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재석(의과대 의학과) 교수. 사진제공 | 임상치의학대학원

“딱히 달라질 건 없어요. 구체적인 행동 방향은 조금 바뀔 수 있지만, 제 마음가짐은 그대로니까.”

퇴임에 소감이나 심경 같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임재석(의과대 의학과) 교수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본교 구로병원이 개원한 지 갓 1년이 되던 1984년 치과 전임강사로 부임한 임재석 교수는 올해 정년퇴임을 맞이한다. 치과의이자 교육자였던 지난날을 회상하는 그를 구로병원 치과 의국에서 만났다.

임재석 교수의 전공은 구강외과, 그중에서도 선천성 및 후천성 기형학이다. “선천성 기형의 대표적인 예시로는 소위 말하는 언청이가 있어요. 후천성 기형은 외상이나 사고 등으로 일어나는데, 가장 빈번한 증상은 위턱과 아래턱의 비대칭이에요. 요즘 이를 교정하는 양악 수술이 주목을 받고 있죠.” 그는 언청이는 속어라며 ‘구순구개열’이라는 정확한 의학 용어를 소개했다. 입술이나 입천장이 갈라지는 구순구개열을 비롯한 구강악골기형은 대부분 증상이 뚜렷하고 눈에 잘 띄는 편이기에 치료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비록 구강외과가 공부도 업무도 힘들지만, 치료의 효과가 명확하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치과의로서가 아닌 교육자로서의 신념을 묻자, 임재석 교수는 차분하면서도 힘이 실린 목소리로 휴머니즘을 강조했다.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환자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어요. 병원 레지던트나 인턴들은 대학원생인 동시에 의사 업무도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이 지식뿐만 아니라 의사로서 갖춰야 할 태도를 배우도록 도와줬죠.”

임재석 교수는 구로병원에서 팀을 꾸려 꾸준히 해외 진료봉사를 해온 것도 이러한 신념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모로코에서 했던 진료봉사를 꼽았다. “모로코는 예닐곱 번 갔어요. 후진국에서는 기본적인 치과 치료도 받기가 어려워요. 지금까지는 선천성 기형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을 치료하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퇴임 이후에도 구로병원팀과 함께 충치 치료 같은 단순치료 봉사를 이어갈 생각이에요.”

30여 년간 함께 했던 이 학교에서 그는 어떤 교수로 기억되고 싶을까. 임 교수는 ‘사람’을 중요시했던 교수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제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라는 말은 도저히 못 하겠네요. 대신 의학적 기술에 치중하기보다 인성교육과 봉사에도 힘썼던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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