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버려진 커피찌꺼기가 섬세한 손길을 거쳐 텀블러로 악세사리로 탈바꿈했다. 낭비되는 폐자원에 새로운 쓰임새를 주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은 버려진 현수막을 에코백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소재를 비슷한 용도로 재사용하는 것이 아닌 다른 용도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리사이클링(recycling)과 차이가 있다. 가방, 인형과 같은 소품부터 가구와 같은 인테리어와 패션사업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KUD) 배민지 매니저는 “업사이클은 어느 한 곳에 한정되지 않는다”며 “모든 분야에 적용가능한 무한한 잠재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업사이클러 우상경 작가가 커피찌꺼기로 만든 텀블러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백승주 기자 100win@

 

  재활용에서 한 단계 나아가다
  업사이클링이란 단어가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2002년, 건축학자이자 화학자인 윌리엄 맥도너(WilliamMcDonough)와 마이클 브로(Michael Braungart)가 집필한 책인 <요람에서 요람으로: 만드는 방법을 다시 만들다>에서부터다. 플라스틱 레진과 무기충전재의 합성으로 만든 종이로 책을 만들었다.
한국에선 2007년부터 디자이너 그룹을 중심으로 업사이클을 시작했다가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업사이클을 다루기 시작했다. 가구 업사이클을 하는 ‘문화로놀이짱’과 패션 브랜드로 론칭해 업사이클 제품을 제작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 ‘래코드(RE;CODE)’ 등 100여 개가 넘는 업사이클링 기업이 있다.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에 따르면 국내 업사이클링 브랜드 수는 2010년 11개에서 2015년 150여 개로 늘어났다. 시장규모는 2013년 20억 원에서 2014년 50억 원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민간·기업·정부 협업해 함께하다
  길거리 공공기관이나 시, 지자체에서도 업사이클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와 업사이클 기업 터치포굿과 함께 미래형 신직업으로 전문업사이클러 ‘반짝반짝 업사이클링 탐험대 2기’를 육성한다. 배민지 매니저는 “창업과 취업이 가능하도록 업사이클 디자이너들을 양성하고 있다”며 “수업은 실제 디자인 사례, 차별적 제품을 만드는 창의적 방법 등 실질적인 것들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삼선동엔 2월, 폐자재로 제작된 의자와 마을 안내 표지판이 곳곳에 설치되기도 했다. 한성대 디자인학부는 산학협력 정규강좌를 통해 성북구와 주민자치단체가 협업해 업사이클링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지도를 맡았던 문찬(한성대 IT응용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삼선동 주민 생활에 보탬이 되고자 협업을 진행했다”며 “최소의 비용으로 친환경적 서비스를 구현하고자 주변에 버려진 가구 또는 폐목재를 재구성해 설계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사용자인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설계에 반영하는 관계지향적 서비스를 수행한 것이다.

  예술작가끼리 업사이클 관련 페스티벌을 열기도 한다. 예술 공유 서비스 기업 ‘위누’는 올해 6월 5회째 아트업페스티벌을 연다. 황성은 위누 프로젝트 매니저는 “작년 페스티벌에선 플라스틱을 업사이클 작품으로 재탄생시켜 페트병과 같은 플라스틱류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업사이클의 의의를 조명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위누는 동대문DDP에서 업사이클 제품을 전시하는 자투리 전을 5월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업사이클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2012년도에 만들어져 2014년 9월에 오픈한 명동성당 나눔의 공간에는 업사이클 도서관 ‘1898 래;코드’와 ‘힐링공방’과 같은 방문객들을 위한 업사이클링 공간이 있다. 명동성당 나눔의공간 한란 매니저는 “오픈할 때만 해도 방문객들은 업사이클링이란 단어를 대부분 생소해했는데 이제는 먼저 업사이클에 관심을 갖고 나눔의 공간을 찾는다”고 말했다. 힐링공방에는 주말마다 업사이클러 작가들을 초청해 폐자재를 이용한 업사이클을 진행한다.

