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서동재 기자 @awe

오후 4시 보배곱창 집의 문이 열렸다. 사장 이경희(여·47) 씨가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기도 전 손님이 찾아왔다. 집에서 갓 나온 듯 슬리퍼를 끌고 나온 남성은 야채곱창 포장을 주문했다. 곧이어 5인 가족이 가게를 찾아왔다. 연휴를 즐기다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나왔다. 보배곱창은 제기동에서 12년 동안 주민들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가족들에 깨끗한 음식을 고집하는 주부들도 보배곱창의 ‘깨끗함’을 믿고 찾아온다.

보배곱창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구리 보배곱창의 제기동 지점이다. 제기동 보배곱창 사장 이경희 씨는 원조가게 사장의 조카다. 이 씨는 14년 전 삼촌네 가게에서 처음 맛본 곱창 맛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 맛에 바로 반한 이 씨는 원래 하던 옷가게도 접고 2년간 구리 보배곱창에서 밑바닥부터 일했다. 가족이 하는 가게지만 야채 썰기, 김치 담그기부터 시작했다. 막내딸을 임신했을 때 제기동으로 이사와 가게를 차렸다. 밑반찬으로 곱창을 먹는 집에서 딸은 어느덧 초등학생으로 자라났다.

야채곱창을 주문하자 사장은 철판 위에 식용유를 살짝 뿌리고 곱창을 듬뿍 집어 양념과 함께 달달 볶는다. 혹시라도 남아있을 곱창 특유의 냄새를 잡기 위해 소주를 탄 물을 한 번 뿌려준다. 양념이 곱창에 부드럽게 스며들면 깻잎과 양배추를 넣고 함께 볶는다. 야채를 나중에 볶으면 양념을 많이 넣어야 하지만 그만큼 맛있기에 야채는 늘 마지막 순서다. 야채곱창엔 야채보단 곱창이 더 많다. “곱창집엔 곱창을 먹으러 오는 거니까 처음부터 곱창을 많이 넣었어요. 남는 건 없지만, 단골손님은 많죠. 동네 장사라서 이제는 곱창 양을 줄일 수도 없어요.”

뻘건 양념으로 버무리 된 야채곱창이 호일에 담겨 돌판에 안착한다. 매끈한 겉면의 곱창 하나를 집어 입안에 넣고 우물거려 본다. 곱창에 배어 있는 양념국물이 빠져나오며 혀를 먼저 자극한다. 질겅질겅 씹다보면 특유의 고기기름이 입안에 침처럼 고인다. 매콤한 양념이 입술을 살짝 얼얼하게 만들지만 고통에 굴하지 않고 곱창을 한 번 더 집어 든다. 이번엔 당면과 잘게 잘린 깻잎, 곱창을 함께 들어올린다. 씹으면 씹을수록 빠져나오는 곱창 기름의 고소함은 턱을 쉴 수 없게 만든다.

보배곱창은 맛을 느끼는데 방해가 되는 돼지 창자의 역한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질 좋은 곱창만 고집하는 주인의 깐깐함 덕분이다. 곱창은 이 씨의 오빠네 곱창공장에서 들여온다. 여동생의 가게에 들어가는 만큼 오빠는 신경 써서 등급이 높고, 깨끗한 재료를 보낸다. 이틀에 한 번 곱창을 납품받는 날이면 이 씨는 몇 번이고 곱창을 물로 꼼꼼히 씻어낸다. 고기의 질도 확인하면서 혹시라도 남아있을 잔여물을 제거한다. “우리 집 곱창은 진짜 깨끗해요. 옛날에 더러운 곱창을 파는 가게를 방송에서 고발하면서 곱창가게들이 타격 입은 적이 있었어요. 우리 가게는 날 믿고 오는 손님들이 많았어요. 사장인 내가 우리 막둥이 딸한테 곱창을 잘 먹이는 게 믿음을 줬나 봐요. 나는 우리 가족한테 먹이는 것 그대로 손님들한테 내놓는다고 자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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