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위주' 평가 개선하고
시설간 네트워크 구축해야

▲ 화재 참사가 있었던 군산 개복동에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재를 극복하길 소망하는 나비 형태의 추모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다.사진제공 | 군산개복동인권센터건립위원회그래픽 | 허윤 기자 shine@

2000년 군산에서 발생한 성매매업소 화재 이후, 정부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을 제정해 탈성매매 여성을 지원하고 있다. 구조, 상담, 의료, 법률, 자활 지원 5가지로 구성된 지원 체계는 ‘성을 판매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6년 1월 기준 전국에 92개의 탈성매매 지원 시설이 마련돼 있지만 관련 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시설간 네트워크 구축이 미비하고 정부의 평가와 지원 방식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지원시설 네트워크 구축해야
성매매피해자의 자활에 정부의 지원은 유효하다. 한국가족사회복지학회에서 발행한 <성매매피해여성의 탈업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논문은 정책적 지원이 성매매피해자의 탈업소 성공률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해당 논문은 “2004년~2008년 자활지원사업에 참여한 1304명의 여성을 조사한 결과 정책적 지원 요인이 이들의 탈업소에 분명한 영향을 미쳤다”며 “상담기간 연장, 지원액 증가, 주거연계 지원으로 탈업소 성공률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고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센터의 수가 충분하지 않고 지원센터마다 지향점이 다른 법인들이 운영하고 있어 지원에 한계가 있다. 하지선 제도와 사람 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는 성매매피해자 지원 시설간 체계가 상이하고 정보 교류가 원활하지 않아 조건과 욕구가 다양한 성매매피해자를 효과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등 공적기관 주도의 지원시설 네트워크를 설치해 협력과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지원 시스템이 탈성매매 여성의 사회진출 이후에도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기영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 소장은 “탈성매매 여성이 사회에 나가 일상생활, 대인관계 등에 문제가 생길 때 지원하는 시스템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작용 낳는 ‘실적 위주’ 평가
현재 성매매피해상담소와 지원시설에서는 이용률, 취업률 등 실적 위주의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평가에 근거한 지원은 부작용을 낳는 원인이 된다. 장수정(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돈을 주는 정부나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투입 대비 산출값을 보여줄 지표가 필요하겠지만 이는 자활지원센터의 역할과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 활동가들은 실적 위주의 평가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활을 위해서는 개인의 차이를 고려한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돼야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성과 위주의 교육프로그램이 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경숙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소장은 “성매매를 벗어나자마자 취업할 수도 있지만, 못하는 사람도 있는 것을 고려해야한다”며 “개인적인 욕구 파악이 우선이지만, 실적 위주의 양적 평가로 예산을 지원하니 지원센터들은 딜레마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기적 관점 필요한 맞춤형 지원
자활 지원 방향을 중장기적으로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성매매 유입 요인과 대상의 나이 등을 고려해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때,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10대의 경우에는 가출 이후 생계비 마련이 필요해 성매매에 유입되는 경우가 빈번하기에 학력·구직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 ‘쉼터(청소년 지원시설)’의 개선을 위해 취업‧인문 교육 활성화가 제시되는 이유다. 한국소년정책학회에서 발행한 <아동‧청소년 성매매 지원 대책의 효과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쉼터는 인턴십을 운영하거나 공동작업장 연계활동을 지원하는 등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호하며 관련 교육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장년층은 삶의 안정성 보장을 위해 당장 중장기적으로 거주할 공간을 보장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는 공동생활 시설인 그룹홈 형태로 최대 4년간 거주를 지원하고 있지만  삶의 안정성을 보장하기엔 부족한 기간이다. 김지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본부장은 “현재 취약계층을 상대로 시행하고 있는 공공임대 등의 주거 지원제도 대상에 탈성매매 여성을 포함시키는 등 보다 광범위한 지원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재원조달과 조사 방식 개선 의견도
지원 확충을 위해 필요한 재원 마련의 경우 ‘성매매수익환수기금’이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된다. 현재 성매매로 몰수·추징된 재산의 처분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는 만큼, 해당 재원을 성매매 피해 회복, 재활 지원 등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마약범죄나 자금세탁 등 조직범죄와 관련된 국제규범은 해당 범죄를 진압, 예방 및 재활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도록 제시하고 있다”며 “2013년 성매매사범 환수실적이 사행행위사범과 증권범죄에 이어 세 번째에 해당할 정도로 큰 규모인 만큼 해당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책을 설정하는 데 있어 참고 지표가 되는 성매매 실태조사 역시 개선해야 한다. 2007년부터 3년마다 여성가족부 주관으로 성매매 실태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실태조사 모두 국가승인통계로 인정받지 못했다. 신뢰성, 정확성,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015년 말 <성매매 실태조사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펴냈다. 해당 보고서는 성매매 알선 가능업소를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를 중단하고, 겸업형 성매매업소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한 심층 면접, 행정자료 등을 분석하라고 제시하고 있다.

김지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본부장은 “성매매피해자 지원과 관련된 정책을 확대하려고 해도 예산에 한계가 있다”며 “지원 정책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긍정적으로 바뀐다면, 보다 더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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