  커피찌꺼기를 이용해 텀블러를 만드는 업사이클러 우상경 작가는 매주 공방에 찾아가 업사이클에 대한 강연을 하며 다른 작가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광고대행사를 운영하며 우드리싸이클 디자이너로 상상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우상경 작가는 “흔히 볼 수 있는 쓰레기여도 고민을 하고 사고를 확장시키면 언제든 제품의 소재가 될 수 있다”며 “교육과 창의성이 잘 어우러진다면 누구든 업사이클링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디자인을 통한 국내 업사이클링 산업 활성화방안 제시’ 논문 저자인 정서준 씨는 보통 업사이클 체험 및 교육 컨텐츠들은 교육에 초점을 맞춰 전문적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이벤트성 체험이나 단순 제품 홍보에 국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업사이클링 체험 활동 등이 박람회나 워크숍 등 단기적 참여 형태로 이루어진다”며 “업사이클링을 잘 모르는 일반인은 체험 및 교육 활동을 접할 기회가 드물다”고 말했다. 강해옥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주무관은 “현재 업사이클은 영세기업, 민간위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정부에서도 일반적인 재활용을 넘어서 새로운 문화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업사이클을 발전시켜야한다”고 말했다.

 

  품질 높이고 스토리에 집중해야
  현 재활용품은 재활용 과정에서 비싼 운송비용과 많은 품이 들지만 재활용이라는 이유로 저가가 되기 마련이다. 이에 따른 자금부족으로 기술개발에 투자비용 부족으로 저급한 재활용품이 다시금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점 때문인지 아직까지 업사이클 제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배민지 매니저는 “몇몇 고객 분들은 처음에 보고예쁘다한 제품도 원재료를 말씀드리면 금세 표정이 바뀐다”고 말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업사이클링 제품은 품질과 스토리텔링에 집중해야 한다. 김중진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장은 시장에서 업사이클링 제품의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품의 질적인 측면을 높여야한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기존제품이랑 외양과 기능은 비슷한데 소량생산을 했다는 이유로 가격만 높다면 시장에서 외면당하기 쉽다”며 “그렇다고 무작정 가격을 내리기 보단 작가만의 창의성을 드러낼 특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승부를 걸어야한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 디자인은 원재료의 분해 및 해체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디자인 과정이 기존 제품 디자인 방법과는 차이가 있다. 이에 김용주(한성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획일화를 거부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과거보다 커질 것이므로 그런 점을 착안해 자신의 가치를 제품에 잘 담아 제품성을 높여야한다”고 강조했다.

  스토리텔링 역시 중요한 방법이다. 개성과 함께 윤리적 소비를 강조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방법은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업사이클디자인협회가 2013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업사이클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로 소비자들은 친환경적(41%)이고,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33%)이란 점을 들었다. 우상경 업사이클링 작가는 제품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스토리텔링에도 집중해야한다고 말했다. 우 작가는 “업사이클은 헌 소재에서 새 가치를 발견하고 안에 담긴 잊혀졌던 스토리를 찾아 알리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지현 녹색가게 사무국장은 업사이클을 통해 소비자에게 교육적 의미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녹색가게에선 업사이클링한 물건을 직접 만들고, 거기에 자기 물품을 판매하고, 또 구매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김 사무국장은 “품을 들여 뭔가 만들어보면 그걸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자신이 직접 만들어보고 하는 것도 홍보뿐만 아니라 인식변화에도 큰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직접 업사이클 기획부터 제작까지의 체험을 해보면서 사이클의 중요성을 느끼고 제품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정서준 씨는 이런 교육이 단기성이나 단순 제품 홍보에 국한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 씨는 “교육 지도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 등의 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은 초기단계에 불과하다”며 “중장기 교육을 중심으로 설계된 컨텐츠와 다양한 계층의 대중의 참여를 확산시킬 수 있는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 및 지도자를 양성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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