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을 강화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9일부터 시행됐다. 취재와 편집 인력을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상시고용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미 등록된 인터넷신문도 1년 이내에 등록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관광부 전수련 사무관은 “인터넷신문의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등록제의 실효성이 없어졌다”며 “이에 따라 발생하는 과도한 선정성, 광고협찬 강요, 기사 어뷰징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록 요건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에선 취재와 편집인력 5명 이상을 인터넷 신문의 등록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진|서동재 기자 awe@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터넷신문 수는 2005년 286개에서 2014년 5950개로 빠르게 증가해왔다. 그중 43.8%는 1년간 한 건도 기사를 생산하지 않았다. 언론진흥재단 오수정 조사분석팀장은 “인터넷 신문의 등록절차가 간단하고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인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슬로우뉴스 편집장 민노씨는 “언론사 등록이 취소되면 그 전에 가지고 있던 사명감은 사라지고 사이비 언론이 되느냐”며 “국가가 언론사의 자격을 정해주는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일리 한웅 대표변호사는 “기자의 수를 기준으로 언론사의 자격을 정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언론의 질이 문제라면 문제가 되는 내용을 사후에 제재하면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서 제시한 5명이라는 기준은 특별한 근거도 없이 자의적으로 정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2014년 현재 5인 미만 인터넷신문은 전체의 38.7%를 차지하고 있다. 즉, 38.7%의 인터넷신문은 1년의 유예기간 동안 5명이라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언론의 자격을 잃게 되는 것이다.

 

소규모 인터넷신문은 억울하다

정부에서 지적한 대로 일부 언론에서 광고협찬강요나 어뷰징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5인 미만 매체보다 대형 언론사에서 주로 벌어지고 있다.

한국광고주협회는 전체 기업의 86.4%가 인터넷매체로부터 광고협찬강요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광고를 주지 않을 경우 좋지 않은 기사를 싣는다고 요구하거나, 미리 기사를 실은 후 광고를 주면 기사를 내리겠다는 식으로 기업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한국광고주협회 곽혁 상무는 “기업이 광고효율과 무관하게 집행하는 비용이 감내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며 “일부 매체의 사이비 행위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는 언론과 미디어 발전에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광고주협회의 조사를 통해 선정된 사이비언론에 5인 미만 인터넷신문은 없다.

거의 비슷한 기사를 반복적으로 베껴 쓰는 어뷰징도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특정 이슈가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오르면 그와 관련된 기사들이 짧은 시간 내에 쏟아진다. 클릭 수를 늘려서 광고 수익을 증대하기 위해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4년 8월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1.9%가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들이 서로 비슷하다고 답했으며, 88.8%가 어뷰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5인 미만 소규모 언론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어뷰징은 주로 대형 언론의 자회사 소속 인터넷매체를 통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송경재(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학계의 연구결과를 보면 대형 언론에서 어뷰징을 더 많이 하고 있다”며 “만약 정말 어뷰징이 문제였다면 등록 요건 강화가 아니라 어뷰징 실태조사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신문법 개정안으로 어떤 문제 발생하나

이번 시행령 개정에 따라 5인 미만 언론이 언론사의 지위를 잃게 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대형 포털과의 제휴 문제다. 인터넷신문 대부분이 포털에서 소비되는 현실에서 포털과 제휴를 맺지 못한다면 더욱 생존하기 어려워진다. ‘2014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언론수용자의 79.9%가 포털이 유통하는 뉴스를 이용하고, 언론사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서 검색하는 이용자는 21.2%에 불과하다.

네이버는 지금까지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언론사와 제휴를 맺어왔다. 네이버 홍보실 관계자는 “앞으로 5인 미만 언론사와의 뉴스 제휴는 12월 중으로 발족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내 소규모 언론사를 대변할 만한 단체가 거의 없어 5인 미만 언론사가 퇴출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글로벌 ICT 기업들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공식 등록되지 않은 소규모 인터넷에도 뉴스 제휴와 취재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공식 등록 여부보다는 독창적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내년 상반기부터 국내에 도입하는 뉴스 서비스인 ‘인스턴트 아티클’을 언론사 등록 제한 없이 개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포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인터넷신문 구조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1인 미디어 역시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디어몽구 등 다양한 1인 미디어는 웬만한 언론보다 영향력 있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런데도 기자 수로 신문 등록 요건을 정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슬로우뉴스 편집장 민노씨는 “누구나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언론 등록요건을 강화해서 언론을 정화하려는 사고방식은 후진적”이라며 “국가가 언론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려는 욕망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시행령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커져

이에 신문법 시행령 개정을 반대하는 다양한 단체들이 움직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등 야당에서도 계속해서 이번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는 26일 당 상무위원회에서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하며 “신문법 시행령에 대해서는 소송인단을 모집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신문 관련 단체들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측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신문발행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이에 대체입법을 공식적으로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문법 개정안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유민지 기획부장은 “광고협찬강요나 어뷰징을 주로 하는 대형 언론사를 규제해야 정부가 주장하는 언론의 폐해를 바로 잡을 수 있다”며 “이대로 가면 결국 언론의 역할을 하는 소규모 매체들이 5인 이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사이비 언론 취급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번 개정안으로 공식적인 인터넷신문의 수를 줄일 수는 있지만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가진 1인 미디어 등은 등록여부와 상관없이 언론 행위를 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정부의 이번 개정안은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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