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 5인을 만나
대학축제의 방향성을 묻다

 

  5월이면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 저마다 축제가 열린다. 대학 캠퍼스에 펼쳐진 축제의 장에서 학생들이 즐기는 모습 뒤엔 축제 기획자들의 노고가 있다. 대학축제를 기획하는 기획자들은 대학축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13년 안암캠퍼스 남글로나 축제준비위원장(축준위장), 2014년에 처음으로 인권문화제를 기획했던 신홍규(문과대 사회13) 씨, 2015년 세종캠퍼스 조현준 축준위장, 2016년 안암캠퍼스 최지수 축준위장, 2016년 세종캠퍼스 피승원 축준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개별적으로 진행됐으며, 기사는 좌담회 방식으로 구성했다.

 

▲ 왼쪽부터 남글로나(2013년 안암캠 축제 기획), 신홍규(2014년 안암캠 인권문화제 기획), 조현준(2015년 세종캠 축제 기획), 최지수(2016년 안암캠 축제 기획), 피승원(2016년 세종캠 축제 기획) 씨. 사진 | 고대신문 DB·본인제공

 

  - 축제 기획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
  최지수│‘함께 찾겠습니다 나의 자리로 함께’가 축준위의 모토였다. ‘쿠루마블’이란 축제 이름도 판을 만든 사람과 판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말을 두고 주사위를 던지는 것처럼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독립적으로, 주체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반영됐다.

  신홍규│학생회 활동을 오래 하면서 대학축제 문화가 천편일률적인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껏 대학문화가 담아내지 못했던 이들의 삶을 조명하는 새로운 형식의 축제를 기획하고 싶었다. 이에 학내 장애인, 성소수자, 노동자, 대학원생, 탈북 새터민 등 다양한 사람들을 찾아가 축제를 만들어볼 것을 제안했고 총 4달의 준비기간 끝에 인권문화제를 열었다.

  조현준│모든 학우가 축제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우에게 즐길 거리를 많이 제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다. 학생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축제는 다 같이 함께 만들고 즐기는 것이지, 학생회의 축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 대학축제에 있어 기업의 참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신홍규│철학이 없이 세워지는 축제에 기업의 참여는 그 기업이 대학축제 전체를 삼켜버리는 일이 될 거라 생각한다. 기업이 축제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정확히 어떤 부분까지를 기업의 역할로 둘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남글로나│특정 기업이 자사 제품 홍보를 축제의 콘텐츠로 만들어 참여하는 것은 반대한다. 다른 학교에서 특정 아이스크림 홍보를 위해 대학생 서포터즈가 학내에서 샘플링을 진행했던 경우가 있다. 일반 기업 홍보와 다를 것이 없었는데, 축제가 학생 참여유도를 목표로 하지 않고 기업의 홍보수단으로 활용됐다. 학생기획자는 학생들의 콘텐츠가 묻히지 않도록 신중해야한다.

  조현준│기업과 연계하는 것에 대해 크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기업이 연계의 정도를 넘어 주객전도가 된다면 문제가 된다. 대학 축제인지 기업의 축제인지 모를 정도로 기업이 축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피승원│행사를 진행할 때 예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기획자 입장에서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예산이 없어서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게 기업과의 연계다. 학생들의 힘으로만 준비하는 게 아니란 느낌도 있지만, 보다 더 재미있게 기획하려면 예산 부분에선 연계가 불가피하다.

 

  - 연예인 초청이 필수적이라고 보는가
  신홍규│과거 대학축제를 찾는 연예인들은 그 축제를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다는 개념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연예인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대학축제를 찾게 되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치행사로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쉽지 않다. 그런 한계를 메꾸기 위해 연예인을 부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평소 좋아하던 연예인을 학교에서 만나면 반가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왜 불러야하고, 어떻게 불러야하고’라는 고민을 더 키워나가야 한다. 앞으로의 축제에서는 보다 이유 있는 연예인 섭외가 이뤄져야 한다.

  남글로나│축준위로 있었던 당시에는 집객을 하지 못할까 겁이나 연예인 초청에 비중을 두었었다. 연예인 없는 축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2014년도 축제에서는 실제로 연예인 없이 충분한 집객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있었다. 겁만 안 냈다면 ‘연예인 비용을 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 진정한 대학축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신홍규│우리가 20여 년간 살아가며 보고, 듣고, 느껴온 재미있고 의미 있었던 생각 모두를 현실화시키는 대학축제야말로 즐거운 분출구였다. 대학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축제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재미있고 인상적인 축제가 전국각지에서 범람하는 이때, 고려대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축제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축제의 한계를 극복해 새로운 지속가능성을 쌓는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최지수│만드는 사람,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적극적이고 재밌게 즐겨야 한다. 부스 행사들, 기획, 주점 등 학생들이 주최해 만들어낸 행사들이 잘 살아난다면 진정한 대학축제가 이뤄질 수 있다.

  조현준│진정한 축제는 매일 매일 벌어지는 일상이 축제가 될 때다. 학생 한 명이 캠퍼스에서 기타 공연을 하는 것도, 노래를 하는 것도 축제가 될 수 있다. 학우들 자신이 하는 모든 것들이 하나의 축제로 발현되도록 장을 제공해 줘야 한다.

  피승원│1년에 한번 정말 다 같이 어울리며 놀 수 있는 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축제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모든 구성원이 재미있게 놀고 즐기는 게 진정한 축제라 생각한다.

 

취재 | 이지영·김지현 기자 news@kunew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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