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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학축제는 '모이고, 모이고, 또 모이자'로부터!
[기고] 대학축제는 '모이고, 모이고, 또 모이자'로부터!
  • 고대신문
  • 승인 2016.05.21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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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꼬리 잡고 놀기 하나. 축제란 ‘어떤 대상이나 분야를 주제로 하여 벌이는 대대적인 행사’로 풀이되는데, 본교의 축제는 대상의 주체가 대학생인지 연예인인지 지역민인지 구분이 모호하고, 핵심 콘셉트도 없다. 더군다나 많은 사람들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직적으로 진행하는 대대적인 행사도 없으니 학술적 의미의 축제라고하기엔 어딘가 어설프다.

  말꼬리 잡고 놀기 둘. 축제란 ‘정해진 날이나 기간을 축하하여 흥겹게 벌이는 의식이나 행사’로도 풀이된다. 본교 축제는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방식도 보이지 않고, 별로 흥겨워보이지도 않으니 이 또한 학술적으로 축제라고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말꼬리 잡고 놀기 셋. 본교의 축제는 대동제라 불린다. 그렇다면 이어서 대동제란 ‘어떤 단체 따위가 한데 모이는 행사’로 풀이되는데, 본교의 축제는 구성원 중 일부인 학생들만 모이는 행사이니 대동제로 부르기에도 어색하다.

  이쯤 되면 축제가 되었든 대동제가 되었든, 대학축제가 낭만은 고사하고, 소모적이고 상업적이며, 여기에 더해 종종 선정적이기도 한 행사라는 작금의 비판을 받아들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좀 아프지만 이것이 우리가 당면한 대학축제의 현실이다.

  본래 이 글은 국내 축제 전반의 한계점과 대학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 그리고 대학만의 특색을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에 대해 조언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쓰는 글이다. 하지만 굳이 축제의 정의와 이론을 운운하며 국내 축제 전반의 한계점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축제가 좀 부족하고 한계가 보이면 어떠한가. 또한 대학축제는 지역축제와 달라야한다는 방향 제시도 하고 싶지 않다. 대학축제가 지역축제와 비슷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는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 했던가. 벤치마킹하다보면 괜찮은 축제 하나쯤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아울러 대학축제는 반드시 대학만의 특색을 담아야한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대학만이 가지는 고유한 특색을 좀 안 담으면, 그리고 못 담으면 어떠한가.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자꾸만 아무나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상적인 축제를 머릿속에 담고 있는 듯하다. “최고의 축제, 모두가 즐기는 축제, 차별화된 축제”가 그것이다. 말인즉 옳다. 그러나 그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렇다고 그것을 포기할 순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호모루덴스’라고 말한 호이징가의 말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정리하겠다. 복잡하게 정리해도 된다고 토 달지 마시라.

  지금 대학축제에 필요한 것은 ‘축제의 정체성 구축’도 아니고 ‘독창적 축제’도 아니다. ‘창의적이고 차별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보기 좋은 떡이나 먹기 좋은 떡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학축제는 대학생들이 직접 고민하고 의미를 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드러나야 한다. 버라이어티쇼를 만드는 어른 흉내를 내면 안 된다. 술판으로 정신을 혼미하게 하지 말고, 과별로 갈라져서 자기들끼리만 웅성대지도 말고, 특히 연예인들을 앞세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대학축제에 술이 빠지면 어떠한가. 술 없이도 잘 놀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대학축제가 좀 재미없고 지루하면 어떠한가. 지루함조차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젊음 아닌가. 젊음 앞에 어떤 것이 지루할 수 있는가. 일회성에 불과한 ‘자이언티, AOA, 지코, AOMG, 산이, 여자친구, 다이나믹듀오, 마마무’ 같은 演藝人(연예인)을 꼭 대학축제에서 봐야하는가. 조금만 신경 쓰면 다른 곳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데 말이다. 차라리 스스로 “緣預人(연예인)”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제 다음과 같은 본교의 축제를 상상하며 글을 마무리하겠다. 축제는 기간이 길 필요도 많은 시간도 필요 없다. 특정한 날짜를 잡고 시간을 잡자. 그날 그 시간에 강의가 있는 교수들은 학생들을 데리고 운동장에 모인다. 강의가 없는 학생들은 학년 대표의 인솔 아래 운동장에 모인다. 직원 역시 모든 업무를 멈추고 운동장에 모인다. 총장님을 비롯한 교수들 중 어느 한분도 예외는 없다. 모이는 것이 모두 자발적이라면 금상첨화다.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함께 어깨동무하고 ‘뱃노래’든 ‘석탑’이든 ‘엘리제’든 어떤 것이든 찐하게 부르고, 부르고, 또 부르자. 노래가 저절로 멈출 때까지. 노래가 끝나면 축제는 끝난다. 하지만 모처럼만에 학교구성원 전체가 만났는데 그냥 헤어질 수 있겠는가. 그것도 고려대에서.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막걸리 한 잔 쯤 걸치자는 공감대가 스멀스멀 생기지 않겠는가. 이후의 시간은 교수답게, 직원답게, 대학생답게 알아서 하면 된다.

  바로 대학축제는 다같이 ‘모모또(모이고, 모이고, 또 모이자)’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안남일 제4회 세종시축제 추진위원장 및 본교 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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