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보장 문제 해결을 주제로
12일 국제심포지엄 열려

▲ 12일 본교 백주년기념관에서 한국농촌사회학회 등이 공동 개최한 먹거리 지속가능성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사진 | 조현제 기자 aleph@

“식량안보문제의 해결과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위해선 우리가 갇힌 사고의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12일 백주년 기념관에서 ‘먹거리 지속가능성, 다시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먹거리 지속가능성 연구단(SSK)이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엔 제프리 로렌스(Geoffrey Lawrence, 호주 퀸즈랜드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와 마이클 캐롤란(Michael Carolan,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사회학과) 교수, 원톄진(温铁军, 중국 인민대 농업·농촌개발학부) 교수 등 세계 각국의 농식품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제프리 로렌스 교수는 1부 기조연설에서 “먹거리 소매의 ‘슈퍼마켓화’가 이뤄지고 기후변동과 자원고갈 등으로 식량안보에 큰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며 “각국 정부는 이를 불러온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금융화를 아무 제재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식량 안보(food security)란 인류의 생존을 보장하고 건강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식량에 언제라도 접근이 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미국 영향 속 변화해온 먹거리 체계
김철규(문과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한 농식품체계의 역사적 변화와 식량보장’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어떻게 사회 구성원들의 식량을 보전하고, 제공할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선 식량체계 변화와 식량보장의 메커니즘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의 축적, 식품소비 패턴 등을 고려한 ‘시기별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의 식량체계를 △식량원조 시기(1945년~1960년대 초) △개발주의 시기(1960년대 초~1970년대 말) △신자유주의 시기(1980년대 이후)로 분류했다. 김 교수는 이 분류를 통해 남한 농식품 체계가 취약해진 과정을 설명했다.

남한의 농식품체계는 식량원조 시기부터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특히 밀의 수입은 쌀에 의존하던 우리나라의 식단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개발주의 시기에는 국가가 녹색혁명을 주도하며 쌀의 자급자족을 격려했지만, 동시에 밀의 수입은 증가해 국제 곡물시장에의 의존도가 커졌다. 김 교수는 “1985년 이후 우리나라의 밀 자족률은 1%를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르러 농업 조직에 대한 정부의 원조는 점차 줄어들었고, 기업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이 소비자의 일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김 교수는 “개발주의 체계까지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보편적으로 먹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정책 목표가 있었지만, 신자유주의 체계 이후엔 먹거리 문제를 자유시장논리에 맡겨버렸다”고 말했다.

김철규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농식품 체계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식량과 농업체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인 ‘식량주권’을 강조했다. 그는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나타난 먹거리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텃밭학교, 협력농업 등 작은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정체성은 먹는 것을 통해 드러난다”며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모여 지속가능한 먹거리 사회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량주권 위해 대중들이 나서야
일본도 우리나라와 상황은 마찬가지다. 히사노 슈지(久野秀二, 일본 교토대 경제학부) 교수는 ‘농촌 가치의 부활인가 아니면 신자유주의 식량보장 프로젝트에 대항하는 정치적 동원인가’라는 발표에서 “현재 일본은 인구를 충분히 먹일만한 양의 쌀을 생산하지 않고 있고, 지속가능한 농업체계는 없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농업 가구 수와 인구수는 1965년 이후 50년 동안 계속 줄어들며, 평균 나이가 65세 이상인 농가는 2013년 기준 61%에 달했다.

히사노 교수는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가 일본 사회 전반에 걸쳐 공유돼 있고 정부가 이러한 대중의 걱정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은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성장주의 전략에 따라 농업의 기업화와 생산성의 촉진을 통해 자유무역체제를 확산시켰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소수의 농가에 자본을 집중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아베 정권하에서 세계무역기구와의 자유무역협정과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등을 통해 ‘시장지향의 농업정책’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히사노 교수는 “식량안보의 사회적, 생태적 기초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식량안보 정책은 ‘공세적 농업’의 실현이라는 이름 아래 시장지향의 농업정책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TPP 문제를 예로 들며 먹거리에 대한 문제는 반드시 대중들이 나서서 다뤄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삶도 식량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식량주권은 단지 소작농의 고뇌 이상으로 사회적 차원에서 폭넓은 이슈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농식품운동은 목표 아닌 수단
“대안운동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 윤병선(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대안농식품운동의 성과와 과제’ 발표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 교수는 “신자유주의 시대 이후 나타난 기업 중심의 농식품 체계에 대해 반발하고, 생산과정의 유기성 확보 등을 이루기 위해 유기농산물,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로컬푸드 등 여러 대안농식품운동들이 나타났다”면서도 “대안운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은 조직들이 대안운동이라는 가면을 쓰고 정부 지원정책에 편승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로컬푸드의 관계성에 대한 고민 없이 정책을 진행하면서, 지역에서 소규모 농가들을 조직화해 활동했던 로컬푸드가 오히려 지역 농협과 경쟁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텃밭사업이나 로컬푸드 직매장 등을 지금보다 더 폭넓게 운영해야 하고, 동시에 이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가치와 운동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운동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던 대상과 동일한 폐해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대안운동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기농의 의미 다시 생각해야
‘유기농 3.0과 공동체지원농업 운동’을 발표한 스옌(石嫣) 중국 국제 CSA(공동체지원농업) 연맹 부의장은 “현재 중국이 농촌의 ‘퇴행’에 대해 대규모의 기업적 영농을 ‘유효한’ 해법인 양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옌 대표는 유기농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기농인증제품이 관행농산물보다 소비자나 환경에 더 좋긴 하지만, 현재 이러한 논의가 사회적 선(善)의 관점보다 경제적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유기적인 것’은 생산표준으로서만이 아니라 전래 문화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옌 대표는 “유기농이 그저 생산표준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그것은 산업화와 근대화의 길을 따르는 것”이라며 “농업의 맥락에서 실제로 산출하는 효과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규모로 지역단위에서 인증표준과 무관하게 농사를 짓는 실천가들을 소개하며, 이들에 대한 지원이 제한적인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에서의 소비를 떠받치는 것은 저가 상품들이지만, 저가 상품을 만들기 위해 발생한 비용은 환경과 농촌사회로 전가된다”며 “농민들이 협동적 결사조직을 구성해 시장접근성을 높이고, 기술적 정보를 나누며 정부 당국자들과 접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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