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의 개교 111주년을 축하합니다. ‘교육구국’의 사명과 ‘자유, 정의, 진리’의 이념으로 우리 민족의 역사와 그 길을 함께 해 온 고려대학교의 거대한 역사 앞에 잠시 경외심을 표합니다. 개교기념일을 앞둔 지금, 입학과 동시에 멋모르고 외쳤던 온갖 구호와 그저 선배들을 따라 참여한 4.18 구국대장정 따위의 행사에 바로 고려대의 111년 역사가 깃들어 있었음을 이제야 되새겨 봅니다.

저는 이 글을 빌어 고려대학교에 오늘의 축하보다 더 큰 내일의 축하가 따라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먼저, 지금의 총장님께서 고려대가 이제 ‘개척하는 지성’을 키워낼 대학이 될 것이라는 말씀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계십니다. 전 사회적 교육의 위기 속에서 대학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데에 조금은 다른 우리의 이야기를 보태볼까 합니다.

저는 ‘배척하지 않는 지성’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어찌 보면 굉장히 단순하고 소극적인 표현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란 말과 같습니다. 단적인 예로 휴·복학 신청기간과 장학금 제도의 변경 과정에서 적어도 학생들은 배척당했습니다. 이곳은 ‘먹고 사는 문제’가 막막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청년들이 다니고 있는 바로 그 곳입니다. 이렇게 대학과 사회로부터 배척당한 학생들이 어찌 배척하지 않을 교육을 받았다 할 수 있을까요.

결국 ‘모든 일은 선의만 갖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싶습니다. ‘정답을 만들고 일방적으로 설득만 하려는 것은 20세기의 패러다임이고 권위주의적 독선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을 ‘개척하는 지성’은 우선적으로 알아야겠습니다. 그렇다면 배척당하지 않을, 개척할 학생들은 정답을 만드는, 정답을 결정하는 그 과정에서 적어도 함께 토론해야 하지 않을까요.

시선을 조금만 더 돌려보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교수로서 자격이 없는 이들이 권력관계를 이용해 제자들을 향해 온갖 폭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외국인 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캠퍼스 곳곳의 게시판과 화장실과 계단 심지어 강의실 안에서마저 ‘일상적’인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비정규직 청소·주차·경비 노동자분들께서는 여전히 매년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구호를 똑같이 외치며, 열악한 강사들의 권리를 앞장서 외친 해고 강사의 텐트는 민주광장 풍경의 일부가 된지 오래입니다.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얘기조차 하는 게 힘든 배척당한 이들의 존재, 이 역시 111년 고대 역사의 일부분입니다.

이제는 고려대학교가 개교기념일에만 형식적으로 축하받는 것이 아닌 어느 때라도, 그 누구에게도 불편하지 않은, 배척(당)하지 않는, 그래서 마음 놓고 기뻐할 공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공존하는 문화가 바로 교육이 되기를, 그러한 변화가 우리 고려대에서 시작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것이 지금의 총학생회장으로서 보내는 마땅한 축사입니다. 끝으로 축사를 넘은 찬사를 받을 고려대학교의 모습을 한 번 상상해봅니다.

박세훈 안암총학생회장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