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본교에서는 SSK 먹거리지속가능성연구단이 주관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본지는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제프리 로렌스(Geoffrey Lawrence, 호주 퀸즈랜드대 사회학과) 명예 교수와 마이클 캐롤란(Michael Carolan,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사회학과) 교수를 만났다. 세계농촌사회학회 회장이자 농식품 관련 분야 석학인 제프리 로렌스 교수와 <먹거리와 농업의 사회학>,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 등을 통해 국내의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마이클 캐롤란 교수와 함께 현재의 먹거리 관련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김철규(문과대 사회학과) 교수가 제프리 로렌스(호즈 퀸즈랜드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마이클 캐롤란(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사회학과) 교수와 먹거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철규 교수, 제프리 로렌스 명예교수, 마이클 캐롤란 교수 사진 | 조현제 기자 aleph@

-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 먹거리는 어떻게 연관되나
제프리 : 세계화의 근본적인 정의는 ‘시간과 공간의 압축’이다. 지구 한 편에서 일어난 사건이 즉각적으로 다른 편의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닫혀있던 구조와 경제체제는 하나로 연결된다. 또한 세계화는 기업의 비대화를 낳고, 기존에 금융자본이 침투하지 못했던 곳에 길을 열어준다.

세계화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경제적 공간을 창출했다. 이 공간을 통해 자본가들은 이윤을 찾아다녔고, 금융자본은 유동성을 띠게 됐다. 자본이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이 확대돼 다국적기업 같은 거대한 작업 공간이 만들어졌다. 규제의 부재는 자본과 기술의 이동을 더욱 촉진했고, 이로 인해 기업들은 국가 단위에서 이뤄지는 정부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 금융기업들은 땅에 투기하면서 그 땅에 살던 사람들을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퇴거시켰다. 부패한 정부는 이러한 농지 수탈에 가담했고, 신자유주의는 이것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했다.

마이클 : 지역주의와 세계화는 극단에 위치한 반대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 오로지 지역주의로만 후퇴하는 것은 고립을 불러올 수 있고, 다른 지역에 대한 두려움이나 배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이 둘은 서로의 장점을 살려가며 합쳐질 필요가 있다. 세계화가 아니면 척박한 토양과 자원으로 인해 살아남을 수 없는 국가들도 많다. 이를 생각했을 때, 세계화나 지역주의 중 하나를 취사선택하는 접근은 옳지 않다.

- 음식 시민권(food citizenship)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마이클 : 음식 시민권은 먹을거리에 관한 소비자들의 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음식 시민권에 대한 경험적 의견 중 하나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면 음식체계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연결되도록 하고, 사람들이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집단적 차원에서 음식을 어떻게 만들고 준비하는지를 논의하는 것이다. 글로 남겨 놓는 것과 몸으로 체득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음식시민권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으면 좋겠다.

음식은 연대와 배제를 모두 발생시킨다. 지금의 산업적 농업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가족, 소비자와 생산자 등 여러 공동체적 가치를 해체하고 배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음식만큼 좋은 수단은 없다고 생각한다.

- 결국 음식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인데, 세계적인 기후변화도 우리의 먹거리에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나
제프리 : 그렇다. 한국이 수입하는 식품이 외국의 기후변화 영향으로 생산량이 줄어들게 된다면 당연히 식품가격은 높아질 것이다. 한국도 엄청난 양의 음식을 수입하지 않는가. 외국의 상황은 한국의 소비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도 세계 경제의 일부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이는 꼭 식품의 가격에 대해서 한정된 것은 아니다. 홍수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 기후난민 발생 역시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후난민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2500만 명의 사람들이 살 곳을 찾아 이동할 때, 이 중 일부가 한국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또한 이러한 기후난민들이 한국이 일정한 정도 기여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에서 ‘저가 음식체계는 실패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마이클 : 개인적으로 저가음식 체계는 정말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값싼 음식이 실제로는 값싸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음식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을 보면 그렇다. 우리가 감수하는 많은 비용들은 음식의 가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저가 음식을 생산하는 것 자체는 긍정하지만, 그것에 따르는 비용들을 모두 고려할 때 그 부작용을 비판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의 식품체계는 소작농, 소비자, 미래 세대, 그리고 자연환경에 엄청난 해를 입히고 있다. 저가식품 섭취로 인한 비만과 고혈압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의 건강과 행복이 지금의 식품체계에서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 그럼에도 저가 식품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이클 : 경제학적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체계든지 그것이 오래 지속될수록 바꾸는 것은 힘들어지고, 고착화되며 매몰비용도 커진다.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저가식품체계는 공고하게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예가 옥수수다. 옥수수는 가축 사업, 원유 사업 등에서 반드시 필요로 하는데, 그 사업들이 커질수록 옥수수에 기반을 둔 산업구조를 바꾸는 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한 국가의 노력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기에 지금 같은 저가 식품체계가 유지되는 것 같다.

- 저가 식품체계가 고착화돼있다면, 앞서 말한 건강 문제, 기후변화 문제와 같은 부작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가
마이클 : 희망적인 노력들을 많이 봤다. 대안적인 노력과 사람들의 관심이 과거보다 많이 증가하고 있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대안적 식품체계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식품 소비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유의미한 변화들을 실감하고 있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친환경농산물꾸러미사업과 같은 변화가 대표적인 예다.

- 먹거리 위기의 시대에 젊은 대학생들은 먹거리와 관련해 어떤 철학과 행동 양식이 필요한가
제프리 : 먹거리 관련 이슈들을 정치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은 현 상황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며 지금의 식품체계에서 누가, 무엇을 얻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불평등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이 불평등하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지지자들과의 연대까지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마이클 : 젊은 세대들은 음식을 사회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정치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친환경적인 농산품을 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치적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신자유주의에 푹 빠져있는 소비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사회적, 정치적인 모든 측면에서 이를 검토해야 하며, 함께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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