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요일 오후, 지하철 4호선 명동역에 사람들이 쏟아져 내렸다. ‘재미로’로 이어지는 3번 출구로 나오니 플리마켓이 한창이었다. 플리마켓에는 만화 <마법천자문>의 조형물이 거대하게 서 있었다. ‘타요버스’ 모양의 버스 정거장도 눈길을 끌었다. 플리마켓 옆 재미로 안내판을 보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재미로를 찾은 오권욱(남‧21) 씨는 “인터넷을 통해 이 거리에 대해 알게 됐다”며 “사진 찍을 곳도 많고 이런 곳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3년 조성된 재미로는 명동역과 남산에 있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를 연결하는 만화‧애니메이션 거리다. 거리 곳곳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자리 잡고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길거리 자체가 하나의 전시공간으로 사용되는 이곳에는 유명 애니메이션인 뽀로로, 라바를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들이 골목골목 숨어있다.

▲ 사진|장지희 기자 doby@

재미로를 따라 양옆으로 들어서 있는 가게들의 간판은 각 가게의 특성에 맞는 캐릭터들로 장식돼 있었다. 한 편의점에는 인기 웹툰 <와라 편의점>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간판 옆에 그려져 있고 한 삼겹살집 간판은 직장생활을 표현한 웹툰 <무대리>의 캐릭터들이 회식하는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근처의 가게에서는 여성 두세 명이 사람만한 <뽀로로>의 캐릭터 ‘포비’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거리를 걷다보면 다른 건물과 달리 밝은 주황색을 띠는 건물이 보인다. 만화 전시 공간인 ‘재미랑’이다. 현재는 ‘서울×돗토리 만화왕국 in 재미로’라는 주제로 전시 중이다. <명탐정 코난>을 비롯한 만화로 유명한 일본 돗토리 현의 만화들을 전시하고 있다.

재미로의 끝에는 만화 언덕이 있었다. <마음의 소리>, <달려라 하니>, <영심이> 등 국내 만화‧애니메이션 작품 캐릭터들이 언덕 쪽의 담장에 그려져 있다. 저녁이 되면 캐릭터에 불도 들어온다고 한다.

명동역부터 계속 오르막이었기에 만화 언덕 옆에 자리 잡고 있는 마트에 들러 잠시 목을 축였다. 음료수를 계산하며 ABC 마트의 주인인 A 씨에게 만화거리로 변하고 난 뒤, 손님이 좀 늘었는지 묻자 그는 “상권이 완전히 살아난 것은 아니지만 점차 살아나기 시작했다”며 “서울만화거리축제 때는 사람이 많이 와서 그때는 매출이 올랐다”고 말했다.

만화 언덕을 올라 재미로의 종착지인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에 도착했다. 센터 앞 캐릭터 조형물과 벤치에는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센터 내부에는 외국인 관람객이 전시작품을 둘러보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센터에서는 애니메이션 전시뿐만 아니라 영상‧음향제작도 진행되고 있었다.

내려갈 땐 ‘재미로’의 큰길이 아닌 골목길로 내려왔다. 애니메이션 센터 앞 골목으로 내려가는 길에도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었으나 큰 길에 비해 밋밋한 느낌이 들었다. ‘명랑 골목’이라 이름 지어진 골목길에는 <고인돌>, <심술통>과 같은 옛날 만화 속 캐릭터가 벽화로 그려져 있기도 했다.

명동역에서 서울애니메이션센터까지 약 500m의 거리를 둘러보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재미로는 아직 만화‧애니메이션 거리로서 사람들을 사로잡는 콘텐츠가 충분하진 않지만 서울시의 재미로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점차 발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30일 서울시는 서울만화거리축제와 함께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와 재미로 일대를 아우르는 ‘남산 애니타운’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앞으로의 투자를 통해 지역 주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한, 세계적인 만화‧애니메이션 거리가 될 재미로의 앞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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