 같은 대중요법 전문가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감정의 상품화로 발생하는 ‘감정노동’은 미국의 사회학자 혹실드(Arlie R. Hochschild)가 최초로 개념화했다. 혹실드는 ‘노동자들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그들의 감정을 관리하도록 기대되는 과정’이 감정노동을 야기한다고 여겼다. 개인의 감정을 관리하는 영역이 공적 노동 영역으로 확장될 때, 감정노동이 나타나는 것이다. 신 교수는 “감정노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정의 인지와 표현이 문화와 사회구조에 의해 어떻게 규제되는지, 이어서 집단과 조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가의 문화에 따라 감정노동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충동적 특성을 지닌 프랑스 문화는 노동자들의 자율적 감정 표현을 허용하는 반면, 제도적 특성을 가진 미국은 노동자들의 감정 표현을 사회가 요구하는 제도적 감정규칙에 따라 감정을 표현하도록 한다. 2014년 발표된 알렌(Joseph A. Allen)의 연구에서는 집단주의 문화에서 개인주의 문화에서보다 감정노동이 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개인의 감정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문화에서 감정노동의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감정노동이 만연한 사회에 대해 사회학자 사이먼과 메스트로비치(Stepan G. Metrovi)는 서로 다른 평가를 했다. 사이먼은 감정이 상품화된 사회를 ‘감정사회’라 칭했다. 그는 △합리성에 대한 도전 △소비문화와 감정노동의 확대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감정의 과도한 노출 등을 ‘감정사회’의 특징으로 꼽았다.

반면 메스트로비치는 감정을 제조하고 관리하는 기술적 개입이 이뤄지는 사회를 ‘탈감정사회’라 정의했다. 개입되는 감정들이 거짓된 감정이라 여긴 이유에서다. 나아가 그는 한입 크기로 포장돼 합리적으로 제조된 감정을 소비하는 ‘감정의 맥도날드화’를 정의했다.

노동자와 고객의 상호권리 명시해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감정노동의 사회적 논의와 대응 그리고 제도화 문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서비스 산업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감정노동자의 인권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보고서에서 감정노동 문제가 제시된 이후 지속적으로 감정노동 문제의 대책이 논의됐다. 올해 국회에서 ‘감정노동종사자 보호를 위한 공청회’가 진행됐고, 서울시의회에서는 ‘감정노동 관련 조례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리기도 했다.

김종진 연구위원은 올바른 감정노동 문제 대응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기업의 과잉 친절 강요와 노동자에 대한 일방적 통제를 탈피할 것을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감정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감정노동자의 역량 개발을 지원하는 분위기 형성이 필요하다”며 “감정노동자와 고객의 상호권리와 의무를 명시해 감정노동 종사자들의 존엄성과 노동을 존중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2부에서 진행된 종합토론 ‘감정노동의 법제화와 기업의 역할’에서 감정노동 전국네트워크 이성종 집행위원장은 감정노동을 유발하는 요인과 사회적 합의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감정노동의 가장 큰 유발원인으로 ‘블랙컨슈머(진상고객)’을 꼽았다. 이 위원장은 “기업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기업이 블랙컨슈머의 비상식적 요구를 들어주고 피해입은 재산 상 손해는 곧 소비자가 구매해야 할 상품의 가격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기업이 블랙컨슈머를 재생산하는 셈이다.

이어 그는 “감정노동자와 소비자, 그리고 기업과 소비자 관계가 사회적 합의에 따라 재구성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는 ‘감정노동을 생각하는 소비문화’를 만들고 기업은 과도한 친절이 아닌,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정보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노동자와 소비자, 기업, 정부 등이 함께 사회적 합의를 통한 해결을 모색하여 감정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누리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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