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자취방이 변하고 있다. ‘내 집’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공간인 방에 애착을 갖고 방을 꾸미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각자의 개성에 따라 꾸민 자취방은 작업실이 되기도 하고, 영화감상실, 음악감상실 혹은 파티룸이 되기도 한다. 자취하는 대학생 중 방을 꾸미고 사는 이들의 공간을 찾아가 봤다. 그들이 사는 세상, 그들의 자취방을 공개한다.

 

자취방이 근사한 음악감상실과 영화감상실로

▲ 사진|서동재 기자 awe@

- 이재혁(정보보호대학원 정보보호학과)

재혁씨는 보문역 가까이에 있는 자취방에 1년째 살고 있다. 자취방 문을 열면 포근한 빛을 내는 기다란 조명을 맞이한다. 신발장과 방의 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만든 짙은 파란색의 커튼을 지나면 20㎡ 정도의 아담한 방이 나타난다. 재혁 씨 자취방의 컨셉은 ‘자연’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커다란 벚꽃나무다. 인테리어용으로 설치한 벚꽃나무(인조목)에는 동글동글한 하얀색 조명과 노란색 조명이 길게 늘어져 있다.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나무 조명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목재로 만든 침대는 바닥에 붙어있지 않고, 높이 솟아있다. 침대 밑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벙커침대다. 이 침대는 재혁 씨가 직접 조립했다. 침대 아래쪽엔 쇼파와 수납장을 들여놔 아늑한 공간으로 꾸몄다.

한쪽 벽엔 위로 올리고 내릴 수 있는 스크린이 놓여있다. 흰 스크린을 펼치고, 침대 위에 설치된 빔프로젝터를 켜면 자취방은 어느새 근사한 영화관이 된다. 이곳에서 재혁 씨는 영화를 즐겨본다. 음악도 즐겨듣는 그는 질 좋은 스피커도 갖춰 놓았다. 이 공간은 재혁씨에게 음악감상실이자, 영화감상실인 셈이다.

자취방엔 구석구석 재혁씨 손길이 안 간 곳이 없다. 유니언잭으로 꾸며진 냉장고도 직접 시트지를 오리고 붙였다. 대부분의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 등은 인터넷에서 저렴하게 사들였다. 자취방도 꾸미고 사니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재혁씨에게 자취방은 ‘휴식’의 공간이다.

 

옥탑방과 함께 가꿔나가는 꿈

▲ 사진|서동재 기자 awe@

- 신혜선(서울예대 영화11)

자취방에서 한강뷰를 볼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2년째 살고 있는 혜선씨 자취방이 바로 그런 곳이다. 이태원 근처에 위치한 그의 자취방은 옥탑방이다. 방을 나오면 있는 옥탑(옥상)에서 한강 분수쇼와 야경을 마음껏 볼 수 있다. 여름엔 소파에 앉아 책을 읽거나, 분수쇼를 구경한다. 옥탑은 그림을 그리는 작업장이 되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홈파티장이 되기도 한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그는 자신의 자취방을 배경으로 단편영화를 찍기도 했다. 여기에는 그의 방 꾸미는 열정과 노력이 한몫했다. 처음 그가 마주했던 방은 촌스러운 벽지가 덕지덕지 발라져 있는 원룸이었다. 촌스러웠던 방을 집주인의 허락을 받아 타일부터 벽지까지 모두 바꿨다. 바닥은 방산시장에서 구매한 데코타일로 채우고, 벽은 네이비와 화이트 색으로 칠했다. 질 좋은 수성페인트를 사기 위해 논현동까지 가는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모던함을 좋아한다는 혜선씨는 네이비, 화이트, 실버, 블랙 계열로 방을 꾸몄다. 그러면서도 드라이플라워와 피규어 등의 소품을 이용해 소소함을 추구했다. 옷장과 선반, 수납장 등 대부분의 인테리어 제품은 이케아에서 샀다. 요리를 좋아해서 중고 오븐가스렌지도 구매하고, 부엌 한쪽엔 작은 타일을 이용해 꾸몄다.

혜선씨는 방을 계속 꾸미다 보면 너무 지나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결혼 전까지 계속 이 방에서 살 생각이다. 방은 ‘모두 나에게 맞춰서 내가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편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혜선씨는 자신의 자취방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편안해야 하는 자취방, 아끼고 아껴 방 꾸미기

▲ 사진제공|홍선주 씨

- 홍성주(조선대 기계공학12)

성주씨는 학교 근처에서 2월부터 자취를 시작했다. 자취하면 ‘나만의 멋진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그는 페이스북 ‘원룸꾸미기’ 페이지를 보면서 방을 꾸미기 시작했다. 자취방이 ‘남의 집’이란 점도 그에겐 장벽이 되지 못했다.

공대생인 성주씨가 꾸민 자취방은 깔끔하다. 주로 자취방에서 과제를 한다는 그는 ‘ㄱ’자 모양으로 책상을 넓게 쓴다. 책상의 한쪽 벽면엔 그가 직접 인화한 사진들을 붙여 감각적으로 꾸몄다. 자칫하면 딱딱해 보일 수 있는 방에 피규어, 술병과 공병들은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됐다. 자취방의 에어컨, 옷장, 책장을 뺀 나머지는 다 그가 들여온 것들이다. 방 꾸미는 데 사용한 소품과 가구는 대부분 이케아나 텐바이텐과 같은 라이프스타일샵에서 구매했다. 중고로 빔프로젝터를 사고, 40만 원짜리 스크린 대신 600원짜리 전지 5장을 벽에 붙였다. 3000원으로 스크린 못지않은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성주씨는 동선에 맞춰 가구를 배치하기 위해 몇 번이고 가구 위치를 바꿔보았다. 3개월의 시행착오를 거쳐 그의 자취방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영화를 바로 볼 수 있게 침대와 마주 보는 벽에 전지를 붙였고, 콘센트가 바로 옆에 있도록 침대 위치도 조절했다. 그에게 자취방은 자는 공간, 밥 먹는 공간을 넘어서서 과제하고 공부하고, 영화 보고, 마음을 쉬게 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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