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에는 2008년 광우병 집회 이후 최다 인파가 집결했다. 주최 측 추산 13만 명, 경찰 측 추산 8만 명이 집결한 이번 총궐기에서 참여자들은 재벌책임 강화, 농업, 민주주의, 청년학생, 세월호 등 11대 요구안을 외쳤다.

하지만 정작 집결 장소로 지정됐던 광화문에는 한 발짝도 디디지 못한 채 총궐기는 마무리됐다. 이후 ‘불법폭력시위’라는 프레임까지 더해져 비판여론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민중총궐기의 의의는 무엇이었으며 어떤 숙제를 남겼을까. 총궐기에 참여했던 학내 단체 구성원과 20일 좌담회를 진행했다.

▲ 사진 | 서동재 기자 awe@

- 민중총궐기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강민수 | “이번 집회에 참여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이번 총궐기의 11대 요구안 중 민주주의와 자주평화라는 안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국정교과서를 통해 과거사를 왜곡하며 민주주의를 저해하려는 한편, 국정교과서 확정고시 전날 치러진 한일회담에서도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이번 집회를 계기로 국민에게 이런 문제점을 보다 널리 알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고준우 | “일자리 문제, 노동자의 처우 등을 고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현 정부가 내세우는 노동개혁의 문제점을 알게 되는데, 민중총궐기에서 관련 내용을 다룬다고 해 참여하게 됐다. 다만 총궐기의 11대 요구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 참여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생각해 동아리 내부에서 요구안을 다양하게 분석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말하는 다양한 문제가 우리 청년의 삶과도 직접적으로 연계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기에 참여의 필요성을 더 크게 느꼈다.”

김보혁 | “과반에서 진행한 ‘가을 농민학생연대활동(농활)’을 하며 처음 민중총궐기를 접했다. 그 때는 단순히 농촌에서 농활을 진행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서울에서도 학생과 농민이 같이 연대하자는 의미에서 참여를 결심했었는데, 청년의 목소리도 담아낼 수 있는 자리로 변화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 사진 | 서동재 기자 awe@

- 민중총궐기의 긍정적인 부분을 조명하자면.

박예지 | “우선 추상적으로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을 넘어, 여러 사례를 제시하며 현 정부의 문제점을 확실하게 구체화시켰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10만 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그것도 자신의 생계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이 모였다는 것은 여타 집회와 달리 매우 특이한 점이다. 많은 인원이 모이다보니 기존에 참여하지 않던 사람들도 거리로 나올 수 있었고, 파급력 역시 다른 집회에 비해 상당했다.”

김보혁 | “집회와 대중의 거리감을 좁히는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집회나 시위와 같은 적극적 의사표현 방법이 매번 참여하던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라 나와 내 친구가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홍보 방식도 신선했다. SNS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참여계층을 넓히는 것이 유효했다고 본다.”

강민수 | “다양한 의제를 다룬 부분도 눈여겨 볼만하다. 저만 하더라도 농민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자세히는 알지 못한 채로 총궐기에 참여했지만, 집회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슈가 연달아 터지며 이전의 의제나 문제점들이 자꾸만 잊혀가는 상황에서, 현 정권의 문제점을 한데 모아 논의할 수 있었다는 것도 긍정적이었다.”

▲ 사진 | 서동재 기자 awe@

-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민수 | 1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모았음에도 목소리를 한 곳으로 모으지 못했다는 비판을 하고 싶다. 단결한다는 느낌보다 각자 따로따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강했다. 광화문에 이르지 못했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각 단위별로 국지전만 펼치고 정작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서 집회는 하지 못했다.

최지웅 | “이번 총궐기의 지도부인 민주노총은 단순히 사람들을 모으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큰 그림을 그렸어야 했다. 그 많은 사람들을 모아 어떻게 큰 힘으로 이어갈지 충분히 고민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대중을 모아서 어떻게든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취지에는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실제로는 광화문으로 진출하지 못하며 참여자에게 좌절감만을 남기지 않았나. 행진이 지니는 의미도 중요하지만 그 후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 적었던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고준우 | “결국 광화문 광장을 밟지 못했다는 것이 여러 비판을 남기는데 주요했다고 본다. 이를 ‘상징성 획득의 실패’라고 표현하고 싶다. 어떤 장애물이 시민이 정치적 주체로서 기능하지 못하도록 할 때, 시민의 힘으로 그것을 넘어설 수 있다는 그런 기억을 이번 총궐기를 통해 남겼어야 했다. 단순한 문제의 나열에서 그쳤던 집회의 모습도 아쉬운 부분이다.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한 곳으로 힘 있게 모으기 위해서는 ‘어느 것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넘어 이런 주장을 가시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안이 필요했다.”

