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SKT, KT, LGU+ 세 이동통신사 간 주파수 경매가 시작된다. 역대 가장 많은 주파수 대역이 나오는 이번 경매에선 최소 2조 5000억 원 이상이 오갈 전망이다.

 

▲ 일러스트│주재민 전문기자

 

  데이터 폭발시대 불붙는 주파수 획득 경쟁
  
SNS로 사진을 전송하거나 음악, 동영상 스트리밍을 하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5년 12월 우리나라 무선통신 데이터 트래픽은 1일 평균 18만9657테라바이트(TB)였다. 2013년도 12월엔 8만4287TB, 2014년도 12월엔 13만2313TB로 해를 거듭할수록 그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현재 이동통신사가 사용하는 주파수 포화율(주파수가 감당할 수 있는 데이터 트래픽)도 80%가 넘어 신규 주파수 대역 할당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파수 포화율이 100%에 근접하게 되면 용량이 큰 동영상 이용 시 버퍼링이 발생하며, 심할 경우 통신마비도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이동통신사가 쓸 수 있는 주파수 대역(전파를 이용해 통신 및 방송을 이용할 때 그 서비스에 할당된 주파수 범위)은 700㎒부터다. 주파수가 낮을수록 신호가 멀리가고 회절성이 높아 사용하는 입장에서 좋은 주파수지만, 이미 700㎒ 이하의 주파수 대역은 TV, 라디오, 군용, 항공, 해상, 위성 등에 각각 할당돼 있다. 다른 주파수를 간섭할 수 있는 무선통신의 특성상 이동통신사가 이용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은 한정적이다. SKT, KT, LGU+ 이동통신 3사는 한정된 주파수 대역 내에서 최대한 많은 주파수를, 그리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파수를 얻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홍인기(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교수는 “주파수를 쓰겠다는 사람은 많고, 그에 비해 주파수는 유한한 자원이다 보니 이동통신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한편, 데이터 전송 속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주파수 대역폭이다. 주파수 대역폭과 데이터의 개념은 흔히 고속도로에 비유된다. 8차선 도로가 2차선 도로보다 같은 시간에 지나갈 수 있는 차량의 대수가 많은 것처럼 주파수 대역폭이 넓을수록 같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10년을 건 눈치 싸움
  
지난 18일 미래창조과학부는 ‘2016년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계획’을 최종 확정, 공고했다. 2011년, 2013년에 이어 3번째다. 이번에 나온 주파수 경매 대역은 700㎒(40㎒z폭), 2.1㎓(20㎒ 폭) 등 총 140㎒ 폭이다.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황금주파수’ 대역은 2.1㎓대역 20㎒폭이다. 2.1㎓대역 20㎒폭은 이동통신 3사가 점유한 주파수 대역과 맞닿아 있다. 주파수 대역폭은 좁지만 이 주파수를 획득하는 사업자는 기존에 사용하던 주파수와 묶어 광대역 LTE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번 경매는 동시오름입찰 50라운드와 밀봉입찰을 혼합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이동통신사는 50회까지는 매번 참여 업체들이 제시한 가격을 공개한다. 50번에 걸친 경매에서 승부가 나지 않으면, 다른 통신사의 가격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최고가를 써내는 밀봉 입찰로 낙찰 기업을 가린다. 50회 전에 특정 통신사보다 높게 가격을 써내는 통신사가 없다면 그것으로 낙찰이 완료된다. 한 이동통신사가 주파수 대역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도입됐다. 미래부는 낙찰총량의 제한을 최대 60㎒폭으로 두었고, 700㎒와 2.6㎓ 광대역 2개, 2.1㎓ 대역, 총 4개 대역은 이동통신사 별로 1개 이상 할당받을 수 없다. 주파수는 한 번 확보하면 최대 10년까지 장기간 독점적으로 쓸 수 있어 이동통신 3사는 주파수 대역과 폭을 잘 계산해 필요한 주파수를 확보해야 하는 눈치싸움을 해야 한다. 김남(충북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경매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자원을 배분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번 경매에 나온 5개 주파수 대역 중 최저 가격은 3277억원이다. 모든 주파수 대역의 최저 가격을 합치면 2조5779억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매로 최소 3조원이 오갈 것으로 전망했다. 미래부는 국가 자산인 주파수를 최대한 비싼 가격에 이동통신사에게 사용하게 하고, 그 대가를 정보통신진흥기금과 방송통신진흥기금으로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경매정책을 시행중이다. 실제로 과거 수년간 정부는 최대한 주파수 대가를 높게 받을 수 있도록 경매방안을 설계했다.

  일각에선 과도한 경매가가 소비자 효용을 낮출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주파수 경매가를 과도하게 높이는 것은 이동통신사의 산업경쟁력을 위축시켜 소비자 효용을 직간접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립전파연구원 관계자는 “주파수를 높은 가격에 사게 되면 소비자에게 그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영 사무총장은 “이동통신사가 주파수 경매 과열로 인해 고비용으로 주파수를 사들이면 (요금을 인상하진 않겠지만) 요금을 낮출 수 있는 여력도 없어진다”며 “이런 이유로 요금전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경매 대금이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전가되는 양은 미미하다고 말한다. 김남 교수는 “경매 대금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은 맞지만, 경제학자들이 분석한 바로는 그리 크지 않다”며 “워낙 가입자가 많고 요금을 10년에 걸쳐 나누어 내기 때문에 실제로 소비자에게 추가로 부담되는 금액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홍인기 교수도 “대부분의 연구 결과들이 통신사가 주파수를 비싸게 사더라도 소비자에게 비용부담이 전가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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