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4 16:41 (수)
인간 아닌 생명들의 잔혹한 현실을 마주하다
인간 아닌 생명들의 잔혹한 현실을 마주하다
  • 김태언 기자
  • 승인 2016.02.28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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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용 개를 취급하는 가게가 늘어선 골목, 개들이 굳게 닫힌 창살 안에 갇혀있다. 사진ㅣ조현제 기자 aleph@

시장 복판에서 개 도살하고
무분별한 '동물 체험' 성행
일상이 문득 불편해졌다

 

상상을 해본다. ‘영화 <앤트맨>처럼 옷 한 벌을 입었더니 몸이 작아졌다. 사람들은 나를 신기해했다. 도망치지 못하도록 작은 철창에 갇혔고, 사람들이 먹다 남긴 부스러기를 먹으며 지내다 새로운 곳으로 팔려갔다. 낯선 그 공간은 사람들이 모임을 갖는 예쁜 카페였다. 매일 다른 얼굴들이 내게 다가왔다. 사람들은 나를 만지고, 쉴 새 없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극단적인 상상일까. 직접 현장을 다녀보기로 했다. 인간과 동물이 어떤 모습으로 마주하고 있는지, 시장부터 동물원까지 많은 곳을 찾아다녔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 뒤로 과거의 내 모습이 자꾸만 겹쳤다. 개에게 남은 음식을 주며 뿌듯해하고, 목장에서 사진 한 장 건지자고 움직이는 양을 붙잡아가며 애쓰지 않았는가. 아무 고민 없었던 그때가 즐거웠는데. 지금은 너무 예민해진 걸까.

생명의 무게가 교차하는 개시장

학교 옆 제기동엔 오래된 개시장이 하나 있다. 시끌벅적한 경동시장의 샛길로 들어서면 드러나는 외진 골목. 코를 찌르는 누린내가 풍긴다. 철창 안에 갇힌 개들이 우글대는 냄새다.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서는 보다 쉽게 ‘식용’ 동물을 찾을 수 있다. 장날이 되면 모란역 5번 출구로 올라서자마자 동물농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푸드덕 닭의 날갯짓 소리부터 염소의 울음소리, 개짓는 소리까지.

성인 여성이 한 아름 안아도 잡히지 않을 크기의 개들이 컹컹거린다. 그 옆 누르스름한 플라스틱 통엔 음식물 쓰레기를 담은 잿빛 물이 담겨있다. 개들은 그것을 먹는다. 상인은 기웃거리는 내게 뭘 보냐며 가라는 눈치를 준다. 개를 사는 사람의 동행인인 척하자 민망한 듯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한 마리 드리면 되죠?”

순식간이다. 밧줄로 개의 목을 두른다. 저항하는 개를 제압하기 위해 있는 힘껏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개의 다리에 힘이 풀릴 때쯤, 그는 철창 밖으로 개를 꺼내 바닥으로 내동댕이친다. 개는 널빤지 뒤로 끌려간다. 얼마 되지 않아 축 늘어진 다리가 보인다. 최후의, 전기 충격을 당했으리라.

죽은 개는 대야에 옮겨져 가게 뒤로 실려 간다. 상인들의 말론 가죽을 벗겨 털을 태우거나 솥에 넣고 끓여 개소주를 만든단다. 이 모든 과정은, 시장 한복판에서 이뤄졌다.

13일, 20일엔 각각 경동시장과 모란시장에서 개시장 철폐 시위가 있었다. 시위가 시작되기도 전, 상인들과 시위 참가자들 사이엔 서로 욕설과 고성이 오갔다. 시위가 시작되자 상인들은 “시위를 왜 여기서 하냐”며 시위 참가자들을 향해 물을 뿌렸다. “개 도살 반대! 개 식용 반대!”를 외치는 참가자 중에는 중학생도 있었다.

시위가 끝나고, 개고기를 판매하는 상인들을 찾았다. 그들은 생존의 문제라며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모란시장 가축상인회 김용북 회장은 “개를 기르는 사람부터 판매하는 우리까지 모두 몇십 년간 이를 본업으로 삼았던 사람들”이라며 “현재 우리나라 법에서 개 식용은 불법이 아니어서 법률상의 잘못도 없다”고 말했다.

인간 중심의 ‘놀이터’

동물 학대는 일상에서도 빈번하다. 동물을 때리고, 죽이는 것만이 학대가 아니다. 많은 이들의 데이트 코스이자 교육의 장이라는 곳에서도 동물은 고통받고 있다.

포털검색창에 이색 데이트 장소를 치면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 동물카페가 나온다. 갈라파고스, 너구리 등을 데리고 운영하는 ‘이색동물카페’도 있다. 혜화동에도 야생동물 라쿤을 카페 안에서 보고 만질 수 있는 곳이 있다. 여러 사람의 입을 탄 곳인 만큼, 30분가량을 기다리고 나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야행성 동물인 4마리의 라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잠을 자고 있다. “자기만 하네.” 기다리기 지쳤는지 한 여성이 라쿤의 발을 만지고 건드리기 시작한다. 직원의 만류에도 라쿤의 눈앞에서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린다.

한 마리가 깨어나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직원이 손님에게 주의를 준다. “애기에게 음료가 닿지 않게 해주세요.” 라쿤을 만지던 여성이 손에 쥐고 있던 커피를 내려놓았다. 테이블 위, 안내문이 눈에 띈다. ‘라쿤이 카페인을 먹으면 구토, 초조함을 유발시키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른다.’ 사방을 둘러봐도 커피가 없는 곳은 없다.

가족들의 나들이 코스이자 아이들의 체험학습 공간을 찾았다. 부천의 H동물테마파크는 동물을 직접 만질 수 있는 체험형 동물원이다. 유치원에서 단체로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도 했고,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도 있다.

탁 트인 공간에서 아이들은 여러 동물을 제한 없이 만지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동물은 썬코뉴어 앵무새와 기니피그다. 관리자들은 아이들이 동물을 만질 수 있도록 도와주며 말한다. “동물친구 사랑해주기~” 아이들이 몰리자 앵무새는 시끄럽게 울기 시작한다. 사람을 피해 날던 앵무새는 결국 관리자에게 잡히더니 철창 안에 갇힌다. 한 여자아이는 기니피그가 귀여운 지 덥석 안고 흔들기 시작한다. 그러다 손에서 미끄러진 기니피그가 바닥에 떨어진다.

활동량이 많거나 크기가 다소 큰 동물들은 모두 유리방 안에 갇혀있다. 프레리독, 너구리, 스컹크, 미어캣, 왈라비, 호저는 1, 2평 되는 작은 방안에서 모든 활동을 해야 한다. 음식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오로지 사람에게 달렸다. 동물원에서 파는 당근과 사과조각을 유리방 아래쪽에 있는 먹이 구멍으로 주면 그걸 받아먹는 방식이다. 그래서인지 갇힌 동물들은 하나같이 먹이 구멍만 빨아대고 있다. 관리자에게 식사 시간이 따로 배정돼있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저걸로도 충분해요.”

사소하기 그지없는 일상의 것도 동물과 연관시켰던 일주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친구에게 바디로션을 빌리다 B사의 화장품에 동물실험반대 문구가 눈에 들어왔고, 음식을 먹을 때도 조금은 ‘까다로운 사람’이 됐다. 아무 생각 없이 먹던 치킨을 보면서 문득 생각났다. 감금틀에 발 디딜 틈이 없어 꼼짝 못 하는 닭을 보며 한 아이가 말했었다. “엄마, 쟤네 봐. 불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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