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본인제공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했어요. 대학 시절에도 방학 때면 스케치북을 들고 여행을 다니곤 했죠.” 김영수(건축공학과 73학번) 구필화(口筆畫) 작가는 지난달 22일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주최한 제25회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에서 서양화 ‘시티 스토리(CITY STORY)’로 대상을 수상했다.

‘작업의 예술성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는 김영수 작가는 본래 건축가를 꿈꿔왔다. 대학 2학년부터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났던 그는 졸업 후 자신이 척추성다발신경염임을 알게 됐다. 건축가를 꿈꾸던 그는 졸업 후 건축설계회사에 입사했지만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 “몸이 나날이 약해져 건축을 그만두고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했죠. 하지만 제겐 그것마저 허락되지 않았어요.”

28세가 되던 해에 치료를 받고 미술을 배울 생각으로 동생과 뉴욕으로 떠났지만 병원 이곳저곳을 다녀도 치료방법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옆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고 결국 1985년에 귀국했어요. 삶의 희망 없이 하루하루 그렇게 칠흑 같은 6년을 보냈어요.” 신문 시사만평도 모아보고, 책도 읽고, 바둑공부도 했다. 하루하루 집히는 대로 할 것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의 삶은 더욱 시들어갔다.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는지, 왜 하느님은 아무 응답도 없는지 매일 절규에 가까운 기도를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습관적으로 켠 TV 속에 휠체어를 탄 채 입에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었다. ‘저렇게도 그림을 그릴 수 있구나, 나도 해보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 그는 바로 그 다음 날 아침, 연필을 물고 선을 그었다. 그날부터 그렇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손으로 그리는 것보단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어요. 하지만 다시 그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새 팔을 얻은 기분이었죠.”

▲ 사진|본인제공

‘인생은 자기와의 싸움이다’라는 김영수 씨는 6년 전부터 청자의 상감기법으로 드로잉 선을 표현한 작품 시티스토리(CITY STORY) 시리즈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산동네를 소재로 작업을 진행 중이며 2년 안에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김영수 작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면서 동시에 장애인화가 지망생을 돕고 싶다고 했다. “제 삶은 연필을 입에 문 그때부터 다시 시작됐어요. 이젠 제 자신을 받아들이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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