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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복지법, 예방 중심의 실질적 제도가 돼야
노숙인복지법, 예방 중심의 실질적 제도가 돼야
  • 이요세피나 기자
  • 승인 2016.05.0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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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도시연구소의 2012년 주거취약계층 전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거리 노숙 6년째에 이르면 사망할 확률이 10.18%이다. 노숙을 방지할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거리의 죽음은 계속될 것이다. 한 개인이 노숙 상태에 이르게 되기까지는 실직, 질병, 가족 해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안정적인 주거나 일자리가 없으면 아무리 질병과 알코올중독을 치료하고, 자활근로를 하며 돈을 벌어도 언제든 다시 노숙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근본적이고 예방적인 차원의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업 현장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와 같은 임시주거시설물과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과거부터 있었다. 하지만 1997년 IMF 구조조정을 계기로 주거한계계층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자 이들은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1년 제정된 ‘노숙인 등 복지 및 지원에 관한 법률(노숙인복지법)’이 그 결과였다. 하지만 이 같은 입법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 정책이 가진 내재적인 한계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 4월 22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두 노숙인을 만날 수 있었다. 사진 | 조현제 기자 aleph@

주거안정성 확보가 근본적 대책
  노숙인에게 제공되는 숙식, 재활 및 자활 프로그램과 같은 복지 서비스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안정적인 주거환경이 선행돼야 한다. 주거지원은 일정한 기간 동안 주거비나 전세비용을 지원해 재노숙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다. 의료지원과 주거의 상호 보완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노숙인이 의료급여를 받아 국공립 병원에서 치료를 받더라도,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사후치료를 받고 회복하지 않으면 병이 재발하거나 다시 노숙을 하게 될 위험이 크다. 주영수(한림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건강을 비롯한 모든 사회보장적 성격의 보호망은 안정적인 주거가 확보됐을 때 비로소 유의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초기부터 노숙인에게 주거공간을 지원해주고 이후에 다른 지원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주거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있다. 치료, 재활, 일회적인 쉼터 서비스에 소요되는 비용을 반복적으로 지출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주거를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적은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열린여성쉼터 서정화 소장은 “먼저 안정적인 주거를 주고 지역사회의 주민으로서 생활하도록 하면 이들이 장기적으로 사회에 기여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복지를 소멸하는 순간적인 비용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노숙인을 비롯한 주거위기계층이 양산되는 이유는 이들을 1차적인 보호 의무가 있는 지역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서울시 다시서기센터 이종만 실장은 “주소지나 신분이 말소되기 전, 한계 상황에 처한 노숙인이 지역사회의 복지망에 기댈 수 없었기에 서울역, 영등포역과 같은 거리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도 서울시 노숙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규진입 노숙인의 절대 다수인 93.4%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것의 대안으로 지역사회 단위부터 주거보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원우(협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거공간이 없는 이들이 최저생활도 보장받지 못하는 것에서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엄격한 기준과 사각지대를 알 수 있다”며 “접근성이 높은 지역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적 차원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거주 가구 비중은 4.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인 11.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2014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19%, 프랑스 16.8%, 독일 8.1%에 비해서 한참 낮은 편이다. 공공형 주택의 물량이 적으니 입주 조건도 까다로워지고,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은 쪽방과 고시원을 전전하다 일부는 노숙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노숙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를
  크게 자활, 재활 그리고 요양으로 나뉘는 노숙인 복지의 각 영역이 노숙인의 실제 욕구와 상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자활지원이란, 근로능력과 의사가 있는 노숙인들이 일정 기간을 정해두고 한 달에 약 50만원을 벌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반면 재활은 근로활동이 아닌 알코올, 장애 등에 대한 치료가 선행돼야 하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서울에 소재하는 재활시설은 남여 각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비전트레이닝센터’가 전부다. 서정화 소장은 “노숙인 중에는 재활을 우선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더 많은데, 정부의 지원이 자활에 치우쳐 있다”고 말했다.

  복지 서비스에 대한 노숙인의 욕구가 과소평가돼 지원이 불충분한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의료급여와 마찬가지로 노숙인에게도 비급여 항목은 지원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극빈층에 속하는 노숙인의 상황을 고려해보면 노숙인은 비급여 의료서비스에서 사실상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현 정책은 노숙인을 비롯한 최저생활계층에게는 기초적인 의료만 제공하면 충분하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있다. 대표적인 예가 약 40%의 노숙인이 보유하고 있는 치과질환이다. 치과질환은 자존감의 하락 뿐 아니라 영양섭취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기에 노숙인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렇지만 치과진료는 대표적인 비급여항목으로 전국에 몇 군데 없는 무료진료소의 검진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노숙인복지법 ‘전면개정’ 주장 이어져
  2011년 제정된 노숙인복지법이 있지만 이 법에서 규정하는 노숙인의 범위가 협소해 주거한계계층이 노숙에 이르게 되는 현상을 막아내기엔 부족하다. 현행법은 쪽방촌, 컨테이너 등에서 장기적으로 생활하는 약 28만 명의 주거취약계층을 노숙인으로 정의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UN은 주거한계계층과 극빈층을 노숙인의 정의에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노숙인시설협회 원용철 회장은 “노숙인으로 정의되는 인구의 규모를 줄일수록 국가의 책임 범위는 점점 작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숙인복지법의 시행으로 노숙인은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수급조건이 까다로워 노숙인의 건강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의료수급자가 되기 위해선 3개월 이상의 거리 노숙상태가 증명돼야하고, 해당 노숙인이 6개월 이상 건강보험료를 체납하고 있어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자격조건을 둔 이유는 부정수급자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원용철 회장은 “모든 복지제도에는 부정수급자가 발생하는데, 이들을 제외한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이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자격요건을 완화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급여 수급 자격에 해당된다고 해도 국가가 지정한 병원만을 이용해야 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있는 노숙인은 병원을 이용하기 특히 어렵다. 신원우 교수는 “노숙인이 이용 가능한 지정 국공립병원의 수가 부족하고, 노숙인의 거처나 지원센터와 병원이 멀어 접근성이 낮다”고 말했다.

  노숙인이 국가로부터 보호받는 정도는 우리나라 사회보장 수준의 ‘기본선’을 알려주는 지표이다. 주영수 교수는 “가장 취약한 집단인 노숙인에게 공식적으로 보장되는 의료나 주거 지원은 우리 사회의 모든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정책의 가이드라인이자 기준점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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