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 주재민 전문기자

출퇴근하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잠들기 전 잠깐의 시간 동안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가볍게 즐기는 스낵컬처(Snack Culture)가 성장했다.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에 10∼15분 내외로 간편하게 콘텐츠를 즐기는 이말은 2007년 5월 미국 IT 잡지인 ‘WIERD’에서 패션 SPA브랜드, 패스트푸드 외식 문화 등과 관련하여 쉽고 빠르게 소비되는 유행현상으로 처음 소개됐다. 박지혜 산업연구원(KIET) 서비스산업연구실 연구원은 “패션계에서 SPA브랜드의 인기는 간편함을 추구하는 대중들의 간편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며 “주중의 짧은 여가시간을 활용해 캠핑을 즐기는 ‘데이 캠핑(Day Camping)’이나 30분 내외의 인터넷 강의 등이 그 예다.

웹콘텐츠부터 기업홍보까지 확대
스낵컬처의 영향은 문화콘텐츠산업 부문에서 특히 확산됐다. 스낵컬처로 일컬어지는 문화콘텐츠로는 웹툰, 웹드라마, 웹소설, 모바일 영화, 인터넷 방송, 클립 동영상 등이 존재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으로 4661명의 웹툰 작가가 28개 플랫폼에서 4440편의 작품을 연재 중이다. 웹드라마는 인터넷 상으로 방영되는 짧은 분량의 드라마로 웹툰이나 웹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되기 시작했다. 배지혜 산업연구원(KIET) 서비스산업연구실 연구원에 따르면 주요 장면만 편집하여 온라인상에서 배포되는 짧은 영상물과 달리 웹드라마는 기승전결의 내용적인 구조를 띤다. 이런 점에서 대중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 포털사이트 외에도 문피아, 북팔 등의 웹 소설 전문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서정주 연구위원은 “이러한 웹 콘텐츠는 종이 출판물에서 웹으로의 형태변화를 보이며 기존보다 내용과 분량이 짧고 가벼워진 것이 특징”이라며 “주로 흐름이 짧고 전개가 빨라 자투리 시간에 읽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스낵컬처는 정보전달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 광고, 언론 등에도 전반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스낵컬처에 익숙한 소비자들에 맞춰 기업이 적극적 소통에 나서기도 했다. 기업이 웹드라마, 웹툰 등을 이용해 광고 효과를 넓히고, 대중과의 친밀감을 높이려하는 것이다. 삼성은 브랜드 홍보를 위해 ‘굳세어라 청춘’이란 웹 드라마를 제작하고, 한화케미칼은 웹툰을 광고 이미지로 이용하기도 했다. 박창호(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기업은 미디어의 변화에 따라 홍보를 위해 광고에 스낵컬처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주 연구위원은 “공중파 드라마보다 제품의 광고에 대한 규제가 적은 웹툰이나 웹드라마는 제품 이미지나 제품명, 매장 등을 그대로 노출할 수 있다”며 “블로그, 네이버TV캐스트, 유투브에 콘텐츠를 제공해 광고 효과를 극대화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벼운 단편적 콘텐츠 원해
소비자들의 콘텐츠 소비패턴이 빨라지고 짧아지고 있다. 웹드라마 제작사 ‘칠십이초’는 일상을 소재로 한 짧은 드라마로 대중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8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웹 영상 <두 여자>는 네이버TV캐스트 98만 누적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칠십이초’ 이은미 매니저는 “웹 드라마는 주로 단발성 콘텐츠를 보이거나 시즌별로 짧은 콘텐츠를 이어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통학시간이 1시간 남짓 걸리는 대학생 송지수(여·23) 씨는 등하교시간 대부분을 웹툰과 웹 영상을 보는 데 쓴다.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서서 가는 동안에 부담 없이 웹툰이나 영상을 즐긴다. 하루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읽을 것들은 다양하고 넘쳐나기 때문이다. 김균수(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보의 홍수 속 중요한 것 위주로 보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선호 잘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KT경제경영연구소와 대학내일연구소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가 선호하는 콘텐츠의 분량은 동영상 43초, 사진 10장, 그림‧일러스트 17장, 텍스트 30줄 정도였다. 서정주 연구위원은 “짧은 분량과 재미요소를 곁들인 스낵컬처는 그 분야와 적용범위가 더욱 더 넓어질 것”이라 말했다.

콘텐츠 플랫폼도 소비자의 패턴을 읽고 게시물 자체에 분량제한을 두기도 한다. SNS인 트위터는 140자로 글 분량이 제한돼 있고, 마이크로블로그 플랫폼 텀블러(Tumblr)는 5분 내외 짧은 영상만 공유가능하다. 바인(Vine)이란 앱은 트위터가 만든 동영상 서비스로 6초짜리 영상을 공유할 수 있다. 권병웅(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는 “스낵컬처가 지닌 가장 큰 무기는 간편함과 간단함”이라며 “이를 무기로 다양한 콘텐츠에서 스낵컬처 형식을 지향하며 전면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기기 보급 보편화 및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트렌드는 스낵컬처 산업 성장을 가속화 시킨다. 박창호 교수는 “지금은 굳이 방영시간을 기다렸다가 방송을 볼 필요가 없다”며 “필요한 것만, 핵심 위주로 골라보면서 러닝타임을 다 채워 긴 내용을 보는 일도 드물다”고 말했다. 짧고 재밌는 콘텐츠가 선호되면서 스낵컬처 콘텐츠는 소비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 내지 못하거나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면 지나가는 미디어 트렌드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권병웅 교수는 “역기능을 해결하기 위해선 대중들의 소비욕구와 소비욕망을 들여다봐야한다”며 “스낵컬처 콘텐츠에 깊이가 가미되면 보다 더 영향력 있는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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