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이 2015년 학내 10대 사건을 뽑았다. 고려대학교의 2015년은 큰 사건 없이 지나간 1년이면서도 의미를 되짚어야 할 사건이 많은, ‘정중동’의 한 해였다.

사진| 고대신문 DB

 

19대 총장에 염재호 박사 취임

올해는 염재호(정경대 행정학과) 교수가 본교 제 19대 총장으로 취임한 첫 해다. 2월 27일 열린 취임식에서 ‘개척하는 지성, 개혁하는 고대’를 내세운 염재호 총장은 두 학기 동안 학사제도와 행정체계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염재호 총장은 취임 이후 학사제도 개편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염 총장은 그간 무감독 시험, 출석확인 자율화, 절대평가 활성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3무정책’ 시행을 시작으로 △성적장학금 폐지 △유연학기제 도입 △논술시험 폐지를 순차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본교 행정체계 개편 역시 이뤄졌다. 취임 즉시 행정개혁위원회를 발족시킨 염 총장은 2학기부터 안암캠퍼스 인문사회계와 자연계 캠퍼스에 학사지원본부를 신설하며 ‘학교 본부-학사지원본부-단과대 행정실-학과사무실’ 체제를 구축했다.

이러한 개편 과정에서 일부 구성원들은 소통 방식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1년간 대화의 자리가 마련되긴 했지만, 구성원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개편에 반영되지는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6월 3일 ‘총장과 학생의 대화’ 당시 “학생들은 피교육자인 만큼 학생들의 의결로 교육과정 전반을 결정하는 것은 저의 철학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염 총장의 발언에 학생들은 SNS 게시글과 대자보 등으로 이를 비판했고, 11월 성적 장학금 폐지 발표 이후 총학생회는 “학생과의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세종캠 대학구조개혁평가 D+

본교 세종캠퍼스가 올해 8월 31일 발표된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 국내 대학교 정원 감축을 목표로 시행하는 정부의 이번 평가에서 세종캠퍼스가 하위등급 판정을 받으면서, 조홍연 당시 세종부총장과 7명의 보직교수는 평가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평가의 후폭풍은 거셌다. 2016년 입학하는 세종캠퍼스 학생들은 국가장학금 2유형 수혜대상에서 제외되고 2016년 신입생 입학정원 역시 10% 감축을 권고 받았다. 세종총학은 이번 평가로 인해 학생들이 막대한 피해를 받게 됐다며 학교를 상대로 비판성명을 냈다.

학교 당국은 국제화와 연구부문 등 강점으로 내세우던 평가지표가 평가에 반영되지 않은 점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번 평가의 ‘정성평가(교육의 질과 직접 관련된 영역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노력의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가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높다는 지적도 있었다.

9월 16일 취임한 선정규 세종부총장은 △세종시와의 협력 △과학기술대 연구환경 개선 △학과 특성화 및 통폐합을 통해 평가지표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염재호 총장 역시 세종캠퍼스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열고 “세종캠퍼스에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Residential College 구현과 산학협력 강화를 통해 세종캠퍼스의 새로운 탈바꿈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개운산 기숙사’ 신축 지연

‘개운산 기숙사’ 신축을 둘러싼 학교, 학생, 주민의 갈등이 이번 한 해 동안 이어졌다. 2014년 12월 본교는 성북구청에 기숙사 신축 계획안을 제출했지만 현재까지도 허가가 보류된 상태다.

성북구청은 지역주민의 반대가 심하다는 이유로 기숙사 신축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1년 째 견지하고 있다. 학교 당국은 해당 부지가 본교 사유지이고 산책길 조성, 체육공간 마련 등으로 지적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에 주민들의 맹목적인 반대가 아쉽다는 입장이다.

총학생회 역시 기숙사 신축으로 재학생의 주거공공성 확보와 생활비 경감을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총학생회는 학교 당국이 기숙사 신축계획을 학생에게 공개하지 않고 주민의 반대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며 학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평의원회 정상화, 등심위 파행

올해 대학평의원회(평의원회)에는 교원평의원이 참석하며 따라 본교 평의원회 설치 이후 처음으로 완벽한 모습을 이뤘다.

2014년은 교원평의원 선출방법을 두고 학교 본부와 교수의회 사이에서 갈등이 이어져 정상적인 평의원회가 열리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3월 교수의회가 자율적으로 평의원을 선출할 수 있도록 관련 논의가 마무리되면서 이후 평의원회부터 정상적으로 진행돼, 3월 27일과 4월 28일 두 번에 걸쳐 각각 개방이사추천위원회 위원 추천과 2014년 결산을 논의했다.

