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특별히 인권 침해에 더 취약한 이들이 있다. 사회적 소수자, 혹은 권력 구도에서 약자의 입장에 처하는 사람들이다. ‘자유’를 상징하는 공간인 대학에서, 인간으로서의 진정한 자유와 권리는 보장되고 있을까. 강태경 대학원총학생회장, 김채운(문과대 사회15) 장애인권위원회장, 정진혁(정경대 정외14) 북한인권학회 ‘리베르타스’ 회원, 그리고 중앙성소수자동아리 ‘사람과사람’ 회장을 만나 대학에서의 인권에 대해 들어봤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학생의 목소리만으로는 인권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에 부족하다고 짚었다. 본교에는 인권기구가 없어 인권 침해가 일어나면 개인이나 학생자치단체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인권기구를 통한 학교 당국 차원의 ‘강제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권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도구로서 인권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은 공감하면서도, 교육이 갖는 한계 또한 지적했다.

▲ 5일, 학내 여러 단체의 관계자들이 모여 인권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좌담회에는 정진혁 리베르타스 회원(왼쪽), 사람과사람 회장, 강태경 대학원총학생회장(사진 중앙), 김채운 장애인권위원회장(오른쪽)이 참석했다. 사진 | 김주성 기자 peter@

- 대학 내 인권침해는 어떻게 일어나고 있나

강태경 | 원총이 조교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약 30% 정도가 인권침해를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졸업논문에 있어서 교수가 갖는 권한을 남용해 학업과 무관한 개인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도 많다. 인분교수 사건과 같은 언어적, 물리적 폭력이 이뤄지기도 한다. 교수와 대학원생 간의 학문적 위계가 인격적인 차원의 위계로까지 나아가면서 발생하는 문제다. 인권 침해가 발생할 경우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는 15%정도다. 이마저도 인권 침해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3분의 2정도를 차지했다.

김채운 | 장애인들이 이동권의 제약으로 인해 수업권을 보장받고 있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위치해 있는 4.18기념관에도 엘리베이터가 없다. 과반 단위로 이뤄지는 새터 장소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도 장애인을 고려하는 경우는 드물다. 신형 건물은 장애인을 위한 건축요소를 고려하는 편이지만, 서관과 같은 구형 건물은 이동권 제약이 심각하다.

정진혁 | 학교에는 자신이 탈북자임을 밝힌 학생만 해도 60명이 넘고, 밝히지 않는 경우도 상당하다. 대부분의 인권문제는 학생들 사이에서보다는 강단에서 교수자에 의해 종종 일어난다. 북한 경제를 다루는 수업에서 탈북자를 ‘정직하지 못하다’ ‘아첨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는 등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사람과사람 | 가시적이고 직접적이기보다는 교묘하게 이루어지는 폭력이 많다. 대부분은 성소수자를 고려하지 않는 언어생활에서 비롯한다. “성소수자를 존중하지만 나만 안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도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인한다는 점에서 명백한 폭력이다. 강단에서도 마찬가지다. ‘동성애자라서 에이즈(AIDS) 걸려 죽었다’는 등 교수의 차별적 발언에도 성소수자들은 즉각 대응하기가 어렵다.

 

- 본교 구성원의 인권 감수성을 평가한다면

김채운 | 학생들이 스스로 ‘인권감수성이 높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은데, 종종 위선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장애인의 반의어는 ‘정상인’이 아닌 ‘비장애인’이 맞다고 말하면서 ‘병신’이라는 비속어를 사용하는 것이 한 예시다. 장애인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온전히 실천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강태경 | 본교 구성원들의 인권감수성이 낮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인권감수성을 기를 기회가 부족한 것 같다. 대학에서도 타인의 인권을 이해하고 지켜주려면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필요하다.

 

- 인권을 교육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나

사람과사람 | 인권감수성은 분명히 교육을 통해 함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교육을 받더라도 성소수자를 완전히 이해하고 동성애자의 인권을 상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권 의제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는 데는 당사자가 훨씬 유리하다는 말이다. 교육이 대학 내의 인권신장에 기여할 수 있지만, 인권침해의 당사자들이 내는 목소리를 대학이 수용하는 환경 역시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
정진혁 | 인권을 필수교양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사람들은 소수자에 대해 스스로가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잘 모른다. 나와 남의 인권을 지키려면 우선 아는 것이 선행돼야 하기에 인권교육은 모든 사람이 받아야 한다.

 

- 본교에는 아직 인권기구가 없는데

강태경 | 인권침해가 발생하면 해당 대학원생의 지도교수가 문제에 대한 자의적 처분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교수가 인권 전문가라고 볼 순 없다. 본교에 인권센터가 필요한 이유는 인권침해 시 보편적인 대처방식과 해결책을 관리하는 기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채운 | 인권센터가 설립되면 인권침해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교원과 학생 사이에는 힘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적 차원에선 대응하기 어렵다. 인권센터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면, 침해 당사자는 압박을 느낄 것이고 지켜보는 사람들도 더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 같다.

사람과사람 | 인권센터가 너무 소수자의 인권에 집중해 제한적인 기능을 갖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소수자이자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 인권센터가 학생, 교수, 직원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단체로 기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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