 

- 결국 총궐기 지도부의 전략적 실패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은데.

박예지 | “오죽하면 “민주노총 지도부와 경찰이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협상을 했다”는 이야기가 돌겠나. 사실 전략을 마련할 시간과 여건은 충분히 있었다. 여러 단체에서 후원금도 제공했고, 이번 총궐기 자체도 몇 달 전부터 기획하던 사안이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났다. 지도부에서부터 싸울 의지가 부족했고, 애꿎은 일부 참여자들만 연행되면서 끝난 셈이다.”

최지웅 | “이번 총궐기를 진행한 민주노총이 불통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과거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당시에도 혁명을 주도한 세력의 내부 회의에 다른 세력들도 꾸준히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하며 전략과 전술을 보완한 사례가 있었지만, 지금의 민주노총은 다소 경직되고 배타적인 느낌이 있다. 특히 청년 집단에 대한 참여를 보장해주지 않는 부분은 아쉬움이 크다.”

고준우 | “다만 지도부에 대한 이런 비판은 자칫 학생과 더불어 여러 노동자들을 수동적인 위치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것에 유의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단순히 민주노총 지도부가 개선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선택지를 좁힐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의미 있는 정치적 집합체를 결성해 실력을 행사하는 등 자발적인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 ‘불법폭력시위’라는 프레임에 대한 이야기도 피해갈 수 없을 것 같다.

최지웅 | “정부는 ‘폭력’이라는 단어를 마치 주문처럼 외우는 것 같다. 그 주문만 외우면 그들이 공권력을 행사하며 가했던 갖가지 폭력들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여기는 걸까라는 의문까지 든다. 정부는 하루에도 몇 명의 노동자가 산업 재해로 숨지는 것에는 침묵하고 그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외치며 싸우는 것을 불법, 그리고 폭력이라고 규정한다. 단순히 경찰 차 몇 대가 부서지는 것 보다 친재벌적, 반서민적 법안을 시행하는 것이 훨씬 폭력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

김보혁 | “국가가 폭력을 행사한다고 개인의 폭력이 정당화되느냐는 질문에는 3.1운동과 5.18민주화항쟁이 폭력시위였냐고 되묻고 싶다. 역사는 국가권력이 비상식적인 잘못을 저지를 때 이에 항거하는 것을 결코 폭력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불법폭력시위의 상극에 서 있는 것은 과잉폭력진압이 아니라 집회결사의 자유를 막은 국가권력이다. 국민은 국가가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면 이에 맞서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자유의 상징인 광장에서의 집회를 금지하는 현 상황에서 불법과 폭력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은 어불성설인 셈이다.”

고준우 | “폭력에 대한 상상력 자체가 빈곤하다는 생각이 든다.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가시적 폭력만을 폭력으로 인식하고, 정부나 회사가 가하는 비가시적인 폭력은 폭력으로 인식조차 못하고 있지 않나. 이런 상상력 자체를 뒤흔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꾸준히 국가주의 이데올로기에 잠식당할 뿐이다. 국가에 대한 반대 집회를 곧 공공의 안녕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라고 인식하는 이런 인식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폭력시위가 아니면 불법시위, 불법시위가 아니면 불온시위로 ‘낙인’의 이름만 끊임없이 바뀌는 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 학생사회 내부에서 이런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박예지 | “먼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의 폭을 최대한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아가 학생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는 정치 혐오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전략도 필요하다. 사회 문제를 정치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학생들에게 “이것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라는 것을 알리며 좀 더 광범위한 활동을 꾀해야 한다.”

강민수 | “결국 그런 ‘판’을 깔아주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총학생회가 나서면 제일 좋겠지만 어느 단체건 이런 논의를 하고 있는 개별 단위를 묶을 수 있는 판을 마련해줬으면 한다. 어떤 구심점을 통해 관심 있는 개인들을 모으면 분명 진일보된 논의가 가능할 것이고, 이를 활용하고 실천하는 방법 역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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