1월 28일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는 학생위원이 학교위원 측의 학부·대학원 등록금 동결안에 반발하며 전원 퇴장했다. 이로써 본교 등심위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파행을 맞으며 학생 대표의 부재 속에 학생들의 등록금을 책정했다.

 

정기고연전 무승부

지난 9월 18일과 19일 양일에 걸쳐 2015년 정기 고연전(이하 고연전)이 열렸다. 이번 고연전은 2승 1무 2패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본교는 첫 경기인 야구를 7:5로 두 점차 승리를 챙겼다. 이어진 농구 경기에서도 85:74로 승리한 본교는 빙구에서 후반 실점을 통해 3:4로 석패했다.

둘째 날 진행된 럭비는 선수들의 고군분투에도 21:24로 패했으며, 마지막 경기인 축구는 연세대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42분 극적인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올해 고연전에서 종합 전적 무승부를 기록해 본교는 5년째 고연전 무패기록을 이어나갔다.

 

세종 총여학생회 폐지

세종캠퍼스 학생 총투표로 세종캠퍼스 총여학생회(총여)가 폐지됬다.

일부 학생들은 4월 게재된 총여의 세월호 관련 현수막을 문제삼으며 총여의 필요성과 대표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28대 세종총학생회(회장=조현준)는 당시 총여학생회장에 대한 공개 청문회를 열었으며, 이후 6월 15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학생 총투표에서 투표자 중 71%가 총여 폐지에 찬성했다.

하지만 총투표 여부를 논의한 임시전학대회에서 부실한 회칙이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불참한 학생대표자를 총학이 임의로 사고처리 하는 등 폐지 과정에서 허술한 점이 많았다.

한편 폐지 이후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고, 현재는 세종캠퍼스 인권복지위원회가 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블랙보드 전면 시행

2015학년도 1학기부터 교육 포털이 EKU에서 블랙보드로 전면 개편 됐다. 본교 관련 부처는 블랙보드가 미국 등지의 대학에서 높은 채택률을 보이는 시스템으로, 모바일 환경에 적합하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블랙보드의 시스템이 불안정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1학기 로그인·아웃, 로딩 속도에서 문제가 제기된 블랙보드는 아예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2학기에도 블랙보드는 수강 중인 과목이 통째로 사라지거나 수강 정정기간에 신청된 과목들이 추가되지 않는 등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직관적으로 메뉴를 알아 볼 수 없어 페이지의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었다. 학생과 교수의 불만이 이어지자 학교 당국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제기된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학생자치특별위원회 설치

47대(2015년) 안암총학생회(회장=서재우)는 2014년 제기된 47대(2014년) 안암총학생회(회장=최종운)의 부정선거 논란을 해결하고 학생자치에 관한 문제를 심사하기 위해 학생자치특별위원회(위원장=고준우, 학자특위)를 신설했다.

학자특위는 △체육국 특별기구화 △총학생회칙 개정 △선거부정사건 보고서 작성 등의 사업을 진행했지만 일부 위원이 중도 사퇴하며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선거부정사건 보고서의 경우 작성이 장기 지연되거나 형식과 내용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는 등 난항을 겪었다.

 

영철버거, 개다방 폐점 소식

올 한해는 안암 영세상인의 폐점소식이 잇따랐다. 10년 넘게 본교 인근을 지킨 영철버거와 개다방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는 많은 학생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2002년 노점으로 시작해 본교 주변 대표 먹거리로 자리 잡은 영철버거는 원자재비 인상과 고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7월 본점 폐점을 결정했다. 현재 영철버거는 본교 구성원을 비롯한 사람들의 크라우드 펀딩으로 12월 10일 영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1999년부터 본교 인근을 지킨 개다방 역시 10월 폐점을 결정했었다. 현재 개다방은 폐점을 잠정적으로 미루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대동제 진혼비 훼손사건

5월 진행된 대동제 당시 바이오의공학부가 민주열사추모비(진혼비) 위에 조리기구와 안주를 올려놓으며 비판을 받았다. 진혼비는 5공화국의 녹화사업으로 희생당한 본교 경제학과 김두황 열사를 비롯한 6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1985년에 세워졌다.

당시 경제학과-정경포효반 학생회의 문제제기에 바이오의공학부 학생회는 대자보를 통해 추모비를 훼손한 점에 대해 공식 사과했으며, 본교 민주동우회는 이번 사건을 공론화한 학생들에 대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후 학교 당국은 진혼비 앞에 안내판을 설치했고, 총학생회 역시 사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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