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ㅣ서동재 기자 awe@

오후 11시 23분이 되면 과거와 무전이 연결된다. 무전을 통해 과거의 형사와 현재의 프로파일러가 힘을 합쳐 장기 미제 사건을 해결한다. 매회 자체최고시청률 기록을 경신하며 높은 인기를 구사하는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의 줄거리다. 최근 국내 대중미디어에서는 프로파일러, 범죄심리학을 다루는 영화, 드라마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전대양 한국범죄심리학회장은 범죄심리학자이지만 범죄심리학을 이용하는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에 대해 회의적이다. 전대양 학회장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프로파일링을 좋은 수사기법이라 여기는데 나는 나쁜 수사기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1일 신림동 그의 자택 근처에서 매력적이지만 아직 낯선 학문 분야, 범죄심리학에 대해 물었다.

- 범죄심리학은 어떤 학문인가

“범죄심리학은 심리학 이론을 기반으로 그 이론들을 범죄문제에 적용하는 것이다. 심리학 이론 분야도 다양하다. 먼저 생물학적 관점에서 사람이 어떤 심리 상태인가를 분석하는 것이 있다. 대·소변, 수면 등 생물학적으로 이상 행동을 보일 때 사람이 어떤 심리를 보이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사회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문제를 분석하는 것도 있다. 연애, 친구 관계 등 사회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이 어떤 상태를 보이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를 심리학적 측면에서 분석하는 학문이 범죄심리학이다.”

- 범죄심리학이 국내에 도입된 과정이 궁금하다

“1970년대 후반 장병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가 미국 학자 에브라함센의 <범죄심리학>을 번역해 범죄심리학을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했다. 장 교수가 그 책의 내용을 보충해 경찰교육기관이나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등에서 교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후 1980년대 후반 초대 범죄심리학회 회장이었던 이상현 교수가 최초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범죄심리학>을 썼다. 그 후 경기대 이수정 교수 등 국내 학자들이 쓴 책이 많이 나왔다. 그러면서 범죄심리학이 국내에 도입됐다. 실질적으로 보면 범죄심리학의 국내 도입은 30년 정도밖에 안 됐다.”

- 범죄심리학이 수사에 활용된 계기는 무엇인가

“범죄문제 해결에 심리학 이론을 활용하기 시작한 건 110년 정도밖에 안 됐다. 옛날에는 범인을 잡으면 잠을 안 재우는 등 고문했다. 그런데 사회가 발전해 인권문제가 제기되면서 고문이 헌법상 금지됐다. 또 증거가 하나하나 다 있어야 하는 증거재판주의가 정착했다. 그러니 수사 기법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 없으면 범인 잡는 것이 어려워졌다. 과학 수사를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범죄심리학이 활용된 것이다. 범죄심리학은 절도사건 등 다른 곳에도 많이 사용되지만, 강력범죄에 주로 이용된다. 범죄현장 관찰을 통해 각종 정황을 보고 범인을 추정한다. 그것을 수사선이라고 한다. 수사선이 좁아지면서 나오는 많은 선 하나하나를 추리선이라고 한다. 추리선을 따라가다 보면 범인이 나온다. 그 과정에 범죄심리학이 이용된다.”

- 프로파일링은 어떤 수사기법인가

“프로파일링에도 종류가 많다. 연역적 프로파일링, 귀납적 프로파일링도 있고, 지리학적 프로파일링도 있다. 연역적 프로파일링, 귀납적 프로파일링은 쉽게 말해 논리학의 연역법, 귀납법과 똑같다. 지리학적 프로파일링은 예를 들어 유영철이 범행을 거듭했을 때 처음에는 자기 집에 출장 마사지사를 불러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그 후 자기 욕실에서 사체를 해체하고 갖다버렸다. 인간의 심리상 처음에 사체를 버릴 땐 자기 집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데 버리고 싶어 한다. 수사관의 손길이 안 가도록. 죽이기 시작하면서 간이 커져 점점 가까운 곳에 버렸다. 사체가 발견된 지점을 연결하면 유영철의 집이 어디쯤일지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고 유영철 집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른다. (웃음)”

-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요즘은 범죄 수법도 많이 노출돼있고, 또 범인이 전과가 늘어나면서 범죄에 능숙해져 현장에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증거를 남겨도 아주 미세한 증거를 남긴다. 이걸 수사관이 못 찾을 때가 많다. 프로파일링 기법을 도입해 범인을 추정하며 범죄를 해결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를 통해 범죄를 해결한 사건이 우리나라에 몇 건이 있나. 사람들은 프로파일링 좋은 수사기법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 생각에는 나쁜 수사기법이다. 프로파일링은 글자 그대로 프로필, 범죄자의 옆모습을 보는 것이다. 범죄자가 누군지 모르는데 어떤 놈이 범인일 거라 추정하는 수사기법밖에 안 된다. 학자에 따라 다르지만, 프로파일링은 적어도 2건 이상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시작한다. 살인사건이 났을 때 바로 잡아야 사회적 충격과 여파가 줄어든다. 그런데 프로파일링은 2건, 3건 날 때까지 범인을 못 잡았는데도 나이는 30대, 키는 170cm 이런 식으로 범인을 모호하게 추정해버릴 뿐이다. 일반인이 기대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 좋은 수사기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좋은 수사기법은 예를 들어 살인사건이 났을 때 현장 감식이나 탐문 수사를 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증거를 찾아 범인을 잡는 것이다. 그런 것을 CSI라고 한다. CSI를 우리나라에선 과학수사라고 하는데 아니다. Crime Scene Investigation, 범죄 현장 수사다. 범죄 현장 수사에는 다양한 수사기법이 들어간다. 탐문수사, 증거 채취 등. 또 무수한 현장 수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범죄현장을 관찰시 어떻게 증거를 채취할지 등을 아는 게 좋은 수사라고 생각한다.”

- 최근 tvN에서 ‘시그널’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프로파일러 혹은 범죄심리학을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가 많이 나오는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양면이 있다. 범죄문제를 공론화해 많은 일반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신고를 활성화해 범죄를 해결한다는 순기능은 있다. 대부분 범죄가 경찰 자체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경찰에 협조하고 신고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일반 사람들한테 경각심을 일으켜 범죄를 막는 측면도 있다. 반대로 범행 방법을 잠재적 범죄자한테 가르쳐줄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에서 범행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 현재 한국범죄심리학회 회장이다. 한국범죄심리학회는 어떤 일을 하는가

“범죄심리학에 관심 많은 학자들이 모인다. 회원들이 1000명 가까이 된다. ‘한국범죄심리학회보’라는 학회지를 1년에 3, 4번 내고, ‘범죄 심리’를 주제로 세미나도 1년에 적게는 2번 많게는 5번 개최한다. 작년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비 평화안전올림픽을 위한 과제’라는 주제로 국제 학술 세미나를 했다.”

- 경찰 분야나 사법 분야의 직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기본적으로 사회에 대한 정의감, 국민의 생명·재산 등을 보호하려는 뛰어난 사회윤리,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정신 등 밑바탕 돼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상대하기 어려운 범죄자 집단들이 많다. 그들은 엄청난 자금력을 갖고 있어 법률 자문해주는 변호사들이 많다. 그들은 나 같이 우리나라의 범죄사건을 집필하는 범죄심리학자나 판결한 판사들을 고소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 대한 정의감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 | 이지연 기자 delay@kunews.ac.kr

사진 | 서동재 기자 awe@

 전대양 학회장은 현재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4년 12월부터는 한국범죄심리학회장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군 대테러협상 자문위원, 국가기록원 자문위원, 강원청 수사이의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동국대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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