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이래 여성의 몸은 늘 국가가 관리해 왔는데, 단지 매춘만이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경순 영화감독은 ‘레드마리아2’에서 매춘 혐오의 역사를 추적했다. 2년 반의 제작 기간 끝에 그는 국가가 성매매를 권유하면서도 혐오하도록 조장했다고 결론을 내린다. 매춘 혐오의 역사와 여성 혐오에 대해 경순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사진 | 영화 '레드라미라2' 캡처

- 영화 제목 ‘레드마리아’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성을 대변하는 ‘마리아’라는 이미지를 부정하고 싶었습니다.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의 근저에는 늘 순결한 ‘마리아’의 모습만 있죠. 하지만 여성은 순결한 걸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지향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마리아’는 여성을 대변하는 이미지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레드마리아’라고 짓게 됐습니다.”

- 매춘 혐오의 역사를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여성을 단순히 ‘성녀’와 ‘창녀’로 구분하는 사회의 잣대는 매춘 혐오를 유발하고 확대시켰습니다. 조선시대나 일제강점기 당시 가난한 집 여성들은 유곽에 팔려가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10살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렇게 매춘부가 됐던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국가의 경제가 힘들었던 시기에는 늘 이런 일이 반복됐습니다. 일본에서 이뤄졌던 ‘위안부’ 제도는 사실상 미군기지로 이어졌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국가가 관리하는 미군기지촌이 그 역할을 대신했습니다. 1970년대에는 기생관광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매춘을 권장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들에 대한 사회적인 혐오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서도 매춘 혐오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위안부’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위안부가 ‘매춘부다 아니다’라는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데, 이것부터가 매춘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얼마나 심한지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인 셈이죠.”

- 매춘 혐오가 여성 혐오와 연결돼 있다는 것인가
“매춘에 대한 혐오는 매춘을 하지 않는 많은 여성에게도 피해의식으로 자리합니다. 여성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여성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죠. 일단 몸 관리를 잘해야 하고, 절대 성폭력에 노출되지 않아야 하고, 가정에서는 저출산의 주범이 되어서도 안 되며, 아이를 낳지 않을 자유도 빼앗깁니다.
성욕을 해결하는 데 여성은 불리한 구조에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만 성관계를 해야 한다’, ‘한 사람하고만 해야 한다’는 믿음은 누가 만든 것인지요. 우리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떻게 여성들을 대하도록 배웠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크게 두 가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여성은 늘 보호받거나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죠.”

- 영화에 성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그들을 가까이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자신의 노동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손님들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기술을 익히는지 등을 볼 수 있었죠.
하지만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라 이들은 폭력에 노출돼도 대처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며 이런 곳에서부터 건전한 성문화가 실현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성구매를 하는 사람조차 매춘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이들을 보호해야 할까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전에는 업소 자체에서 고객의 폭력에 대한 대처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 와버렸습니다.”

- 영화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나
“피해자도 될 수 없었던 매춘부 출신의 ‘위안부’ 문제가 어떻게 이 사회에서 배제된 것인지, 그리고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은 자발적 성매매 종사자들은 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인지를 추적해보고자 했습니다. ‘유사 이래 늘 국가가 여성의 몸을 관리해 왔는데 단지 매춘만이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대체 왜 매춘의 문제만 그렇게 혐오의 대상이 된 것인지’ 등의 고민들을 풀어보고자 하는 것이 이 영화의 출발이었습니다.
3월 31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자발적인 성매매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합법이라고 판결했습니다. 그 이유를 ‘건전한 성풍속과 성윤리를 위해서’라고 말했죠. 이것은, 그동안 매춘여성을 바라보는 국가의 이율배반적인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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