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벗어난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언제나 설렘과 기대감으로 들뜨는 일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많은 것들을 고려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여행할 때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정하는 것이다. 여행에 가장 적합한 교통수단을 선정하기 위해선 시간, 비용, 편리성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한다. 교통수단은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것을 넘어 이동하는 과정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여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버스로 떠나는 여행을 망설이고 있는 당신을 위해 버스여행 관련 책을 집필한 작가 2명의 이야기와 본교생 3명의 버스여행 후기를 함께 소개한다.

 

▲ 일러스트| 김예진 전문기자

버스여행만의 특별한 매력

첫 버스 여행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버스 여행은 혼란스럽고 번잡하게만 느껴질 수 있다. 마을버스, 시내버스, 시외버스, 시티퉅어버스, 고속버스, EBL 패스 등 버스의 종류만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환승할인이 되지 않는 시외버스를 이용해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것은 비용 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굳이 버스를 이용해 여행할 필요가 있을까’란 질문에 유경험자들은 버스여행의 매력과 즐거움을 말하며 일단 떠나 볼 것을 권한다.

책 <대한민국 버스여행>의 저자인 박준규 작가는 어린 시절 경북 문경의 외갓집을 가기 위해 완행버스를 탄 게 첫 버스여행의 기억이라고 한다. 당시 점촌에서 농암을 거쳐 가은으로 가는 완행버스는 지금으로 치면 농어촌버스라 불린다. 외갓집을 가며 버스 여행을 한 뒤부터 버스여행 전문가가 된 지금까지, 버스여행 경험과 노하우를 대중에게 알리고자 책도 집필하게 됐다. “최근 다녀온 버스여행 중에선 올해 7월 속초 여행이 기억에 남아요. 속초는 기차가 없어 버스로만 갈 수 있는데, 시내버스로 설악산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올라가 설악산과 속초시내를 바라보니 정말 상쾌하더라고요. 그 때 당시에 케이블카 대기 줄이 길어 미리 표를 구입하고 신흥사를 가는 길이었어요. 계곡이 있어서 탁족놀이를 즐기고 있는데 어떤 여자 분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사진을 찍어주며 친해졌죠. 같이 식사도 하고 재밌게 보냈던 기억이 있어요. 이 외에 버스를 통해 연을 맺은 분들 중 아직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게 버스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죠.”

20대에게 추천하는 버스여행

스펙을 쌓느라 지친 대학생, 졸업 후 취직준비를 하느라 여행 갈 여유조차 없던 사회 초년생에게 책 <버스타고 주말여행>의 저자인 안혜연 작가는 생각보다 많은 곳을 차 없이 버스로 여행할 수 있다며 본인의 취향에 맞는 버스 여행을 해볼 것을 추천했다. “해외 여행할 땐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면서 우리나라를 여행할 땐 차 없이 어떻게 가냐는 말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오히려 전 버스로도 국내여행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호기롭게 버스로 전국여행을 다녔죠.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니 제가 특정 여행지를 추천하긴 어렵지만, 본인이 도시를 좋아하는 지 시골을 좋아하는 지부터 시작해 취향에 맞는 여행지를 직접 찾아다녀보면 좋을 것 같아요.”

한편 박준규 작가는 여행할 때 ‘고속버스계의 내일로’라 불리는 ‘EBL 패스’를 적극 이용하라고 추천했다. EBL 패스는 연령제한 없이 일정 기간 내 전국의 모든 고속버스를 무제한으로 탑승할 수 있는 패스로, 4일 간 이용가능하며 좌석을 배정받아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EBL 패스 중 제가 이용해 본 코스는 ‘서울-경주-부산-전주-광주-담양-광주-서울-삼척-강릉-서울’이에요. 거의 전국을 다니면서 담양 국수, 경주 황남빵, 전주 풍년제과 등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녔죠.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죽녹원 등의 관광지와 함께 알찬 여행을 했어요. 다닌 코스에 비해 교통비도 많이 절감할 수 있어서 대학생들이 이걸 잘 활용해 여행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알차고 편리한 버스여행

버스여행을 한 경험이 있는 본교생들은 대부분 국내여행에서의 버스 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경훈(인문대 미디어문예창작14) 씨는 올해 1월 친구 4명과 함께 4박 5일 일정으로 전라도 여행을 다녀왔다. 한 씨는 순천, 여수, 전주, 보성 곳곳을 다니며 유명한 관광지들을 버스로 편하게 다녀올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자가용보다는 버스를 이용해 비교적 저렴하고 편리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만 수도권에 비해선 버스 차종이나 이용안내 등이 지역 주민 위주로 되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여행객들은 지역 내 마을버스나 근접한 도시 간의 시외버스 이용을 하게 될 텐데, EBL 패스가 이런 시스템과 연계된다면 여행객들이 이용하기 더욱 편리할 듯해요.”

박정훈(경영대 경영08) 씨는 올해 7월 홀로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다. 강원도라는 지리적 특성상 버스를 이용한 박 씨는 쾌적하고 편하게 여행했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북적거리지 않는 여행을 선호한다면 버스 여행을 가셔도 좋을 것 같아요.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기차로 닿지 않는 여행지를 둘러볼 수 있고, 짧은 시간에 많은 여행지를 둘러보기에도 좋더라고요. 시간과 노선에 얽매이지 않고, 여행지 간 이동할 때 불편함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버스를 타는 모든 과정이 여행의 일부

버스여행은 교통정체의 영향을 받고, 버스 간 환승이 어려워 버스 여행을 떠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차금열(경영대 경영13) 씨는 장시간 이동엔 버스가 기차보다 불편하며 추가 교통비 지출이 많은 점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작년 11월에 EBL패스를 이용해 버스 여행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내일로를 2번 이용해본 것과 비교했을 때 고속버스만 이용이 가능해 추가 교통비 지출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전 다시 국내여행을 한다면 그 비용을 내일로 여행의 식비로 쓰는 게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차 씨는 장거리여행이 아닌 일상에서 버스를 탈 때에도 여행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햇빛이 잘 드는 날, 귀에 이어폰을 꼽고 책 한권 들고 버스타면 그것도 하나의 버스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안혜연 작가는 기차여행과 버스여행을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할 순 없지만 여행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까지 모두 여행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버스는 점과 점의 연결이 아닌 선과 선의 연결이라 할 수 있어요. 여행의 목적지로 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버스를 타고 다니는 모든 과정이 여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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