눅(nook)서울은 구불구불한 후암동 골목에 있는 80년 된 일본식 목조주택이다. 서울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서울의 급성장을 지켜봤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무색하게 눅서울은 ‘낡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전자 도어락을 열고 들어가면 100년을 바라보고 있는 나무의 짙은 향기가 나지만, 그 안을 채우고 있는 가구와 인테리어는 현대적 감각으로 꾸며져 있다. 주인 이호영 대표는 이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고, 온전히 주거기능을 하도록 복원해서 ‘재생’ 시켰다. 아늑하고 조용한 곳을 의미하는 눅(nook)의 의미처럼 눅서울은 주인의 사랑방으로 쓰인다. 보존과 복원, 재생이 앞으로 도시 건축 문화에서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을 것이라 말하는 이호영 대표를 만나봤다.   

▲ '녹서울' 이호영 대표 사진 | 김주성 기자 peter@

- 눅서울은 어떤 공간인가
“눅서울은 80년 된 가옥의 정체성과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내부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래된 가치와 현대의 새로움이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온고지신’의 자세로 공간에 대해 재해석했다. 재생 과정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10겹으로 두껍게 쌓였던 벽지를 뜯어내자 보였던 나무 골격들이었다. 그래서 2층 부엌에는 하얀 회벽에 T자 모양 나무 골격을 그대로 드러냈다. 나는 80년 된 이 벽에서 현대미술의 추상성을 발견했고, 이에 벽지를 새로 바르지 않았다. 외국인 관광객에 숙박시설로 제공하고 있기도 한데, 이곳을 이용했던 한 외국인은 ‘authentic but modern’이라 표현해줬다. 눅서울에는 보수적이고, 클래식한 이미지를 뜻하는 ‘authentic’과 현대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신축이 아닌 재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복원 작업을 함께한 김승회(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눅서울 재생에 참여하는 이유로 ‘건축가에게 80년이란 시간의 가치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복원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재생 이후 눅서울이 한 세기 더 유지된다면 미래유산이 될 수 있음에 공감했다.

보존, 복원, 재생은 한국의 존재감과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생각해볼 방식이다. 최근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은 북촌 한옥마을이나 이태원 가로수길을 돌아다니며 한국만의 역사와 정서를 찾으려 한다. 그런데 한국엔 허물고 새로 짓는 방식이 경제적, 시간적으로 효율적이란 생각이 만연하다. 정부와 기업은 전면철거 재개발로 마을과 터를 없애버리고 새 건물을 지어 경제적 이익만을 좇았다. 나는 눅서울을 통해 오래된 건물을 활용해 한국만의 건축물을 만들었을 때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한국 사회에 보여주고 싶었다. 새로 짓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도시와 건축에서 어떤 디자인적 고려가 필요한가
“건축가는 도시와 건축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건축물은 짓기 전까지는 건축주의 자산이지만, 짓고 나서는 공공성이 있는 도시의 자산이다. 디자인에 대한 고민 없이 유행에 편승해 서울시청과 같은 건물을 지어서는 곤란하다. 앞으로 민간에서는 눅서울처럼 오래된 건물을 디자인으로 살려내거나 사용자 친화적인 공간을 설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보여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도시경쟁력 차원에서 공공디자인과 체계를 섬세하게 계획해야 한다. 세계는 ‘걷고 싶은 도시’라는 키워드로 도시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한국 역시 사람들이 걸어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즐거운 도시를 만들어야 하고, 마을 정체성과 골목의 정서도 유지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서울은 특화된 지역의 상업성만 따지고 있다. 도로는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곳곳에 주차돼 있어 차량 흐름이 막힌다. 관광지화 된 골목에 사는 거주민에 대한 배려도 없다. 도시정책은 자본주의 논리만을 고려해선 안 된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