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했던 한국 술에 관심
전통주 배우려는 움직임도

한국 전통주 부활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끊어진 전통주의 맥을 복원하는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전통주 교육기관, 전통주 갤러리, 홍보기관에 그치지 않고, 청년도 홍보와 전통주 시장을 살리기 위해 나섰다.

▲ 한국전통주연구소에서 전통주 제조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 '안씨막걸리'는 세련된 전통주점으로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공간이다. 사진 | 서동재, 백승주, 조현제 기자 news@

전통주 교육기관, 연구부터 문화사업까지
전통주를 배우고 연구하는 교육 공간이 생겨나면서 전통주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졌다. 2015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김대근)은 전문인력 양성기관 5곳, 교육훈련기관 12곳을 정해 전통주 제조 교육부터 술 문화 조성까지 전통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전반적인 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24일 오후 7시 무렵, 교육훈련기관 중 하나인 한국전통주연구소에서는 전통주 제조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쪽 벽에는 술 빚기 실습을 할 수 있는 싱크대와 부엌 공간이 마련돼 있고 술을 만들 때 필요한 대야, 항아리 같은 것들이 함께 놓여있다. 반대편에는 수십 가지가 넘는 술이 형형색색 전시돼있었다. “전역하고 유럽여행을 다니다가 벨기에 맥주 양조장을 우연히 들러 맥주를 마신 적이 있어요. 제가 먹어왔던 술과는 완전히 다른 맛이 나더라고요.” 첨가물을 넣지 않고 만든 맥주 맛을 본 김진욱(남·24) 씨는 우리나라 전통주에 관심이 생겨 지인의 소개로 연구소를 찾았다. 한국전통주연구소는 술 빚기뿐만 아니라 계절주 세미나, 국선생 선발대회, 정기품평회 등 다양한 문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박은진 팀장은 예전에 비해 다양한 사람들이 연구실을 찾는다고 했다. “나이, 직업에 상관없이 전통주에 관심을 두고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많죠.”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는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 한국식품연구원, 신라대학교 등 5곳이 있다. 전문인력 양성교육은 창업예정자나 주류업체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제조 및 품질관리 수준 향상을 위한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장기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농촌진흥청 농촌인적자원개발센터에서는 e-러닝을 통해 전통주 강의과정을 무료로 지원하기도 한다. 농촌진흥청 농식품 자원부 발효식품과 최한석 연구원은 “전통주 문화나 제조과정을 모든 국민이 보고 배우도록 사용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며 “전통주 문화는 누구나 즐기고 학습 가능한 우리나라의 문화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전통주 문화를 알리다
전통주 시장의 활성화와 세계화를 위한 홍보노력도 보인다. 전통주 갤러리는 다양한 전통주와 공예문화를 널리 홍보하고 시음체험, 전통주 교육, 비즈니스 컨설팅 등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 전통주는 역사도 깊고 종류도 굉장히 다양한데 요즘 사람들은 한국 술을 잘 모르더라고요. 전통주를 접해볼 기회가 많이 없잖아요.” 전통주 갤러리 명욱 부관장은 한국 술의 맛과 멋,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갤러리가 마련됐다고 했다.

“시음해보기 전에 전통주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해드릴게요.” 전통주 소믈리에 무라오카 유카리(村岡 ゆかり) 실장은 갤러리를 찾는 손님들에게 전통주의 의미부터 종류, 빚는 과정 등 전반적인 설명을 진행한 뒤 시음체험을 진행한다. 시음할 수 있는 술은 매달 정하는 주제별로 달라지는데 전통주와 프리미엄 막걸리, 국산 와인 중 4~5종을 선정해 시음과 함께 술과 관련된 옛이야기를 더한다. 유카리 실장은 “매달 주제가 다른데 3월은 봄에 나는 재료로 만든 봄 술을 소개한다”며 계룡 백일주, 이화주, 칠선당 막걸리 쑥과 매화가 들어간 과하주를 차례로 잔에 따랐다. “여타 술과는 달리 찹쌀을 이용해 떡으로 빚어 점성이 짙어요.” 요거트처럼 한 숟갈 떠서 입안에 넣자 이화주만의 배의 풍미와 새콤한 사과 맛이 입안에 퍼졌다.

