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는 조국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던 1905년, 최초의 민족사학으로 이 땅에 태어났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교육구국’의 건학이념으로 민족에게 희망을 제시했고, 독재정권에서는 4.18의거로 이 땅의 정의를 지켰습니다. 군사정권의 압제에 분연히 항거하며 민주화를 앞당기는 선봉을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끝없는 진리탐구와 실천적 지성으로 사회에 헌신하여 우리나라를 세계 10대 경제선진국으로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 땅의 근대화, 민주화, 산업화를 이끌어온 111년의 고려대 역사는 우리에게 언제나 무궁한 자부심의 원천입니다. ‘마음의 고향’ 고려대학교는 재학 중에도 졸업 후에도 자유, 정의, 진리의 정신으로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다잡게 만듭니다. 이러한 고려대학교의 역사와 정신은 고귀한 자산이자 우리의 자랑이기에 역사적 책무를 다해야 합니다. 미래는 현재를 매개로 역사와 소통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대학의 현실은 미래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대학들은 외부 평가와 각종 규제에 얽매여 있고, 21세기는 지식 사회로 달려가는데 우리 사회와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는 인색합니다. 대학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현재의 집단적 이해에 함몰되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데 주저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청년들은 교육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절망감에 빠져있습니다.

고려대학교는 ‘교육구국’의 정신으로 새로운 미래에 도전해야 합니다. 과거의 인정과 영광을 뒤로 하고 거친 광야를 개척해야 합니다. 지난해 우리는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국내 최초로 혁신적인 장학 시스템을 마련해 경제적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고대생이 없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장학제도를 통해 다양한 글로벌 능력을 함양시키기 위해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고교 추천전형을 대폭 확대하고 교수들이 직접 참여하는 심층면접으로 인재를 발굴하는 입학제도 개편안도 추진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변화를 넘어 미래의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21세기 급격한 사회적 변화는 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눈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인공지능, 바이오 메디컬, IOT, 나노기술 등의 첨단테크놀로지는 급속하게 융합돼, 산업구조와 사회시스템을 전혀 새로운 형태로 혁신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물결 속에서 20세기의 교육 시스템에 안주하는 고려대학교의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입니다. 대학은 정형화된 지식을 전수하는 닫힌 공간을 넘어 상상력으로 지식을 창조하는 열린 공간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마음껏 상상하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열린 공간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오는 가을학기를 맞아 정경관 옆에 ‘Pi-ville’이라는 개척마을이 들어섭니다. 이 공간에서 학생들은 미지의 세계를 찾아 무한하게 상상하며 개척의 꿈을 키울 것입니다. 가을에 착공되는 SK미래관은 강의실이 없이 100개의 토론실과 100개의 개인집중 연구공간으로 구성된 창조와 숙의를 위한 학습공간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교육을 위한 단과대학, 미래대학 설립도 추진됩니다. 이 안에서 학생들은 연결성을 통한 창의적 학습, 융합을 통한 초학제적 학습, 거꾸로 학습을 통한 문제해결형 학습 등 기존 교육의 틀을 깰 것입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미래사회를 주도할 모든 학문과 산업분야들이 학습주제로 다뤄집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개별 학문분야나 소속 등 그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진정한 지식유목민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지금껏 글로벌 고대의 기치를 내세우며 추진해왔던 국제화도 더욱 발전되어 추진됩니다. 북유럽과 베네룩스 3국처럼 훌륭한 학문과 기술을 지녔지만 그간 교류가 소원했던 지역들과 중국, 일본의 유수대학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출범시켜 교육과 연구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할 것입니다. 무한한 기회의 땅인 남미대륙도 라틴아메리카 프로젝트를 통해 개척해 나갑니다. 학생들은 이처럼 낯선 세계로 나아가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전문성을 함양시켜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것입니다.

111년 전 ‘교육구국’을 통해 조국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한 선배들이 있습니다. 우리 또한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해야하는 역사의 길목에 서있습니다. 민족의 보람이자 겨레의 희망이었던 우리 역사를 발판으로 세계와 미래를 향한 도전을 지속해야 합니다. 끝없는 혁신과 도전으로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교육의 미래, 미래의 교육을 만들어 갑시다. 고려대학교에 거는 이 시대의 기대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엄중합니다. 담대하게 역사적 책무를 감당합시다. 고려대학교 개교 111주년, 새로운 출발을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립니다. 모두의 미래에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염재호 고려대학교 총장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