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스테이프 작가 조윤진 씨가 자신의 작품 곁에서 미소짓고 있다. 사진ㅣ서동재 기자 awe@

“나는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테이프로 표현하여 그들과 연결된다. 나는 테이프로 그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그들과 매일 만난다.”

알록달록한 테이프로 작품을 그리는 작가가 있다. 바로 ‘조전구’란 예명을 가진 조윤진(여·31) 작가다. 그의 작품은 SNS에서 화제가 됐고, 조 작가는 최근 한 프랜차이즈 카페와 협업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런 그에게 작가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박스테이프로 작업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교 때 친구들이 종이테이프로 직선, 건물을 표현했던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문득 그 테이프가 생각났어요. 시험 삼아 테이프 두 개를 겹쳐보니 색이 진해지더라고요. 테이프로도 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인물화를 좋아했던 터라 색상 테이프를 사용해 사람을 그리기 시작했죠. 가장 고민했던 건 테이프로 사람의 살색을 표현하는 방식이었어요. 처음엔 마틸다를 31번 작업하며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 연구했어요. 빛에 따른 색 변화를 관찰하고 연구해서 다양한 색상 테이프를 써봤는데 31개의 마틸다가 모두 달랐죠. 어떤 색감을 입히냐에 따라 마틸다가 착해 보이기도, 무서워 보이기도 해요.”

- 작품에 무엇을 담고자 하는가

“어떤 심오한 의미를 담고자 하는 건 아니에요. 작품 그 자체를 봐줬으면 해요. 작품 하나하나에 그 날의 감정, 제가 보고 느낀 것들이 녹아있죠. 좋아하는 걸 그리다보니 더 오랫동안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대중의 관심을 얻을 수 있었어요. 꼭 비싼 재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돼요. 내가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표현해요. 작품을 이해하는 건 관객의 몫이죠. 그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게 답이라 생각해요.”

- 지금까지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는가

“그리고 싶은 걸 그리지 못하고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그리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을 때요. 영혼 없이 살아가는 제 자신을 보고 회의감이 들었어요. 밥벌이는 해야겠는데 남이 원하는 그림은 그리기 싫고 한마디로 딜레마였죠. 지금은 중간지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제가 원하는 작품만 그린다면 관객을 잃겠죠. 그건 싫어요. 예술가에게 작품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생명과도 같으니까요. 대중성도 고려하되, 간간이 제가 그리고 싶은 걸 그리려 하고 있어요.”

- 작가로서 같은 길을 가는 신진작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기술자가 아니라 예술가가 됐으면 해요. 기존 작품을 반복하는 건 기술자죠. 이것저것 재지 말고 청년이니까, 미친 척하고 사소한 것부터 창조해도 된다 생각해요. 예술은 멀리 있는 게 아니에요. 자기가 느낀 것을 표현하면 예술이 될 수 있죠. 제가 그린 인물화 중 ‘조커’를 예를 들어볼까요? 대부분은 조커를 대명사처럼 알지만 조커를 모르는 할머니에게 조커는 광대처럼 보일 뿐이죠. 대중적인 게 대중적이지 않을 수도 있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게 답이에요. 도전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해요.”

- 사람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길 바라나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아티스트요. 어떤 형용사를 붙여도 표현할 수 없는 작가요. 그래서 전 주위 사람들한테 오래 살 거라고 말해요.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요. 미술과 음악을 겸하고 싶어요. 왜 이제 와서 또 음악가냐고요? 멋있잖아요. 꿈은 무궁무진한 거예요. 지금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저는 제 꿈을 위해 공부하고 발전해나가는 멋진 인생을 살아갈 거예요. 그 자체로 멋진, 언제나 자유로운 그런 삶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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