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ㅣ조현제 기자 aleph@일러스트ㅣ주재민 전문기자

빅데이터가 핵심 기술

사용자맞춤형 서비스 가능

선호 조작될 우려도


영화추천서비스 왓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 지니의 공통점은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큐레이터는 미술관, 박물관 등에서 어떤 작품을 전시할지 정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사회가 디지털화되고 정보의 홍수시대에 이르면서 큐레이션의 의미는 확장됐다. 방대한 양의 정보가 공유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긴 쉽지 않다. 정보의 범람으로 소비자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고 피로감을 느낀다. 이처럼 선택 장애, 결정장애를 겪는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가 생겨났다. 맞춤형 제품을 소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Curation Service)다.

이향은(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선임연구원은 “최근 디지털 큐레이션이 각광받는 이유는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사용자들이 정보과잉에 대한 피로감”이라며 “어떤 것을 선택해야할지 어려움을 겪는 사용자들은 추천 정보를 받아보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큐레이션 서비스의 확대

큐레이션 서비스는 2011년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SK플래닛 소셜분석 시스템 ‘빈즈1 3.0’에 따르면 ‘큐레이션’에 대한 검색이나 내용이 2014년 7197건에서 2015년 1만 2317건으로 전년 대비 71.7%가 증가했다. 김판준(신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음악, 뉴스, 패션, 책에서 나아가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말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인사노무팀 조병훈 수석에 따르면 1세대를 거친 큐레이션 서비스는 이젠 3세대로 나아가고 있다. 1세대 큐레이션은 개인적인 관계와 정보를 온라인상으로 구축한 싸이월드나 개인블로그 형태다. 2세대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관계가 확대되는 소셜 큐레이션 서비스 또는 쿠팡과 티몬과 같이 큐레이션을 이용한 서비스다. 3세대 큐레이션은 개인맞춤형 서비스가 큐레이션의 핵심이 된다. 조 수석은 “콘텐츠의 성격이 관계중심에서 관심사 중심으로 바뀌었다”며 “개인취향에 따라 정보를 분류하고 유용한 정보를 추려 추천하는 서비스가 각광받을 것”이라 말했다. 남성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서비스인 유어스타일리스트 이선욱 주임은 “앞으로는 ‘얼마나 정확하게 고객맞춤화가 되느냐’가 성공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유어스타일리스트는 회원가입 시 고객에게 정보의 취향, 구매목적 라이프스타일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큐레이션을 진행하고 부족한 부분은 SNS를 통해 1:1 상담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큐레이션

큐레이션 서비스의 핵심은 모바일과 웹 등 디지털 환경에서 사람들이 남긴 빅데이터다. 이준영(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빅데이터 활용으로 예전보다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휴대폰 로그 데이터, 와이파이 정보와 온라인 구매 정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소비자 관련 정보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 소셜 큐레이션 플랫폼 전문기업 에어스케치는 지역기반 장소추천서비스 플레이스픽(플픽)’과, 상황이나 취향에 맞게 패션스타일을 추천하는 ‘쑈픽’에 트러스트 빌더 시스템이라는 데이터 시스템을 적용했다. 문지은 에어스케치 부사장은 “트러스트빌더시스템은 ‘좋아요’, ‘댓글’, ‘공유’, ‘조회’ 등의 사용자의 반응과 선호도 기록을 통해 사용자의 반응을 객관적으로 살핀다”며 “이는 낚시성 홍보글이나 바이럴(Viral) 마케팅 보단 고객 개개인의 상품평가가 기준이 되어 신뢰성을 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빅데이터 분석기술은 아직 발전단계에 있다. 한국데이터베이스 이재진 실장은 “빅데이터만으론 인간의 직관성과 의외성까지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 정보를 기반으로 한 인간 큐레이션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뉴스 큐레이션인 피키캐스트나 슬로우뉴스는 기존의 뉴스를 자신만의 콘텐츠로 재가공하여 큐레이션을 서비스를 진행 중이며 이용자의 라이프 사이클과 활동상태에 맞춰 음악을 큐레이션 해주는 지능형 서비스인 ‘지니 라이프’가 등장했다. 지난 달 카카오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을 인수하기도 했다. 조병훈 수석은 “3세대 큐레이션 시대에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정보 제공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카카오의 멜론 인수는 음원 빅데이터 활용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라 말했다.

 누구든지 생산가능한 큐레이션

이런 큐레이션 서비스는 누구든지 자신의 취향대로 사진, 글 등을 가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그러면서 큐레이션 생산자가 되는 문턱이 한층 낮아졌다. 이향은 연구원은 “요즘은 어떤 한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콘텐츠 큐레이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큐레이션 서비스는 이용자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준다. 이향은 교수는 “1차 콘텐츠에서 필요한 부분을 걸러 제공하기에 소비자는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핀터레스트(Pinterest)와 같이 특정 관심사를 가진 사용자들 간에 정보를 가공하고 공유하는 서비스가 나오면서 새로운 네트워크가 형성되기도 한다. 김판준 교수는 “본인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추천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맞춤형 서비스로의 기대

큐레이션 서비스(Curation Service)는 소비자에게 상품을 추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정기적으로 배달까지 해주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로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의 디지털 큐레이션 발전을 위해 시장도 사용자맞춤형 서비스 기술에 보다 더 초점을 두고 세부적으로 분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2011년 뷰티업계를 시작으로 악세사리, 푸드 등으로 분야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큐레이션 서비스는 확장되고 발전하기위해선 몇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먼저 큐레이션은 검증되지 않은 익명의 사용자들에 의해 정보가 재가공면서 저작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김판준(신라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확장되고 발전하기 위해선 저작권과 같은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11월 피키캐스트는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의 블로그 글을 무단 도용하며 저작권 문제를 일으켰다. 조병훈 수석은 “이러한 문제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나 사진공유 사이트 등과 제휴를 맺어 자료나 영상에 대한 출처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큐레이션 서비스는 다양성과 신뢰성, 질적인 면에서 사용자의 만족도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발전 여부가 갈릴 것”이라 말했다.

큐레이션의 개인맞춤현상은 오히려 상업적 이해관계로 사람들의 선호를 조작하는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IITP 조병훈 수석은 “콘텐츠의 질적 저하가 발생하거나 무리한 사적 이윤 추구로 인한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정확한 개인맞춤을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거나 더욱 전문적인 인재를 채용하는 등의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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