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강남역 인근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30대 한 남성이 흉기로 처음 본 20대 여성을 찔러 살해했다. 사건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사건 이후, 온·오프라인을 통해 많은 사람이 이번 사건에 대해 글을 썼으며 그 글 아래는 항상 논쟁이 오가고 있었다. 이번에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범행대상을 물색하며 기다리던 피의자는 자신의 앞을 지나쳐가는 남성들을 두고 여성인 피해자가 화장실로 들어가길 기다렸다가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했다. 이 때문에 여성혐오 사회가 빚은 범죄라는 의견도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가 조현병 이력이 있었던 것이 밝혀지며 일각에서는 ‘이는 피의자 개인의 정신적인 문제’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 중 자신도 그런 범죄의 대상이 될까하는 두려움이 담긴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글 아래서는 그런 두려움을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표하는 사람들과 ‘범죄의 대상이 될까 두려워하는 것이 왜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인지’를 묻는 사람들의 설전이 펼쳐졌다. 누군가는 ‘모든 남성을 범죄자로 보는’ 남성혐오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히 공포감에 빠져 있는 것이며 누가 범죄자로 돌변해 자신을 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

  지금도 많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으며 한국의 여성혐오 사회에 대한 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살女주세요’와 ‘살아男았다’라는 글은 많은 논란을 남겼으며 이에 반문하는 ‘살아男지 않고 있어’라는 남성들 역시 위험한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주장하는 글도 등장했다. 그렇게 사건은 남녀 대결의 구도로 변질됐다. 누가 더 차별받고 있으며 누가 더 잘못한 것인지 따지고 들고 있다.

  남녀 대립 구도로 이 문제를 푸는 것은 의미 없는 감정소모일 뿐이다. 남녀가 서로 여성들이 범죄의 피해자가 될까 걱정하는 것에 대한 옳은 반응은 ‘남성도 똑같이 위험 속에 살아간다’가 아니라 ‘여성과 남성 구분 없이 모두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자’이다. 물론 인식의 변화가 사회 변화의 첫 걸음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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