전통주 갤러리는 매달 다른 전시와 홍보를 통해 국민 스스로가 전통주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콘텐츠를 쌓아나가는 게 목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 우리술대축제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조달청과 협업해 이번 달부터 전통주를 공공기관이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판로확대에 나섰다. 이와 더불어 2013년도부터 찾아가는 양조장을 시작하고 전통주 연구 및 발전을 위해 운영 중인 민관기관에 예산지원을 하고 있다. 정철(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 융합산업학과) 교수는 “민관끼리 협동을 통해 행사, 축제도 하고 공동마케팅을 하는 등의 총체적인 노력이 요구될 것”이라며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 한국 술에 다가서다
청년들도 전통주점을 열거나 단체를 형성해 활동하는 등 전통주 시장 활성화를 위해 힘쓰기도 한다. 상점 하나 없을 것 같은 경리단 길 끝자락에 전통주점이 있다. 안상현 대표와 2~30대 청년들이 함께 운영하는 한국전통주점 ‘안씨막걸리’다. 돌하르방으로 디자인된 문을 열고 들어서면 두 팔을 활짝 벌린 장승이 천장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오방색으로 디자인된 작은 탁자에는 색다른 메뉴판이 놓여있다.

주점 이름이 ‘안씨막걸리’지만 막걸리 종류도 다양하고 다른 종류의 한국 술도 많다. 메뉴판에는 가벼움, 단맛, 담백한 맛, 무거움 4가지 기준에 따라 알아보기 쉽게 술들이 좌표 화 돼 있다. 안씨먹걸리 최현성(남·24) 술 책임자는 “한국 술을 잘 모르는 고객을 위해 알기 쉽게 술을 좌표화했다”고 말했다. 날마다 다른 술안주는 종이가 아닌 보드판에 적혀있다. 요리 책임자인 심광섭(남·29) 씨는 “한식을 기본으로 하되 그 날 정한 테마에 따라 안주를 달리한다”며 “한국술과 조합이 맞는 안주를 만들어내기 위해 매일 연구하고 시행착오를 거친다”고 말했다. 안씨막걸리는 처음 찾은 이향신(여·34) 씨는 “막걸리하면 하얀 플라스틱 병에 담긴 술로만 생각했는데 세련된 분위기에 색다름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통주 문화에 좀 더 다가가고 전통주를 알리려는 대학 청년들의 움직임도 있다. ‘Lock-in(서울 주류 연합회)’은 서울 대학 주류 동아리들의 연합단체로, 홍익대 인액터스 ‘채울’ 전통주 프로젝트팀, 서울시립대 칵테일 동아리 ‘비버리 힐즈’, 서울대 칵테일 동아리 ‘휴림’ 등이 모였다. 노새롬 채울 팀장은 “칵테일, 와인, 맥주 동아리는 많지만 전통주 동아리는 찾기 힘들다는 현실과 전통주가 소비자들의 인식에서 밀린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껴서 단체를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노새롬 팀장은 “현재는 ‘와인 소비자 협동조합’과 함께 덕수궁 페어샵을 준비하고 있다”며 “민족 얼의 부활, 관광문화로서 고부가 가치 농업의 부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막걸리 협회가 주최한 자라섬 막걸리 페스티벌 참가, 플리마켓에서 전통주와 전통주로 만든 칵테일 판매, 전통주 구매공급사업을 진행해보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노 팀장은 ‘온고지신’을 강조했다. 그는 “문화는 한순간에 생가고 한순간에 발전하는 것이 아니기에 옛것이 누적되고 옛것을 배워야 다음 세대의 발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청년들이 전통주 문화를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고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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