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울리고 웃기는 ‘공감툰’부터 보고만 있어도 실소가 터져나오는 ‘병맛’ 웹툰까지. 날이 갈수록 웹툰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6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웹툰 시장의 규모는 3000억 원 대로 추정된다.

웹툰 작가 지망생들은 성장하는 웹툰 시장에 용감하게 뛰어들고 있다. 원고료를 지급받지 않고 작품을 올리는 웹툰 작가 지망생의 작품은 2014년 기준 네이버에만 약 10만 건 이상이다. ‘웹툰 작가 취준생’은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웹툰 작가 지망생 6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포털에서 진행하는 ‘면접’

웹툰 작가가 되는 길은 일반적인 취직 과정과는 다르다. 얼굴을 맞대고 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포부를 묻는 형식적인 면접은 치지 않는다. 특정 포털의 웹툰 작가로 스카웃이 되기 위한 능력 검증이 필요할 뿐이다. 능력 검증을 위해 포털에서 진행하는 ‘면접’은 도전 만화, 베스트 만화, 웹툰 리그 등의 과정을 통과하는 것이다.

네이버 도전만화에서 ‘작은거인’을 연재 중인 이경민 씨는 웹툰 작가 지망생에게도 ‘면접’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일반 취업은 면접이라는 관문이 존재하듯 웹툰 작가 지망생도 포털에서 진행하는 관문을 통과해야 돼요. 포털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에 당선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 일러스트|본인제공

포털에서 등단하기 위해 능력 검증이 필요하다. 능력 검증은 도전 만화, 베스트 도전, 웹툰 리그 등의 다양한 과정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면접’에 해당하는 셈이다. ‘면접’을 통과하기 위해 웹툰 작가 지망생은 독학, 학원, 스터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준비한다. 그림부터 스토리까지 공부할 부분이 많아 수입이 없는 웹툰 작가 지망생으로서만 살기에는 금전적으로 무리다. 네이버 도전 만화에서 ‘지구용사 김덕수’를 연재중인 김정환 씨는 웹툰 연재와 다른 직업을 병행하고 있다. “생계를 유지해야 해서 수입이 전혀 없는 웹툰 연재만 하는 것은 힘들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림을 그리고 스토리 구성을 준비하지만 당장은 부업의 개념으로 웹툰을 연재하고 있어요.”

네이버 도전 만화에서 ‘지구사람’을 연재중인 빗물장수 씨는 본업과 아마추어 웹툰 연재를 병행하다 직장을 그만뒀다. “취업을 하고도 퇴근 후에 그림을 그리는 생활을 반복했어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 보니 좋아하는 일만 목숨 걸고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안정적인 직업을 포기하고 올인을 하다 보니 막연한 미래가 불안하기도 해요.”

▲ 일러스트|본인제공

대부분 대형 포털 선호

대다수의 웹툰 작가 지망생들은 대형 포털에서의 데뷔를 목표로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작업 환경이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포털사이트에서 작품을 연재하는 웹툰 작가의 평균 월급은 신인작가가 120만 원~200만 원, A급 작가가 500만 원~600만 원이다. 소형 포털에서 웹툰을 연재한 경험이 있는 김정환 씨는 대형 포털을 더 선호하게 됐다. “작은 포털에서 정식으로 웹툰을 연재한 경험이 있는데 당시 정기적인 급여를 받지 못했어요. 그 와중에 연재하던 포털이 없어졌어요. 아무런 공지를 받지 못한 채 말이에요.”

대형 포털에서 웹툰을 연재하면 원고료 이외의 수익을 얻을 기회도 많아진다. 대형 포털 웹툰은 독자층이 많아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웹툰 수요의 증가로 광고 플랫폼으로 웹툰을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웹툰 소재에 맞는 상품을 홍보하는 텍스트형 광고, 작품 캐릭터가 출현하는 이미지형 광고, 웹툰 속의 상품을 노출 시키는 광고 등이다. 웹툰 작가 지망생 이정현 씨는 대형 포털을 선호하는 이유로 이러한 추가적 수익을 말했다. “기본적인 월급 이외에 광고를 통한 부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유료 웹툰 사이트의 경우 결제된 코인 수익률에 따라 인센티브를 따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대기업을 선호하듯 많은 웹툰 작가 지망생들이 대형 포털을 선호하는 것이죠.”

대형 포털을 선호하는 이유에는 많은 수의 포털 이용자도 포함된다. 이경민 씨는 이용자가 많은 대형 포털에서 보다 많은 독자들이 자의 만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을 하나의 장점으로 꼽았다.

▲ 일러스트|본인제공

막연함에서 오는 불안감

웹툰 작가 지망생의 취직에 대한 기다림은 막연하기만 하다. ‘한번에’ 웹툰 작가가 되는 길이 따로 있지도 않다. 웹툰 작가를 희망하는 이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포털의 관문을 통과하거나 스카웃 제의를 기다리는 등 다소 막연한 길을 마주한다. 김정환 씨도 이러한 막연함이 가장 힘든 점이라고 말했다. “막연해요. 기업 취직을 준비할 때는 스펙 같은 것으로 자신의 위치를 어림잡아 가늠해 볼 수 있잖아요. 내가 어느 정도 수준이고, 준비를 잘 하고 있는 것인지요. 하지만 웹툰 작가 지망생들은 그런 것을 가늠하기 힘들어요. 내가 잘하는 것인지 불안하죠.”

이정현 씨는 졸업 직후, 공모전마다 낙방하는 바람에 자신감이 사라졌다. “웹툰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이제는 많이 사라졌어요. 정식웹툰작가가 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근래에 좀 생긴 것 같네요.”

다른 일을 하면서 웹툰 작가를 준비하고 있는 고릴라 진 씨는 웹툰 시장의 활성화가 야기하는 불안감을 언급했다. “웹툰 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프로만화가들의 웹툰 전향, 전문 학원에서 쏟아져 나오는 실력있는 지망생들이 많아졌어요. 이런 분들을 제치고 과연 내가 웹툰 작가가 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기도 해요.”

 

소소한 즐거움

웹툰 작가 지망생들이 웹툰 작가를 꿈꾸는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 정식 웹툰 작가는 아니지만 아마추어 웹툰 연재를 하면서 얻는 즐거움도 있다. 이경민 씨는 독자가 보내주는 메시지와 선물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적지만 제 만화를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이 가끔 메시지나 선물을 보내주세요. 그림 공부에 도움이 되라고 인체자료서적을 보내주기도 하고 간식 등을 보내기도 해요. 그럴 때는 정말 기쁘고 많은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빗물장수 씨는 웹툰 작가를 준비하면서 외주를 처음 따냈던 순간을 기억한다. “처음 외주 작업을 하면서 처음 들어온 돈으로 친구들을 불러서 탕수육에 소주를 마시고 제가 계산했어요. 웹툰 작가 지망생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소소한 즐거움이었어요.”

 

“죽을 때까지 작가로 살고 싶어요”

막연한 두려움과 고정된 수익이 없음에도 웹툰 작가 지망생은 여전히 웹툰 작가만을 꿈꾼다. 이경민 씨는 자신이 상상하는 것을 이미지화해서 세상에 알리는 웹툰 작가의 직업이 매력적이라 말한다. “새로운 창작물을 세상에 알리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손이 움직이는 한 늙어서도 창작활동을 하고 싶네요.” 빗물장수 씨 역시 “죽을 때까지 작가로 살고 싶네요” 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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