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내 정치성향은 중도"
정치 기피현상으로 나타난
실체 없고 애매한 집단이란 의견도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에 의하면 국민 46.8%가 자신의 정치이념이 ‘중도’라고 말했다. 보수 30.6%, 진보 22.5%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인지 선거철이 되면 각 정당은 중도층 공략에 힘을 기울인다.

통상 ‘보수와 진보의 중간’ 혹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노선’의 의미로 사용되는 중도이지만, 진정한 중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스스로를 중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간’도 ‘중립’도 아닌, 정치적 견해를 확립하지 못한 유권자일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 그래픽 | 김범석 기자 conan@

정치 무관심을 중도로 표현하기도
전문가들은 중도층의 존재는 다양한 이유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내영(정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적 지식의 결핍을 하나의 예시로 들었다. 그는 “유권자 중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30~40%의 유권자들은 뚜렷한 자신의 이념성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적 무관심 역시 중도층을 형성하는 요인 중 하나다. 김준형(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모르거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 자신을 중도라고 표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이념 프레임이 이런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었다. 장동진(연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지금 사회에서는 개인이 진보나 보수로 설정되면 그에 뒤따르는 사회적 부담이 크다”며 “정치성향의 차이로 생기는 갈등을 피하고자 자신을 중도라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층 만드는 기성정치 혐오증
정치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라고 해서 중도층이 아닌 것은 아니다. 진보·보수 진영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는 유권자가 스스로 중도라고 규정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스 양문석 논설위원은 “현재 보수정당뿐만 아니라 진보정당도 마찬가지로 정치권력을 사유화하면서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젊은 유권자들은 여·야 모두를 꺼리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애매한 정당일체감이 중도의 정체성으로 이어지는 예도 있다. 정당일체감이란 개인이 하나의 정당에 느끼는 애착심을 말한다. 한 정당의 정책과 이념을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분야별로 다른 진영의 정책에 동의하는 경우 스스로를 중도로 표현하는 셈이다.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현재 국민의당이 취하고 있는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 입장이 이러한 중도층을 겨냥한 것”이라며 “기존의 거대 양당에서 일체감을 느끼지 못한 유권자의 경우 이러한 입장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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