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 본교 노동대학원, 노동문제연구소가 주최한 ‘산별노조 및 노사정 대표 초청 대토론’이 진행됐다. 이 토론회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고용노동부, 사용자협의회 관계자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토론에는 노사정 대표를 비롯한 정책전문가가 참석했다. 종합토론에는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이승철 민주노총 사무부총장 등 노조 인사들과 신쌍식 금속산업 사용자협의회 회장, 정부 측인 양정열 고용노동부 노사관계지원과장, 그리고 노동 정책 전문가인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참여했다.

▲ 지난 3월 30일 국제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노조측 인사가 노사정 대표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노조측, 산별노조 필요성 강조

이날 토론회에서 노조 측은 산별노조를 통한 교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에 따르면 산별노조를 조직하고 산별교섭을 실현하는 것이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산별노조는 사업장 단위로 설립되는 기업별 노조와는 달리 동일한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전국적으로 하나로 묶는 전국 규모의 노동조합이다. 산별노조는 조직화가 어려운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조직화가 용이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와 같이 하나의 기업별 노조에서 주장하기 힘든 내용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산별노조의 결성이 교섭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아 효과가 미미하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은 “2015년 민주노총의 산별노조 전환율이 80% 이상이지만 실제 산별교섭은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교섭 참여자 중 하나인 산업 사용자가 산별노조와 교섭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정미 금속노조 정책실장은 금속노조의 사례를 들며 현재 금속노조의 한계로 현대기아차 등 대공장의 중앙교섭 미참석을 꼽기도 했다. 2006년 현대기아차노조는 산별노조로 전환했지만 현대기아차그룹은 산별교섭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사용자측, 교섭비용의 증가 제기

이날 토론회에서 사용자 측과 정부 측은 산별교섭이 비용 부담을 오히려 늘려 사용자들의 참여가 줄어든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금속노조의 산별교섭은 중앙교섭, 지부단위 교섭, 사업장 교섭으로 총 3번에 거쳐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교섭비용 증가와 교섭단위별 중복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정부 측 대표로 참여한 양정열 고용노동부 노사관계지원과장도 “노조 측은 산별교섭이 교섭비용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 했지만 교섭이 중복적으로 진행되며 비용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비용부담이 사용자들의 산별교섭 참여회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신쌍식 회장은 “근로조건과 무관한 정치파업과 연대파업 등은 사용자협의회 회원사들에게는 기업 경영의 어려움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사용자 측의 신쌍식 금속산업 사용자협의회 회장이 제시한 연도별 중앙교섭 참여 사업장 현황에 따르면 2009년 101개인 것에서 2015년에는 67개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쌍식 회장는 “이는 사용자협의회 소속 회원사가 금속노조와 산별중앙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탈퇴하는 경우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측, 사용자 참가 의무화는 어려워

노조 측은 법제화를 통해 사용자의 참여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 측 관계자는 사용자의 참여를 의무화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승철 민주노총 사무부총장은 사용자 단체의 교섭 참여 강제방안이 없는 현재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단체에 산별교섭 참가를 의무화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과 노동관계조정법상 사용자단체의 범위 확대, 단체협약 효력 확장하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정열 노사관계지원과장은 노조 측의 ‘사용자가 산별교섭을 수용하도록 제도화해 달라’는 주장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교섭방식에 대해 간섭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노조의 단결권을 존중해야 하듯이 기업 경영의 자유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복수노조 체제가 생기며 산별교섭 참여를 제도화하면 개별노조와의 다른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돼 또 다른 차별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사 모두 사용자 참여 유인책 필요에 동의

첨예한 입장차에도 노사정 모두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할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점엔 동의했다. 신쌍식 사용자협회 회장은 “산별교섭에서 사용자협의회도 요구안을 제시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교섭은 노사간의 교섭안 요구와 제시를 통해 상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인데 현재는 노조의 입장만을 수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신쌍식 회장은 “사용자들이 산별교섭에 대한 메리트를 느끼지 못 한다”고 말했다.

이정식 사무처장은 산별교섭 활성화를 위해서는 산별교섭이 사용자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점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교섭은 사용자협의회가 노조의 필요에 의해 조직된 태생적인 한계와 사용자협의회 회원사 간의 상호 경쟁적인 관계 때문에 사용자의 참여 메리트가 적다. 이정식 사무처장은 “노동운동의 위기극복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산별교섭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이고 이를 위해서라면 다른 부분들은 (사측에)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규식 선임연구원 역시 “사용자들이 들어올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배규식 선임연구위원은 “산별교섭을 통해 직종별, 업종별로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리의 산업구조에서는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사업장이라도 하는 일에 따라 임금의 차이가 나기에 산별 간의 임금 격차를 어떻게 좁혀나갈 것인지가 앞으로 중요하다고 이어 지적했다. 배규식 선임연구위원은 “저성장 시대에 맞는 산업·일자리전략을 비롯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노동시간 단축, 숙련향상, 구조조정과 불경기 대비 등을 고려한 산별노조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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